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도 생태복원도 내다버린 김포공항 습지 골프장 건설

1종의 법적보호종부터 국제적 신종까지,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 김포공항 습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김포공항 담장 너머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세월동안 스스로 생태를 복원한 습지가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속하는 오곡습지와 부천시 고강동에 속하는 오쇠습지다. 2004년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항공기 안전을 위해 이곳을 매입하였다. 항공기 안전을 이유로 기존의 경작은 사라지고 지난 몇 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이후 자연은 신비롭게도 이곳에 다양한 생물들을 품게 되었다. 

 

생명의 땅 김포공항습지 

습지는 비가 내리면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 들였다가 땅이 가물면 물을 내뿜어 항상 촉촉한 땅으로 유지가 된다. 그래서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을 품는 자연의 어머니다. 풀숲을 해치며 먹이를 찾는 개개비, 물가를 가르는 제비, 논이랑을 뛰어다니는 참개구리, 그리고 황조롱이, 뜸부기 등이 사람들에게 잊힌 이 습지를 안식처 삼아 평화로이 살고 있다.   

이런 김포공항 습지에 위기가 찾아왔다. 당초 한국공항공사는 대부분의 부지가 훼손되어 녹지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골프장개발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골프장 개발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완성단계에 있지만 개발논리로 인한 부실한 생태계 조사가 우려되어 정확한 조사를 통한 사실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환경연합 등 44개 단체들은 김포공항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조사하고, 습지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지난 9월 1일 ‘김포공항습지 시민조사단’을 발족했다. ‘김포공항습지 시민조사단’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김포공항 골프장 예정부지 및 주변지역 동식물 등 생물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매주 모니터링을 통해 습지의 생물종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등의 발견은 이들의 먹이 활동이 가능한 만큼 김포공항 습지의 먹이사슬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국제적 신종 금가재거미 ⓒ김포공항습지 생명다양성 시민조사단

 

시민들이 직접 김포공항 습지의 생물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안전 규정 위반인 골프장 건설 계획 

한국공항공사와 국토부는 시민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이곳 습지의 생태가 잘 보전되어 있어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현재는 항공기안전을 이유로 골프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새로운 변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와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항공기안전에 골프장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적합하다는 근거가 있다. 바로 국토부 자신들이 만든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2012.5.31.)’이 그것이다. 개정 이전에는 ‘골프장’을 조류충돌방지관련 부적합 시설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후 개정안에서는 슬그머니 ‘골프장’을 삭제하고 ‘잔디재배시설’을 부적합 시설로 대체해 넣었다. 용어만 바꾸어놓고 ‘골프장’은 ‘잔디재배시설’이 아니라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골프장 개발 사업은 생태복원도, 항공기 안전이라는 명분도 이미 모두 잃은 사업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골프장’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김포공항 골프장 예정부지 14킬로미터 근방에 이미 4~5개 골프장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왜 골프장 사업을 계획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을 위한 공간 되어야

현재(2014년 12월 기준) 김포공항 습지에는 법적보호종만 31종 그리고 국제 신종이 1종 발견되었다. 한번 훼손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지금의 자연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생태적인 방향으로 생태체험 학습장 조성 등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중한 생태자원을 극히 일부 시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으로 낭비하는 것보단 훨씬 현명하고 옳은 결정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공항공사는 스스로가 주장한 항공기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항골프장 사업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


글 | 이혜진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