생명의 바다를 위해

인천항 2013년

 

금년 1월 1일부터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었다. 2005년 11월8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의 전신인 ‘해양투기 대책회의’가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첫 성명서를 발표한 후 10년 2개월만의 일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부터 정부가 해양투기량을 집계하기 시작했으니 그때부터 치면 28년만의 일이다. 국가 단위의 정책변화를 이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 OECD 회원국가, 해양에서의 활동을 전담하는 중앙부처인 해양수산부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28년간 행해진 치욕적인 문제가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다. 

 

우리에게 바다는? 

2006년 바다위원회 발족식

 

우리가 평소 바다를 어떻게 여기는지 생각해보자. 가끔 북한 함정이 NLL이라고 불리는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며 이에 우리 해군이 단호히 대응해 물리쳤다는 뉴스를 접할 때 우리는 그곳이 우리바다요 우리영토라고 여긴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로 들어와 어업활동을 하다가 해경에 쫓겨났다는 뉴스가 나올 때도 그렇다. 또, 일본 선박이 동해의 독도해역을 침범했다며 해경함정이 급파되어 밀어내기를 통해 우리영토를 지켰다는 식의 뉴스를 접할 때, 그리고 일본이 ‘Japan Sea’라고 주장하는 동해를 미국 어떤 주에서 ‘East Sea’라고 표기했다는 뉴스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동해바다가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한국 해경이 칼을 휘두르며 덤비는 중국의 불법어선들을 물리쳐 지켜내려는 바로 그 서해바다에서, 그리고 일본 선박이 독도 바다에 다가올 때마다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나가 지켜온 바로 그 동해바다에서, 같은 편인 대한민국 선박 수십여 척이 매일 수 만 톤의 산업폐수와 하수오니를 심지어 축산분뇨와 인분까지 버려왔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거나 애써 모르는 척 해왔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그건 우리바다가 아니라 남의 바다이거나 누구도 주인이 아닌 공해상에서 그랬거니 했다.  

소위 전문가라는 어떤 이는 ‘바다는 영양분이 부족한 빈영양화 상태이므로 유기성 폐기물인 분뇨를 뿌려주면 오히려 좋다’고 그랬단다. 믿기 힘들겠지만 2005년 해양투기문제가 큰 사회문제화 되었을 때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여론을 살피며 실제 그런 말을 흘렸었다.  

육상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해양투기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대한민국 환경행정에 대한 총괄책임은 환경부가 진다. 하지만 환경부는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만들 때 해양환경파트를 해수부에 내준 이후 스스로 육지만의 환경부인 반쪽자리 환경부로 전락했다. 당시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 악취문제로 골치 아팠던 유기성 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했는데 해양환경관리가 해수부로 넘어가자 ‘옳지 잘됐다’하며 유기성 폐기물 처리를 해양투기로 내몰았다. 부처이기주의이자 책임 떠넘기기 관료행정의 극단적인 본보기다.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든 환경부와 해수부 

환경부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지만 정부가 이를 바로 잡을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 생긴 해양수산부가 자신을 ‘바다 환경부’로 자임하며 바다 지키기에 적극 나섰다면 말이다. 초대 해수부장관이 노무현이었고, 2005년 1000만 톤에 육박하는 해양투기량 최고치를 기록한 해의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대통령 노무현은 2005년 해양투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매년 100만 톤씩 줄여나가는 저감정책을 비교적 신속하게 실시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진 못했다.  

더 큰 기회는 그 이전에 있었다. 2000년 8월 초대 해수부장관에 취임한 노무현이 이 문제를 파악하여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각료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부, 농림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항의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했었다면 말이다.  

육상에 폐기물 소각장을 짓고 매립장을 만드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처음 만들어진 해수부의 초대 장관으로서 바다에 폐기물을 대량으로 버리는 행위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면 가능한 일일 터였다. 하지만 장관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재임기간동안 이 문제를 전혀 손대지 않아 투기량이 계속 증가하고 말았다. 역사에 ‘만약에’라는 건 없다지만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폐기물 해양투기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지난 28년 동안 해양수산부라는 부처가 생겼다 없어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우여곡절을 거쳤다는 건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해양투기문제는 해양수산부의 존재의의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멀리 남극의 얼음덩어리 대륙에 과학기지를 추가로 세우며 해양과학발전을 운운하는 해수부가 정작 서해바다와 동해바다에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장을 만들어 각종 유기성 폐기물을 매년 수백만 톤씩 버리는 행위를 수수방관했다는 사실 앞에서 바다와 관련된 모든 기구와 사람들은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웃지 못할 희극은 국제사회에서도 벌어졌다. 해양수산부는 런던협약의 과학기구 의장에 해수부 산하기구의 전문가를 앉히기 위해 애를 썼고 지금도 그가 의장이다. OECD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산업폐수 해양투기를 자행해온 나라에서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유엔기구의 의장을 맡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바다를 지킨다는 해양경찰이 당시 한 일은 이랬다. 폐기물 운반선박이 지정 투기해역에 다다르기 전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흘려보내는 행위를 적발하는 일이다. 또 이를 개선한다며 운반선박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해경본부 사무실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이를 확인하는 시스템인 VMS를 개발했다며 자랑했다. 그리고 배출량 1톤당 얼마씩의 배출부과금을 받아 챙겼다. 누구보다 해양투기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해수부와 해경이 육상폐기물 처리과정의 보조기구로,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일을 짜고 치는 기구로 전락했다.  

음폐수와 하수오니 매립으로 침출수 악취공해가 발생하자 김포주민들은 매립지 입구를 가로막았고 소위 수도권쓰레기대란이 일어났다. 육상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환경권을 지켜내듯 바다의 수호자인 해경이 바다에 과도하게 오염된 폐기물을 버려선 안 된다며 기준을 강화하고 운반선박을 까다롭게 점검해 출항을 제한하는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도 바다 지키기에 안간힘을 써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흔히 사람들은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말할 때 부메랑이란 표현을 쓴다. 우리가 환경을 오염시키면 그 대가를 우리 스스로가 혹은 후대가 치른다, 환경오염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식이다. 우리는 부메랑이 단순한 표현 즉 수사적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경험해 오고 있다. 마구 써온 화석연료의 남용이 기후변화라는 부메랑으로, 너나없이 끌고 다니는 자동차 운행이 하루걸러 마다 발생하는 겨울철 스모그라는 부메랑으로 말이다. 여러 가지 환경오염 부메랑 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정판이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10년 전의 그 사건, KBS스페셜 ‘최초보고, 해양투기 17년, 바다는 경고한다’ 편이 보여준 ‘식탁에 올라온 홍게에서 돼지털이 나온 부메랑’이다. 

 

해양투기 전면금지, 이제 바다를 살릴 차례 

2006년 포항

 

지난 1월 하순 어느 날, 해수부와 환경부가 주최한 ‘해양배출 제로화 후속조치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부처인 해수부와 환경부 그리고 그들의 산하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해양투기에 앞장선 해양배출협회 사람들까지 앞 다퉈 해양투기 중단이 잘된 일이고 이를 위해 자신들이 많이 노력했다는 식의 말잔치 판이었다. 특히 가관이었던 건 해양투기 해역이 매우 깊어서 생태계 회복이 잘 안될 것이라면서 준설토를 부어 코팅하자는 제안이었다. 예의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분별없는 주장이 또 나온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관료와 전문가들 그리고 업자들은 끝까지 지난 10년, 아니 28년 동안 행해진 해양투기문제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도 준설토 해양투기라는 그들만의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해양투기가 금지된 바다가 더 이상 육지의 희생양이자 쓰레기장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1월말 정부의 토론회에서 알 수 있듯 환경부는 여전히 육지환경부이고, 해수부는 아직도 바다환경부가 아니다. 소위 전문가들은 왜곡된 정보를 흘리고 업자들은 바다를 돈벌이 장으로 여긴다. 그들은 해양투기의 잘못을 뉘우치지도 교훈을 배우지도 않는다.  

바다위원회는 여러 차례의 발표를 통해 해양투기 금지 이후 투기해역에 대한 생태계 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해양투기에 앞장선 기업들에게 바다회복의 책임을 하나씩 지우는 일사일해(一社一海) 또는 일사일해양생물 바다캠페인을 실시하자고 했다. 또 투기해역 바다 위로 부는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를 통해 육상에 더 이상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말자는 제안도 한 바 있다.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쓰레기장으로 여겼던 바다 밑을 복원해 생명이 넘치게 하고, 나아가 원자력 위험과 기후변화라는 시대의 육지숙제에 대해 바다가 멋진 답을 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담은 제안이다.  

바다는 더 이상 쓰레기장이 아니며 소중한 국토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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