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유통으로 새만금 플랜 B를 수립하라

전북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는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해수유통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수유통이라는 유령이 새만금을 떠돌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전라북도, 전문가와 지역 언론 등 성장개발연합 세력은 새만금 해수유통을 한목소리로 환경단체의 개발 반대 논리로 폄하해 왔다. 그런데 이들이 맺은 강고한 새만금 신성동맹이 해수유통 유령의 확산 기세에 눌려 금이 가고 있다. 최근 지역 유력 일간지인 전북일보가 “새만금 해수유통 시켜 홍콩 능가하는 관광도시로”라는 사설을 실었다. 목표수질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켜온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새만금 해수유통이 전북환경연합이 2015년 개최한 여러 차례의 대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공론화의 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온 것이다. 새만금 수질과 생태계, 내부개발 효율성 측면에서 새만금 해수유통이 상생의 대안, 새만금 플랜B로 급부상하고 있다.

 

6급수 새만금호 예전 시화호 능가할듯 

새만금 내측 수질 악화로 인해 어업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간장색물을 퍼올리는 강경근 계화 어촌계장

 

새만금호의 목표수질은 새만금 중쪾상류(농업용지) 4급수, 하류(도시용지) 3급수다. 그런데 2015년 새만금 평균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이하 COD) 기준 8.83mg/L로 5급수 수준이다. 현재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가 오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목표대로 완전 담수화할 경우 호소 수질은 예전 시화호를 능가할 것이다. 이미 새만금호의 13개 수질 측정지점 중 중간수역 6개 지점의 수질은 가장 나쁜 수질 등급인 6급수다. 이 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 상태가 아니라면 물고기도 살 수 없는 물이다.  

지난 15년간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에 쏟아 부은 예산은 무려 2조5000억 원 남짓이다. 2조 가까운 돈이 하수처리시설로 투입되어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이 약간 개선되기는 했으나 호소 수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런데 유역 상류 수질은 좋아졌는데 왜 하류 호소의 수질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새만금 내부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군산대 김강주 교수는 연구 결과 새만금 유역에 쌓여 있는 유기 퇴적물이 상류에서 영양물질이 흘러와 쌓인 것도 있지만 호소 내부에서 생산되는 조류로 인해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 최진용 교수는 새만금 내부 매립토 확보 과정에서 수질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부개발에 필요한 토사는 7억 세제곱미터. 서울시(600제곱킬로미터)를 1.1미터 높이로, 전주시(200제곱킬로미터)를 3.5미터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정부 계획은 이 물량의 80퍼센트를 과거 갯벌에서 퍼 올리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내측 담수호 준설로 토사를 확보할 경우 수로 수심이 5미터에서 15미터로 깊어져 오염 물질의 호수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저층의 물은 순환이 되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수질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둘 다 새만금호의 담수화에 따른 수질 악화는 필연적이며, 상류에서 깨끗한 물을 내려 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새만금 안쪽의 수질 악화는 방조제 바깥 쪽 어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방조제 바깥 어민들도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방조제 바깥쪽에 조성한 가력항으로 옮겨와 꽃게잡이를 하는 이금배 씨는 방조제 건설 이후 바깥 해역 5킬로미터 구간에 뻘이 쌓이고, 33킬로미터 방조제가 해파리 유생 천지가 되면서 어획고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꾸미 잡이용 소라방에 죽뻘이 차고, 바위 수염이나 해파리, 갈대 잔재물과 쓰레기 더미로 그물만 상하는 일이 잦아 고기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다 환경이 재앙 수준으로 변해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새만금의 어획량 감소는 어민들의 주장일 뿐일까? 호남지방통계청 농어업조사과가 발표한 ‘어업생산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2월 중 전북지역 어업생산량은 4396톤으로 전년 동월(8536톤)대비 절반에 가까운 4140톤(48.5퍼센트)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수질 대책 예산 0원 정부 의지 0점 

이런 상황에서 12월 4일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 수질 중간평가에서 3대 추가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목표수질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실효성 있는 새만금 수질 개선 추가대책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치단체가 당연히 추진해야할 사업이거나 예산 확보 없는 선언적인 사업,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시범사업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2단계 수질대책에 계획되어 있었으나 아직 진행하지 못한 사업을 추가 대책처럼 보이게 해 착시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예산 계획이 그 증거다. 3개 추가대책 사업비 1752억 원은 2단계(2011~2020) 대책 총사업비(2조9502억 원)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잘라 말하면 신규로 확보된 수질 개선 예산은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 추진의 의지는 예산 배정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새만금 추가 수질 대책 예산 “0원”은 새만금 수질개선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도 “0”점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전주시 인구 증가에 따른 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은 새만금 추가 대책이라 말하기가 낯 뜨겁다. 도시 인구가 늘어 처리 용량이 부족하면 시설규모를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주시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국비는 고작 50퍼센트 지원하면서 전주시에 과도한 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동진수계 돼지 32만 두의 분뇨 중 50퍼센트를 공공처리시설로 유입시킨다는 대책은 예산 54억 원으로는 불가능하다. 동진수계에서 하루 발생하는 돈분은 1600세제곱미터다. 도내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11개소의 최대 처리용량인 1945세제곱미터에 육박하는 양이다. 그런데 현재 동진수역 정읍 부안 2개소의 처리 용량은 260세제곱미터에 불과하다. 그런데 54억 원으로 열배 가까운 예산을 들여야 처리가 가능한 하루 540세제곱미터 규모의 돈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셋째 우분 고형화 처리 대책은 환경부가 가축분뇨관리선진화 사업으로 추진하는 시범 사업 수준이다. 우분 고형화 사업은 주민들에게는 악취를 발생시키는 기피시설이다. 시설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수요처가 적다보니 동절기에 축사 보조 연료 정도로 사용하는 정도다.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3개 추가 대책으로 목표 수질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결론은 현실 조건과 수질 악화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수화 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번 새만금 수질 중간평가 대응 과정을 통해 새만금 담수화는 해야 할 이유도, 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새만금 내 농업용지의 면적은 당초 2만8300헥타르에서 최종 8570헥타르로 개발면적의 70퍼센트가 줄었다. 따라서 농업용수 필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담수호 면적도 조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정부가 최대 용수 사용량을 반영한 농업용수량은 1억4500만 톤이다. 이를 하루 사용량으로 단순 계산하면 39만4000세제곱미터다. 이 정도 규모의 농업용지는 주변 평야지대의 농수로를 연결하고, 간척지 내 유수지의 규모를 확충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예측은 달라질 수 있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 새만금 수질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예측을 질타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방조제가 막히고 난 후 현재 수질과 그 추이만 보자는 것이다. 새만금 중간평가 용역 자료를 공개하고 다시 한 번 치열하게 논쟁해보자는 것이다. 그 길이 혈세 낭비를 막고, 지속가능한 새만금, 성과가 있는 국책사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상생의 대안으로 새만금호의 해수유통이 결정된다면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빠른 사업 추진으로 전북 도민이 바라는 새만금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2006년 새만금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난 다음 날, 소송을 담당했던 김호철 변호사는 “언젠가 새만금이 스스로를 변호하는 날이 올 것” 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그 때가 빨리 왔다. 

 

글 · 사진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