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누구를 위한 갯벌매립이었나

바다, 바닷가, 하천, 호소, 구거, 그 밖의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수면 또는 수류 등을 공유수면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공동이 소유한 수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공유수면 관리책임과 사용허가권이 있을 뿐 그 누구도 공유수면을 처분할 권리를 법으로 정한 바 없다. 

하지만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가 매립을 허가한 연안과 갯벌 면적은 총 1429제곱킬로미터로 이 중 285.2제곱킬로미터의 갯벌과 바다가 매립으로 사라졌다. 매립된 공유수면은 어떻게 되었을까. 누구를 위한 매립이었을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민간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공유수면은 최소 27.4퍼센트에서 최대 72.8퍼센트에 이른다(공유수면매립지 소유권 분리 제도화를 위한 고찰, 2013). 공유수면 매립이 사회 공동의 재산을 특정 주체의 소유로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지적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애초의 매립목적과 달리 기업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예도 허다하다.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송도갯벌 매립사업은 토지조성 과정에서 737억 원, 민간건설업체가 택지를 구입,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7178억 원의 개발이익을 챙겼지만 부풀려진 분양가에 시민들의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동아매립지와 천수만은 공공의 자산이 어떻게 특정 기업에게 넘어가 부동산으로 전락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동아매립지

  • 시행사: 동아건설 
  • 매립면적: 총 3724만3000제곱미터
  • 목적: 농지조성 
  • 매립 후 이용현황: 수도권매립지, 화력발전소 및 하수처리장, 청라경제자유구역 등 

중동 경기의 침체로 건설 장비를 놀리고 있던 동아건설은 쌀 자립화를 위한 농지조성을 내세워 1980년 1월 농림수산부로부터 인천 서구 원창·경서·연희동 등지의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취득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매립공사를 시작해 1989년 준공한 것이 동아매립지다. 동아건설이 매립한 공유수면은 총 3724만3000제곱미터. 이 중 2075만 제곱미터는 수도권매립지 조성 터로 환경처에 팔았다. 당시 동아건설은 매립지 조성 관련 용역사업을 동아건설이 추천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것 등의 부대조건까지 달아 450억 원에 땅을 넘겼다. 이어 동아건설은 인천복합화력발전소와 공촌동하수처리장 등의 부지로 매립지 일부(39만4000제곱미터)를 또 넘겼다. 

동아건설은 남은 1609만9000제곱미터의 매립지를 농지로 사용하지 않았다. 반대여론이 높았지만 동아건설은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변경하기 위해 수차례 변경 신청을 냈다. 애초부터 농지조성은 속임수였고 땅장사를 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계기로 동아건설은 서서히 추락을 하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부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 일환으로 동아건설로부터 매립지 1229만7520제곱미터를 6355억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결국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부도 처리됐고 농어촌진흥공사는 동아매립지 매입으로 연간 600억 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이에 정부는 매입한 매립지 부지와 인근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청라지구다. 청라지구개발사업은 국제금융업무단지, 주거용지, 상업용지, 스포츠·레저단지, 첨단화훼단지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결국 공유수면 매립지에는 초기 농지조성이란 목적과는 달리  골프장 등이 들어서고 있다.

 

서산지구

  • 시행사: 현대건설 
  • 매립면적: 총 1억5409만제곱미터
  • 목적: 농경지 축산단지 조성 
  • 매립 후 이용현황: 골프장, 숙박단지 등 서산지구

1979년 농경지 축산단지 조성을 내세운 현대건설은 정부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태안군 남면과 홍성군 서부면을 연결하는 7686미터 길이의 방조제를 세웠다. 이로 인해 충청남도 서산시, 태안군, 홍성군 일원 공유수면 1만5409헥타르가 매립됐다. 서쪽으로는 태안과 안면도, 북동쪽으로는 서산시 그리고 동쪽으로는 홍성군과 보령시의 육지부로 둘러쳐져 있는 항아리를 엎어 놓은 듯한 천수만은 그렇게 사라졌다. 정부는 이 중 방조제, 담수호, 수로 등의 시설 부지 5085헥타르만 국가가 소유하고 전체 매립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만324헥타르는 현대가 소유하도록 했다.

1986년 공사를 마친 현대는 대규모 기계화 영농을 하면서 초기 목적대로 농사를 짓는 듯했다. 하지만 1999년 자금난을 이유로 현대는 농지의 3분의 2를 일반인에게 팔았다. 땅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05년에는 남은 농지마저 기업도시와 웰빙 레저 특구라는 명목으로 허가를 받아 개발하기 시작했다. 말이 기업도시이지 18홀의 골프장 8개와 숙박단지를 만드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대는 분양사업에 열을 내고 있는데 토지 분양가는 3.3제곱미터당 14만5000원이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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