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죽이고 다시 수입한다고 고래도시 되나

돌고래 폐사를 돌고래 재수입으로 해결하려는 울산 남구청 계획에 대햐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장김미나

 

2008년 전국에서 최초로 울산이 고래문화특구로 제정되고 2009년 고래박물관의 별관으로 고래생태체험관이 생겼다.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된 후 장생포 주민들은 이를 계기로 장생포가 엄청난 발전을 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만 9년이 지난 지금, 장생포는 무엇이 나아진 걸까? 여전이 울산의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고 대중교통 버스노선도 몇 개 되지 않는다. 근처 식당에 가면 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이 즐비해 먹을 것이 없다. 앞마을과 뒷마을 간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다르다. 그래서 이해관계도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태체험관에 갇혀 죽어가는 돌고래들이 있다. 이런 마을이 과연 모두가 상생하는 행복한 관광특구일까?

 

돌고래 죽이고 또 수입? 

지난 2015년 12월 30일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 중 울산 남구청과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올해 상반기에 일본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수컷 2마리를 수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이지는 돌고래 포획 방식이 잔인해 전 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높은 곳이다. 환경연합을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는 급히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남구청은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이 생긴 이래 현재까지 8마리의 돌고래를 반입해 5마리를 폐사시켰다. 연이은 돌고래 폐사에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남구청은 돌고래 폐사 사실을 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성이나 대책 없이 또 다시 돌고래를 수입해오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고소고발 등이 이어지고 여론이 안 좋아지자 남구청은 시설개선으로 돌고래 관리를 잘 하겠다는 운영개선안 브리핑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수조 안에 돌과 해조류 등을 넣고 돌고래 프로그램을 일일 3회로 줄이겠다는 것 등이다. 돌고래를 위해 많은 것을 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기존에 4번씩 동원된 것을 한 번 줄인 것뿐이고 자연 상태에서는 수백 킬로미터를 자유로이 헤엄치는 돌고래에게 바다그림 수조와 돌, 해조류만 넣어준다고 수족관이 행복한 요람으로 바뀌기라도 한다는 걸까? 

남구청은 고래생태체험관이 야생에서 접하기 어려운 돌고래를 구경하면서 바다와 동물에 대해 친근함을 갖는 등 환경적·생태적 효과도 크다며 돌고래 체험관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세상 그 어떤 생명도 인간의 소유물이 되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여성이 남성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으며, 흑인이 백인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듯이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의 생명권은 우리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고래를 살리는 마을, 장생포를 위해 

울산 앞바다를 가로지르던 참고래 무리, 고래의 도시 울산은 진정 가능한가 ⓒ함께사는길 이성수

 

울산 앞바다는 고래들의 회유수면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혼획으로 그 수는 점점 줄어들어 고래관광선이 나가도 20퍼센트 미만의 발견율을 보이고 있다. 울산은 고래도시를 내세우며 매년 고래축제를 열고 있다. 남구청이 새로 개발한 고래고기 메뉴가 선보이고 고래고기가 판매되는 참으로 이상한 축제다. 흡사 고래 고기 홍보를 위한 축제 같다. 이 축제기간에 장생포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고래고기를 파는 상인들뿐일 것이다. 

고래는 점점 사라져 가고 언제까지 돌고래와 고래고기에 기댄 관광자원으로 장생포가 유지될 수 있을까? 돌고래를 수입해 수족관에 가두고 죽으면 또 다시 수입한다고 해서 고래도시가 되는 것일까? 지금의 장생포와 울산은 고래 도시가 아니라 고래를 죽이는 도시다.  

진정 울산이 고래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면 당장 돌고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관광이란 무언가를 가두고 죽여서 얻는 것이 아니다. 과거 포경의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고래를 살리고 주민이 행복해야 장생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고래생태체험관은 고래를 가둬 죽이는 공간이 아니라 고래를 비롯한 야생동식물들을 구조해 살리는 병원으로 탈바꿈한다면 지금 그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살아있는 고래가 아니라 고래종류별로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되(현재 만들어진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 아이들이 고래들의 생김새를 눈으로 손으로 익힐 수 있게 하고 첨단 영상기술을 사용해 돌고래쇼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는 혼획을 줄이기 위해 혼획될 위기에 놓인 고래를 발견해 풀어주는 사람에게 포상금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장생포 어민들 중심으로 고래관광을 진행한다면 어민들도 행복한 고래관광이 될 것이다.  

고래를 살리는 마을, 장생포만이 희망이 있다. 그때야 비로소 울산은 진정 고래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장김미나 울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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