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하천을 준설해 준설토를 유기농지에 성토하려는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은 대표적인 아이치 목표에 어긋나는 정책이다 ⓒ조영권
세계시민사회는 평창에서 열리는 제12회 생물다양성협약 총회(COP12)를 맞아 전 세계의 300여 단체로 구성된 CBD연대(CBD Alliance)를 구성해 각국 정부의 활동에 대응해왔다. 한국시민사회도 36개의 여성·환경·농민·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2014년 2월 <생물다양성당사국 총회 한국시민네트워크>를 결성(이하 한국CBD)하고 ‘지역주민 참여에 의한 생물다양성 보호와 지속가능발전’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한국CBD는 CBD연대는 물론 지구의벗(FoEI), 제3세계 네트워크(TWN), 일본람사르네트워크(Ramsar Network Japan), 유엔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 사무국, 국제원주민/지역주민 보호구역 컨소시엄(ICCAs), 월정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CBD연대는 총회 전인 10월 4일과 5일에 ‘생물다양성협약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주요 이슈별 전략세션’을 개최하고, 총회가 시작되면 매일 협상에 관한 총회 참여 국가들의 입장을 공유하고 로비 전략을 논의하는 ‘NGO회의’를 진행한다. NGO 입장에서 총회를 리뷰하는 뉴스레터 『ECO』도 제작해 각국 정부 대표단, 유엔 관계자, 시민들에게 매일 배포한다.
한국CBD는 파트너 그룹들과 함께 다양한 민간 차원의 프로그램을 준비(표1-한국과 세계시민사회단체 주최 주요 프로그램 참조)하고 있다. 한국CBD를 비롯한 CBD연대가 집중하는 주요 활동은 가장 먼저, 지난 2010년 나고야 회의에서 결정되어 현재 전 세계 당사국들이 이행하고 있는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비판적 점검과 더욱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제안 활동이다.
특별히 한국CBD는 「아이치 목표(Aichi Biodiversity Targets) 이행에 관한 한국 현황 보고서」와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고서와 입장문은 생물다양성협약을 이행하는 의장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국가 차원의 협약 준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다.
생물종다양성 보호를 위한 계획과 실천
평창 총회의 주요 의제는 먼저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이행사항 점검과 이후의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은 △개발과 과도한 이용에 따른 피해로부터 지구생태계가 스스로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 내의 모든 생명들이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지구생태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워졌다. 전략계획은 5개의 전략과 20개의 목표로 설계됐다. 아이치 목표(ABT : Aichi Biodiversity Targets)라 불리는 이들 목표와 관련해 전 세계 NGO들은 CBD연대를 중심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나온 아이치 목표 관련 평가 중 가장 공신력 있는 리뷰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4년 6월 「지구생물다양성전망 4차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전략계획과 목표들은 대부분 2020년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들’ 이지만 ‘달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매우 미미’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먼저 20개의 아이치 목표 가운데 현재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2020년 목표달성이 가능한 아이치 목표는 다음의 4개다. 아이치 목표11의 경우, 최소 17퍼센트의 육지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연안해양 지역의 보호구역 10퍼센트 확대는 달성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목표16의 나고야 의정서 발표 및 이행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목표17이 세우고 있는 2015년까지 회원국들이 국가전략계획을 사무국에 제출하는 일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아이치 목표19의 생물다양성 가치·기능·변동추이·손실시의 결과에 관한 과학기술적 기반을 개선하는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달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2020년까지는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아이치 목표들도 있다. 아이치 목표1의 이해관계자들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아이치 목표2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회원국의 국가계획에 연결하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020년까지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아이치 목표3의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없애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목표는 전반적으로 볼 때, 주요한 진전은 없고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해보조금에 대한 인식은 증가하더라도 이를 폐지하는 적극적인 조치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생물다양성을 장려하는 긍정적 인센티브 개발과 적용의 경우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러한 경우가 유해한 인센티브들과 비교할 때 그 수가 너무나 적어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평가됐다.
또한 아이치 목표5의 산림 손실 속도와 서식지 훼손을 최소한 절반으로 줄이고 가능한 0에 가깝게 한다는 것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아이치 목표11의 해양보호구역을 10퍼센트까지 확대하는 목표도 영해에 관해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배타적 경제수역과 공해에서는 2020년까지는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아이치 목표 이행의 현주소
한국 정부의 생물다양성 보호 의지는 아이치 목표 국내 이행 실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한국CBD는 이번 총회 기간에 한국을 찾는 세계시민사회의 많은 NGO들에게 한국 자연생태계의 현실, 한국의 지역생태계를 지키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활동을 알리고자 한다. 한국CBD가 주목하는 다음의 사례들은 그 어떤 한국 정부의 주장보다 한국 생태계, 그리고 그 생태계와 공동운명체인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놓인 처지를 드러내는 것들이다.
△생물다양성총회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의 가리왕산(1561미터)은 보존가치가 매우 큰 산으로서 2008년 6월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됐고 2012년 5월까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69만7000제곱미터) 조성을 이유로 가리왕산은 2012년 6월 유전자보호림 지정이 해제됐다. 2014년 8월 경기장 조성을 위한 벌목이 시작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전자, 종, 서식지 보호는 전 세계 정부의 명확한 책임이고 역할이다.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조성을 이유로 500년 이상된 원시림을 벌목하는 행위는 국민들에게 주최국으로서의 자긍심 대신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가리왕산을 벌목하지 않고도 활강경기를 치룰 방법이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헌장에도 친환경 올림픽 개최가 언급되어 있다는 점을 한국CBD는 주목한다.
△낙동강 상류 장파천에 들어서는 영양댐도 한국 정부의 아이치 목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는 사업이다. 수심이 채 20센티미터도 안 되는 장파천에 높이 70미터, 너비 480미터 이상의 대형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댐 건설시 218만 제곱미터(66만 평)이 수몰되고 67가구가 이주를 해야 한다.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댐으로 규정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댐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 물범이 서식하는 가로림만에 너비 2킬로미터가 넘는 댐을 건설하여 26메가와트 발전기 20개를 건설하려는 가로림조력발전(주)의 계획 또한 지역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위치한 백암산, 그 정상에 2.12킬로미터에 달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있다. 산림청은 2006년 백암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이어 환경부도 ‘DMZ 일원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연구’에 따라 백암산을 생태경관보전지역 최우선 추천 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바로 그 산을 정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해 주었고 화천군과 효성(주)이 2014년 3월 케이블카 공사를 착공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연천 군남댐에서 파주 탄현면의 한강 합류부까지 84.5킬로미터 구간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하겠다고 나섰다. 이 구간의 준설토는 장단반도 내 유기농 경작지인 거곡지구에 3~4미터 높이로 쌓을 예정이다. 지역농민들이 25년 동안 경작하던 유기농 단지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곳 유기농 경작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은 인근 초중학교 급식용으로 전량 수매돼왔다. 농민에겐 경제적 이익을, 학생들에겐 건강한 밥상을 선물하던 이 유기농 경작지는 더구나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였다. 사람과 자연에게 두루 이로운 지역공동체의 핵심지대가 정부 주도 개발사업의 희생양이 된 상황이다.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을 두 곳이나 해제하고 개발을 허가한 것은, 지역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의 대의는 물론 아이치 목표 이행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저버린 결정이며 한국 정부의 아이치 목표 이행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이치 목표2는 국가개발계획 수립시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고려하여 개발계획 입안을 명시하고 있다. 점박이 물범의 서식지에 대규모 조력단지를 건설하고,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에 준설토 성토장을 조성하고,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인 가리왕산과 백암산의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아이치 목표2는 물론 1,5,7,12,13 목표 이행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벨라루스의 경우, 대통령 우선이행사항으로 ‘이탄지대(peat land) 보호선언’을 통해 개발보다 보전을 선택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부는 ‘광산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이행함으로써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였다. 한국 정부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의장국으로서 협약과 반대되는 사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지역민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시민성 회복의 과정
가로림만의 지역주민들, 영양댐의 지역주민들, 파주지역의 주민들의 메시지는 ‘지역생태계를 지키며 지금처럼 미래에도 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농지가 준설토 성토지로, 갯벌이 조력발전지대로, 모래가 흐르는 자연하천이 대형댐 수몰지와 자갈밭으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한국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보상으로 인한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생태적 가치를 존중하며 습지와 숲을 지키며 현명하게 자연을 이용하고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지구생태계를 구하는 주인공들이다.
한국CBD는 지역생태계를 지키는 주민들, 세계시민사회와 함께 한국 정부의 개발사업 중단과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평창 당사국총회는 한국 정부의 반환경 개발사업 중단으로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이행 모범국가로 한국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이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은 잘 포장된 행사가 아니라 지역생태계와 지역주민이라는 공동체를 구하는 용기 있는 정책 전환의 행동이다.
글 | 김춘이 CBD 한국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국제/정책팀 처장
자연하천을 준설해 준설토를 유기농지에 성토하려는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은 대표적인 아이치 목표에 어긋나는 정책이다 ⓒ조영권
세계시민사회는 평창에서 열리는 제12회 생물다양성협약 총회(COP12)를 맞아 전 세계의 300여 단체로 구성된 CBD연대(CBD Alliance)를 구성해 각국 정부의 활동에 대응해왔다. 한국시민사회도 36개의 여성·환경·농민·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2014년 2월 <생물다양성당사국 총회 한국시민네트워크>를 결성(이하 한국CBD)하고 ‘지역주민 참여에 의한 생물다양성 보호와 지속가능발전’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한국CBD는 CBD연대는 물론 지구의벗(FoEI), 제3세계 네트워크(TWN), 일본람사르네트워크(Ramsar Network Japan), 유엔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 사무국, 국제원주민/지역주민 보호구역 컨소시엄(ICCAs), 월정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CBD연대는 총회 전인 10월 4일과 5일에 ‘생물다양성협약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주요 이슈별 전략세션’을 개최하고, 총회가 시작되면 매일 협상에 관한 총회 참여 국가들의 입장을 공유하고 로비 전략을 논의하는 ‘NGO회의’를 진행한다. NGO 입장에서 총회를 리뷰하는 뉴스레터 『ECO』도 제작해 각국 정부 대표단, 유엔 관계자, 시민들에게 매일 배포한다.
한국CBD는 파트너 그룹들과 함께 다양한 민간 차원의 프로그램을 준비(표1-한국과 세계시민사회단체 주최 주요 프로그램 참조)하고 있다. 한국CBD를 비롯한 CBD연대가 집중하는 주요 활동은 가장 먼저, 지난 2010년 나고야 회의에서 결정되어 현재 전 세계 당사국들이 이행하고 있는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비판적 점검과 더욱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제안 활동이다.
특별히 한국CBD는 「아이치 목표(Aichi Biodiversity Targets) 이행에 관한 한국 현황 보고서」와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고서와 입장문은 생물다양성협약을 이행하는 의장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국가 차원의 협약 준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다.
생물종다양성 보호를 위한 계획과 실천
평창 총회의 주요 의제는 먼저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이행사항 점검과 이후의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은 △개발과 과도한 이용에 따른 피해로부터 지구생태계가 스스로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 내의 모든 생명들이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지구생태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워졌다. 전략계획은 5개의 전략과 20개의 목표로 설계됐다. 아이치 목표(ABT : Aichi Biodiversity Targets)라 불리는 이들 목표와 관련해 전 세계 NGO들은 CBD연대를 중심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나온 아이치 목표 관련 평가 중 가장 공신력 있는 리뷰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4년 6월 「지구생물다양성전망 4차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전략계획과 목표들은 대부분 2020년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들’ 이지만 ‘달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매우 미미’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먼저 20개의 아이치 목표 가운데 현재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2020년 목표달성이 가능한 아이치 목표는 다음의 4개다. 아이치 목표11의 경우, 최소 17퍼센트의 육지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연안해양 지역의 보호구역 10퍼센트 확대는 달성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목표16의 나고야 의정서 발표 및 이행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목표17이 세우고 있는 2015년까지 회원국들이 국가전략계획을 사무국에 제출하는 일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아이치 목표19의 생물다양성 가치·기능·변동추이·손실시의 결과에 관한 과학기술적 기반을 개선하는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달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2020년까지는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아이치 목표들도 있다. 아이치 목표1의 이해관계자들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아이치 목표2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회원국의 국가계획에 연결하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020년까지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아이치 목표3의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없애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목표는 전반적으로 볼 때, 주요한 진전은 없고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해보조금에 대한 인식은 증가하더라도 이를 폐지하는 적극적인 조치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생물다양성을 장려하는 긍정적 인센티브 개발과 적용의 경우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러한 경우가 유해한 인센티브들과 비교할 때 그 수가 너무나 적어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평가됐다.
또한 아이치 목표5의 산림 손실 속도와 서식지 훼손을 최소한 절반으로 줄이고 가능한 0에 가깝게 한다는 것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아이치 목표11의 해양보호구역을 10퍼센트까지 확대하는 목표도 영해에 관해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배타적 경제수역과 공해에서는 2020년까지는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아이치 목표 이행의 현주소
한국 정부의 생물다양성 보호 의지는 아이치 목표 국내 이행 실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한국CBD는 이번 총회 기간에 한국을 찾는 세계시민사회의 많은 NGO들에게 한국 자연생태계의 현실, 한국의 지역생태계를 지키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활동을 알리고자 한다. 한국CBD가 주목하는 다음의 사례들은 그 어떤 한국 정부의 주장보다 한국 생태계, 그리고 그 생태계와 공동운명체인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놓인 처지를 드러내는 것들이다.
△생물다양성총회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의 가리왕산(1561미터)은 보존가치가 매우 큰 산으로서 2008년 6월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됐고 2012년 5월까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69만7000제곱미터) 조성을 이유로 가리왕산은 2012년 6월 유전자보호림 지정이 해제됐다. 2014년 8월 경기장 조성을 위한 벌목이 시작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전자, 종, 서식지 보호는 전 세계 정부의 명확한 책임이고 역할이다.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조성을 이유로 500년 이상된 원시림을 벌목하는 행위는 국민들에게 주최국으로서의 자긍심 대신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가리왕산을 벌목하지 않고도 활강경기를 치룰 방법이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헌장에도 친환경 올림픽 개최가 언급되어 있다는 점을 한국CBD는 주목한다.
△낙동강 상류 장파천에 들어서는 영양댐도 한국 정부의 아이치 목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는 사업이다. 수심이 채 20센티미터도 안 되는 장파천에 높이 70미터, 너비 480미터 이상의 대형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댐 건설시 218만 제곱미터(66만 평)이 수몰되고 67가구가 이주를 해야 한다.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댐으로 규정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댐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 물범이 서식하는 가로림만에 너비 2킬로미터가 넘는 댐을 건설하여 26메가와트 발전기 20개를 건설하려는 가로림조력발전(주)의 계획 또한 지역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위치한 백암산, 그 정상에 2.12킬로미터에 달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있다. 산림청은 2006년 백암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이어 환경부도 ‘DMZ 일원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연구’에 따라 백암산을 생태경관보전지역 최우선 추천 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바로 그 산을 정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해 주었고 화천군과 효성(주)이 2014년 3월 케이블카 공사를 착공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연천 군남댐에서 파주 탄현면의 한강 합류부까지 84.5킬로미터 구간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하겠다고 나섰다. 이 구간의 준설토는 장단반도 내 유기농 경작지인 거곡지구에 3~4미터 높이로 쌓을 예정이다. 지역농민들이 25년 동안 경작하던 유기농 단지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곳 유기농 경작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은 인근 초중학교 급식용으로 전량 수매돼왔다. 농민에겐 경제적 이익을, 학생들에겐 건강한 밥상을 선물하던 이 유기농 경작지는 더구나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였다. 사람과 자연에게 두루 이로운 지역공동체의 핵심지대가 정부 주도 개발사업의 희생양이 된 상황이다.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을 두 곳이나 해제하고 개발을 허가한 것은, 지역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의 대의는 물론 아이치 목표 이행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저버린 결정이며 한국 정부의 아이치 목표 이행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이치 목표2는 국가개발계획 수립시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고려하여 개발계획 입안을 명시하고 있다. 점박이 물범의 서식지에 대규모 조력단지를 건설하고,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에 준설토 성토장을 조성하고,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인 가리왕산과 백암산의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아이치 목표2는 물론 1,5,7,12,13 목표 이행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벨라루스의 경우, 대통령 우선이행사항으로 ‘이탄지대(peat land) 보호선언’을 통해 개발보다 보전을 선택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부는 ‘광산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이행함으로써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였다. 한국 정부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의장국으로서 협약과 반대되는 사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지역민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시민성 회복의 과정
가로림만의 지역주민들, 영양댐의 지역주민들, 파주지역의 주민들의 메시지는 ‘지역생태계를 지키며 지금처럼 미래에도 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농지가 준설토 성토지로, 갯벌이 조력발전지대로, 모래가 흐르는 자연하천이 대형댐 수몰지와 자갈밭으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한국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보상으로 인한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생태적 가치를 존중하며 습지와 숲을 지키며 현명하게 자연을 이용하고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지구생태계를 구하는 주인공들이다.
한국CBD는 지역생태계를 지키는 주민들, 세계시민사회와 함께 한국 정부의 개발사업 중단과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평창 당사국총회는 한국 정부의 반환경 개발사업 중단으로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이행 모범국가로 한국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이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은 잘 포장된 행사가 아니라 지역생태계와 지역주민이라는 공동체를 구하는 용기 있는 정책 전환의 행동이다.
글 | 김춘이 CBD 한국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국제/정책팀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