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최문순 도지사는 약속을 지켜라” 홍천 주민들의 호소에도 강원도는 골프장 토지 강제수용을 허가했고 주민들은 터전에서 내쫓기고 있다

 

골프장이 공익시설로 인정받으면서 불거지는 문제는 토지의 강제수용이다. 골프장 토지강제수용의 문제는 25년부터 시작되었다. 1987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은 ‘사치성 시설’로 규정됐다. 하지만 1988년 ‘골프의 대중화’를 선언한 노태우 정부는 1989년 골프장을 ‘관광업’에서 ‘체육시설’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2년 2월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골프장을 공익시설로 만들어 주었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토지강제수용이 가능하게 했다. ‘골프장 건설로 경기부양’ 구호를 내걸었던 노무현 정부는 민간 골프장 업자에게 토지 강제수용의 권한까지 주고 말았다. 지방 토호세력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너도나도 골프장 건설에 나섰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재결현황은 2003~2008년까지 342건으로 161만4061제곱미터에 이른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골프장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후 2년 6개월 동안 그 피해는 증가하여, 2011년 6월까지 1136건, 389만416제곱미터 면적의 토지를 강제 수용했다. 

 

위헌이지만 어쩔 수 없다?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헌법 23조 3호에서 규정하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관련 국토계획법 제2조제6호라목이 ‘헌법 불합치’임을 판결했다. 헌재는 “만약 이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법의 효력이 상실돼 도시계획시설사업에 꼭 포함돼야 할 시설까지도 사업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다.”라고 했다. 문제는 헌재의 애매한 판결이 사업자를 비호하는 정부에 빌미를 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 1일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는 민간 조성의 골프장과 스키장 등 모든 민간체육시설은 종전의 토지를 80퍼센트만 매입하면 강제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반해, 강제로 토지 수용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토지를 100퍼센트 확보해야 함을 명시하는 도시계획시설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다. 다만 기존사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정안 시행 당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입안제안을 했거나 시장, 군수가 입안 결정신청을 한 경우에는 종전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뒀다. 2012년 12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하는 조건이었다. 이 경과규정은 당시 186개의 골프장에 직격탄이 됐다.  

국토해양부로서는 주민 피해가 있지만 추진중인 골프장까지 강제 수용을 금지한다면 대규모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어 사업자편을 들어준 것이다. 국회는 2012년 12월 18일 국토계획법 제2조제6호라목 중 “문화시설·체육시설”을 “문화시설 및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체육시설”로 일부개정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체육시설의 경우 공공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기반시설로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현행법의 위헌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해명을 했지만 신규골프장의 토지강제수용만 금지했을 뿐 추진중인 골프장은 강제수용을 허용한 것이다. 위헌이지만 토지강제수용은 어쩔 수 없다는 이 논리는 골프장 피해주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10월 14일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동막리 주민들이 토지강제수용을 반대하며 최문순 도지사에게 항의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지켜지지 않은 도지사의 약속 

최문순 도지사는 골프장을 위한 ‘토지강제수용’은 막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특위를 해체하고 강제수용이 진행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동막리 주민들은 지난 5월 6일 도청관사노숙항의에 이어 지난 8월 27일 도청에서 노숙을 다시 시작했다. 최 지사는 도청 문을 걸어 잠그고 식사 반입, 화장실 출입, 침구 사용 등을 못하도록 막았다. 심지어 야간에 화장실을 가는 주민들을 미행까지 했다. 무장한 청경들의 횡포는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주민들을 위해 침구를 가져온 연대자들의 출입도 막았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를 인정해서 시정조치를 했다.  

주민들의 안타까운 호소에도 8월 29일 강원도는 회의실 셔터를 내린 채 가구로 창문을 가리고, 청경을 동원해 방어하는 가운데 16명 21필지를 강제 수용했다. 전국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최 지사는 “소송에 패했고, 원주민은 소수고,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 해명했다. 소수라던 동막리 주민들은 9월 29일 골프장 사업자의 수용집행으로 삶의 터전을 뺏긴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소송핑계를 대기 전 2011년 위헌판결을 알고 있다면 사업자에게 ‘협의매수’를 요청해서라도 토지수용을 막아야 했다. 보상이 아니라 취소를 위해 투쟁하는 주민이 있고,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2011년 11월 4일부터 406일의 노숙 끝에 주민들과 합의한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강릉, 원주, 홍천지역 8개 마을에 대한 전면재검토를 하기로 약속했다. 2013년 ‘특위’ 활동은 2013년 12월 4일 구만리 골프장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내고 활동을 마쳤다. 최문순 도지사는 구만리 골프장을 취소하면서 강원도골프장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언론에 알리고 4월 4일 ‘특위’를 해체했다. 이해 당사자인 주민대책위와 특위엔 알리지도 않았다. 5월 8일 특위위원장과 만남이 있던 날, ‘특위’는 해체했지만 선거이후에 재선되면 다른 기구를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재선 이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피눈물로 성사된 ‘특위’를 해체하려면 주민과 소통해야 했다. 검토하지 않은 나머지 마을에 대해서도 취소가 됐든, 사후관리 문제든 마무리를 지어야 옳다.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지난 9월 29일 토지수용이 시작됐다. 홍천군 서면 동막리 정 씨(48세)는 조상 대대로 농사지어온 농토와 선산을 골프장 짓는 데 강제로 내줘야 했다. 묘지는 이미 사전에 훼손돼서 유골도 찾을 수 없다. 변 씨(56세) 부부는 19년간 가꿔온 집과 나무 800그루와 살림살이까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빼앗겼다. 집 앞으로 흐르던 하천도 홍천군이 사업자에게 팔아 용도 폐천된 상태로 묻히고 있다. 무너지는 집터에 앉아 며칠을 울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김 씨(75세) 부부는 20년 전 귀농했다. 통나무집을 짓고, 농토를 개간하며 가축을 길렀다. 현재 토지수용이 재개되면서 거주지를 빼앗겨 인근마을로 임시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지만 형편이 말이 아니다. 백 씨(54)는 골프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112마리의 돼지가 폐사했고, 최근 남아있는 모돈 26마리도 치우지 않는다고 사업자들이 산속으로 끌고 가 가둬놓은 상태다. 농장을 강제수용하기 위해서 주민이 불응하면 행정대집행을 통한 행위를 해야 함에도 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가 약속을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천군 서면 두미리 신 씨(58세)는 지난 2011년 10월 31일 농토와 선산 4만4628제곱미터를 대명 ○○골프장에 수용당하고 분묘 4기를 불법 발굴 훼손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신 씨는 현재 25건의 민형사상의 소송을 진행하며 싸우고 있다. 처절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은 수용된 땅에 대한 공탁금도 찾지 않고 있다. 취소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탁금을 찾는다고 해도 대체할 땅을 살 수도 없다. 무엇보다 삶의 자리를 상실한 아픔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으로 토지수용 원천무효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법은 이들 편이 아니다. 게다가 수용된 입장이기에 보상을 받았다는 비난도 견디기 힘들다.  

골프장이 공익시설이 아니라는 개정된 법이 있지만 신규골프장에만 적용된다는 행정논리 속에 현실은 버젓이 반대로 가고 있다. 골프장 건설을 위한 토지 강제수용이 과연 헌법 23조 3항의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수용’인가? 상식적으로 골프장을 짓는 것은 사업자나 이용자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행위이지 공공 필요에 의한 것일 수 없다. 온전한 정신으로는 납득이 안 된다. 현행법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골프장에 땅을 빼앗기는 주민들은 기댈 법도 나라도 잃어버린 채 침몰하고 있다.  

“토지강제수용이 합법인 나라, 돈이 있으면 위헌이라도 되돌릴 수 없는 나라” 이건 아니다. 골프장 사업이 대형개발 사업이기에, 대형개발 사업이 손해를 보면 안 되기에 소수의 주민은 피해를 감수하라는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묻고 싶다.



글•사진 | 박성율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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