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 만나러 도시로 가자

식물의 씨앗을 좋아하는 검은머리방울새. 올림픽공원

 

전 세계에는 약 1만 종의 새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그 중 5퍼센트인 500여 종의 새들이 사계절을 드나든다. 한반도 땅의 면적이 전 세계의 0.1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새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대도시인 서울에서도 우리나라 새의 20퍼센트인 100여 종의 새들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새들이 많은데 왜 보이지 않을까? 사실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들이 보일 것이고, 그들이 주는 놀라운 생명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새 관찰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인 겨울, 그리고 도시에서 대자연을 만나보자.

 

도시에 새가 있을까? 

신사복 차려 입고 중랑천 찾은 고방오리

 

도시의 생태환경은 비도시지역에 비해 당연히 더 좋을 리는 없다. 그래도 새들이 도시에 모이는 이유는 새들을 위협하는 포식자가 적고, 먹이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만 피하면 되는데, 도시의 사람들은 철새들을 적극적으로 잡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사람들이 적절한 거리만 유지한다면 새들이 도시에 머물 만하다. 

또한 비도시지역은 여전히 개발의 위협에 놓여 있지만, 도시는 오히려 사람들의 생태복지를 위해 다양한 생태복원을 시행하고 있는 점도 새들이 모이는 이유 중 하나다.

 

왜 겨울에 관찰이 더 쉬울까? 

우리나라에는 텃새 95종, 겨울철새 159종, 여름철새 83종, 나그네새 155종, 길 잃은 새 139종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LG상록재단 도감 기준). 계절별로 볼 수 있는 새는 계절철새의 수에 텃새의 수를 더해 단순 계산을 해보면 봄, 가을에 새들이 가장 많다. 

봄, 가을은 봄에 와서 가을에 돌아가는 여름철새, 가을에 와서 봄에 돌아가는 겨울철새, 지나가는 나그네새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봄, 가을에 만나는 나그네새는 도시지역을 거의 거치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산새들이 많이 있다. 봄, 가을에는 정확한 관찰 지점과 새들의 습성을 잘 아는 탐조가와 함께 관찰을 한다면 놀랍도록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반면 겨울에는 겨울철새의 대표격인 오리, 기러기들이 주로 탁 트인 하천에 머물고 덩치도 상당히 큰 편이라 초보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산새들도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나뭇가지에 앉기 때문에 더 잘 보인다. 그래서 겨울은 철새 관찰이 다른 계절보다 쉬운 편이고,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새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서울 남산에서 만난 노랑지빠귀

 

우리나라의 도시는 대부분 하천을 끼고 형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였는데, 이런 큰 강과 지천이 만나는 곳에는 먹이가 많아 새들이 모인다. 서울에서는 중랑천, 안양천, 탄천 등이 한강과 만나는 하류지역에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아오고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기러기가 관찰된다. 

물새들은 하천에서 주로 관찰되는 반면 작은 산새들은 수목이 무성한 공원에서 많이 관찰된다. 서울에서는 서울숲, 올림픽공원, 월드컵공원, 양재시민의숲 등에서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주 오래된 숲을 가진 고궁은 새들의 종 다양성이 매우 높다. 창경궁에서만 50여 종의 새들이 관찰되며, 춘당지라는 연못에는 원앙이 1년 내내 산다. 

 

볼 수 있는 새는? 

멸종위기 맹금류 말똥가리. 서울 창경궁

 

겨울하천에는 오리류가 가장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둥오리를 비롯하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알락오리, 원앙, 청머리오리, 비오리, 흰죽지, 넓적부리 등의 형형색색 다양한 오리들이 하천에서 겨울을 난다. 잠수의 명수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등도 하천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며 하천변의 초지에서 쥐를 사냥하려고 하늘 위를 날고 있는 황조롱이, 말똥가리와 같은 맹금류도 자주 보인다. 

공원 숲에는 부리가 두툼해서 딱딱한 작은 열매를 잘 까먹는 방울새, 검은머리방울새, 되새, 밀화부리, 콩새 등의 되새류, 풀씨를 먹으며 겨울을 나는 멧새, 노랑턱멧새, 쑥새 등의 멧새류가 풀숲을 스쳐 지나다닌다. 나무껍질 밑에서 겨울을 나는 곤충을 잡아먹는 박새류, 딱따구리류와 낙엽을 들춰 벌레를 잡아먹는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는 공원의 단골손님이다.

 

새를 보려면 필요한 것은? 

하천의 물새들은 약 50미터, 공원 숲의 산새들은 1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관찰이 가능한데, 맨눈으로 보면, 하천의 새는 모두 오리, 공원의 새는 모두 참새로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최소한의 도구로 쌍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떤 새인지 알기 위해서 도감 참조가 필요한데, 사진 도감보다는 세밀화 도감이 새의 표준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므로 그림 도감을 추천한다.

복장은 원색의 옷을 입으면 눈에 잘 띄어 새들의 경계가 심해지니, 갈색, 녹색, 검정색 계열의 외투를 입는 것이 좋다. 그리고 겨울이니 당연히 추위를 대비하여 따뜻한 옷을 입고 장갑을 반드시 챙기자.

 

주의할 점은? 

민물가마우지 떼의 비상. 한강

 

도시의 비둘기로부터 받은 인상 때문에 새들에게 함부로 가까이 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도시에서 살아가더라도 엄연한 야생동물이다. 관찰이 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돌을 던지거나 큰 소리를 질러 새들을 날리면 안 된다. 새들이 놀라서 갑자기 날게 되면 30분간 먹은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고 한다.  

TV에서 자연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 야생동물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처럼 우리에게는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아프리카의 사자가 아니더라도 바로 내 주변에 그와 같은 자연이 있다. 쌍안경을 통해 새들을 보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현장에서 보고 있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 느낌은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카피와 매우 비슷하다.  

일회용품 안 쓰기 같은 일상적인 생활습관이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시작일 수 있듯이 주변의 새들을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자연 속의 생명들을 지켜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 친구들과 함께 겨울철새를 만나러 도시로 가자.

 

* 환경연합 회원모임 ‘하호’가 만든 seoulbird.or.kr을 참조하면, 서울의 철새 관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서울환경연합에서는 매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보러 가자’라는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 · 사진 | 이병우 환경운동연합 회원이자 도시탐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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