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 청정지역, 봉화군 석포리에 무슨 일이?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너머로 보이는 영풍 석포제련소 모습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위치하고 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소재지는 경상북도이지만 차로 15분 정도면 강원도 태백시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강원도에 가까운 태백산 자락 마을에 있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에 설립된 아연 제련소로 온산공단에 있는 고려 아연 자회사와 함께 국내 아연의 80퍼센트를 공급한다. 대형서점 영풍문고와 건전지 알카바로 알려진 영풍그룹은 2013년 기준으로 연 1조10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는 재계 28위권 그룹이다. 

지난 8월 15일,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를 갔다. 1970년대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작은 마을 석포리에는 18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를 끼고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아름다운 비경을 보면서 과연 이런 곳에 제련소가 있을까 의문이 들 즈음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낙동강 바로 옆에 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거대한 제련소, 온통 붉은 흙을 드러낸 인근 산들과 듬성듬성 흉물스럽게 말라죽은 소나무들 그리고 뻘겋게 물들어 있는 강가의 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모습들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열목어 서식지가 있는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청정지역 봉화군의 명성을 단번에 잊게 해 주었다. 마을 입구에 걸린 “우리지역 환경은 우리가 지킬테니 외부에선 간섭하지 마라!”, “발전하는 석포경제 외부인이 짓밟는다. 지역경제 파탄 내는 외부세력 박살내자”라는 제련소 관련 공사업체와 석포번영회에서 내건 살벌한 현수막 문구들이 그동안 이 지역에 해결되지 못한 채 켜켜이 쌓인 환경오염 문제를 대변해 주고 있는 듯했다. 

 

오염 심각한 석포제련소 일대 

석포제련소는 이미 2000년 초반부터 작업장의 열악한 환경과 카드뮴 중독 의심 증상 등 공장 근로자들 건강 이상 증세로 문제가 되었던 곳이다. 이와 더불어 석포리 주민들도 호흡기 장애 등 여러 건강 이상 증상과 인근 하천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 농작물들이 자주 병들어 수확이 되지 않는 문제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 왔었다.  

지난 10월 2일 환경연합과 (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어 석포제련소 주변 중금속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석포제련소 결과를 2007년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충남 서천군 소재 (구)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와 비교해 보았다. 장항제련소는 1936년 설립된 제련소로 인근에 1992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현재 제련소에서 500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제련소 사원 아파트와 토양 중금속 오염부지 매입이 진행중인 곳이다. 이곳은 토양 오염도에 비례해서 주민의 체내 중금속 농도가 높고 일부 주민에서 카드뮴 과다 노출에 의한 신세뇨관 미세손상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석포제련소의 경우 (구)장항제련소보다 오염이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내 카드뮴의 경우 (구)장항제련소의 최고 농도치인 3.38mg/kg보다 4.3배나 높은 14.7mg/kg이 검출되었다. 아연의 경우는 (구)장항제련소의 최고 농도치인 698.67mg/kg보다 2.9배인 2052.4mg/kg이 검출되었다. 이는 다른 제련소나 폐광산에 비해도 높은 수치이며, 토양에 오염된 카드뮴이 강우 등을 통해 이동하면서 작물이나 어패류에 영향을 미쳐 환경과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석포제련소 주변 6곳의 토양 중금속 조사결과를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으로 살펴보면 카드뮴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기준에 해당하는 지점이 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연의 경우 토양오염 대책기준에 해당하는 지점은 2곳이었으며, 토양오염 우려기준에 해당하는 지점은 2곳으로 나타났다. 토양정화대책이 시급했다. 

인근 토양조사뿐만 아니라 대기 중 비산먼지의 중금속 조사도 진행했다. 대기 중 비산먼지 중금속 측정은 제련소 주변 3곳에서 진행하였는데, 석포제련소 제3공장 주변 지점에서 카드뮴이 0.0326㎍/㎥로 WHO 권고기준 0.005㎍/㎥를 6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납의 경우 0.3394㎍/㎥로 국내 대기환경기준 0.5㎍/㎥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석포제련소 인근 조사는 이전에도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그 중에서 2012년 5월 18일 경상북도의회(행정보건복지위), 경상북도 녹색환경과, 보건환경연구원, 산림환경연구원, 봉화군이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제련소 주변 카드뮴 토양 오염 수치는 최고 19.7mg/kg, 최저 4.9mg/kg으로 나타났다. 아연의 경우 최고 1848.2mg/kg, 최저 737.1mg/kg으로 나타났다. 또한, 70대 주민들이 호흡기 장애를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주민 건강과 농작물 오염은 뒷전 

발암물질인 카드뮴에 노출될 경우 기관지염, 폐기종, 폐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폐부종, 폐암 및 신장손상, 전립선암, 신장암, 단백뇨, 빈혈, 후각상실, 골다공증, 골연화증 등이 유발된다. 아연에 접촉, 흡입 또는 섭취에 의한 증상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 나타나며, 만성 노출 시 빈혈, 간손상, 신장손상 등이 나타난다. 

201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서 석포제련소 인근의 농작물(대파) 중금속 분석 결과 2곳의 대파에서 카드뮴이 각각 0.176ppm, 0.177ppm으로 나타나 카드뮴 기준치(0.05ppm)를 초과한 적이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농작물은 수매 및 폐기되었으며, 이는 제련소 인근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 준다. 이외에도 추가로 농작물 피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대한 정밀조사는 현재 없는 상황이다.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의 토양 중 카드뮴 오염은 다른 오염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작물과 어패류 등 식이원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의 카드뮴 노출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카드뮴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며, 주요 노출경로를 확인하여 노출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도 봉화군은 이전부터 주민건강영향조사는 많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 소비되는 과정으로 주민회의 등 여론조사 및 동향을 파악해 조사의 필요성을 확인한 후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며 주민건강조사를 미루어 왔었다. 올해 4월에는 한 전직 경북도의원이 제련소 인근 지역 주민 467명의 건강검진 동의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얽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접수하지 못하고 내용조차 공개되지 못했다가 최근 언론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공개된 적도 있다.

 

D지점(매립장)에서 토양시료를 채취하는 현장조사단 

 

지금이라도 사태 파악해야 

이러한 열악한 작업환경과 환경오염 문제들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수십 년을 지속해온 가운데 오히려 석포제련소는 기존의 1, 2공장 외에 낙동강 변에 아연슬러지를 재처리해 아연을 추출하는 제3공장을 불법으로 증설했다. 봉화군과 환경부의 묵인하에 일단 무허가로 공장을 짓고, 봉화군은 이미 다 지은 3공장을 뒤늦게 적발하여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석포제련소 측은 강제이행금을 납부한 후 오히려 양성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을주민들은 석포제련소 제3공장 무허가 가동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3공장 건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빨리 제련소 주변의 환경훼손 지역에 대한 제련소의 원상복구와 주민건강영향조사 그리고 3개월 이내에 석포제련소 1, 2공장에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최신설비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간 환경오염문제와 주민건강문제를 덮어왔던 환경부와 봉화군은 이제부터라도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 정밀조사와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와 환경연합은 주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문제를 조사하고 주민요구에 부응하여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집행하는지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글 | 고도현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 | 환경안전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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