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로 지적하든지 성에 차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강의 본류에 이어, 지류 하천까지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있다.
내성천은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과 함께 영주시를 빛나게 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상이라는 뜻 그대로, 사행천(蛇行川)인 내성천은 영주시를 이러저리 감싸 안으며 흘러가면서 다양한 물돌이(河回) 마을들을 만든다. 그 가운데 400년 된 전통마을이자 인동 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내성천과 금강마을이 4대강사업으로 사라지거나 수몰된다는 소식을 듣고 환경단체 회원들과 현장을 찾았는데, 주로 4대강사업으로 사라지는 역사문화의 현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항의와 문화재청의 지시로 뒤늦게 발굴조사에 들어가자 각종 유물과 유적이 쏟아져 나온 영주댐 수몰지구 ⓒ정수근
문화재는 뒷전인 수자원공사
사실 영주댐 수몰지구 일대는 이미 문화재청과 경북도에서 제작한 문화재분포지도에도 많은 유물 산포지가 존재했었다. 정부가 문화재분포지도를 만든 것은 각종 개발공사 시 미리 만들어 둔 문화재분포지도를 참고해서 각종 난개발이나 토목사업을 피해가려는 의도다. 토목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분포지도에 근거해서 육안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문화재지표조사와 문화재발굴조사를 실시한 후,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 그 가치판단의 결과에 의해서 토목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영주댐 공사는 이런 선행 작업 없이 강행됐다. 수몰예정인 금강마을에는 경상북도 지정 고택문화재도 다수 존재하지만 그들에겐 이런 한옥문화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필자와 환경단체, 언론들은 내성천을 파괴하는 영주댐 건설현장의 문화재조사 미준수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한국수자원공사는 토목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영주댐 담수의 중심지인 금강마을 언덕까지 파괴하려 했던 수자원공사에 문화재청은 유물이 집중적으로 산포된 지역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 놀라운 유물과 유적이 발굴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생산된 생활 유구·유물, 불교 관련 유구·유물들이 대거 확인된 것이다. 유물도 금속류, 자기류, 기와류 등을 망라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또한, 고려시대 사찰인 금강사와 그 터를 확인했는데, 불교 관련 유물의 상당수는 보물급 이상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 중에는 보물급도 포함되어 있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광명대 사진제공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수장될 뻔한 보물급 유물
금강사 터 우물에서 발견된 높이 33.2센티미터의 ‘광명대’에는 제작 시기, 동기 등을 밝혀주는 38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학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명대는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문물과 풍속을 쓴 ‘고려도경’에도 언급된 유물이다. 명문을 보면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왕생극락을 위해 구리로 광명대를 만들어 금강사 불전에 바쳤다는 내용과 봉헌자, 제작 시기(1186년) 등 많은 정보가 확인된다. 아울러 이번 문화재 발굴로 확인한 고려 광명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장례 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동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쥔 관음보살인 양류관음을 선으로 새긴 ‘경상’(구리거울)도 출토품으로는 처음 확인됐다. 불교의례에 사용된 ‘경자’(작은 종)도 출토됐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발굴 결과를 문화재청과 수자원공사는 숨기기에 급급했고, 앞으로도 제대로 조사할지도 의문이다. 수자원공사가 이 지역에 대한 담수화 작업 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화재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미 공사부터 시작하고 보는 행태인데, 이는 이미 4대강사업 곳곳에서 일어났던 현상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 조사가 마무리된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대를 사적 지정하고 보존해야
필자의 판단으로는 절터의 면적이 넓어 앞으로 발굴조사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댐 건설은 당장 중단해야 하며 담수 여부는 문화재 조사가 완료된 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재 조사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도 금강사 터에 대해 “중심 조성시기인 고려시대 건물지 조사가 완료되면 현 건물지 하부에 존재하는 고려시대 이전 유구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지적하고 있다. 발굴된 유적에 대한 보존 및 처리 방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수천 곳의 폐사지가 존재한다. 아직 조사도 안 된 곳이 많으며, 또한 이번 금강사처럼 절 이름이 또렷하게 발견된 곳은 몇 안 된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며, 우리나라 폐사지 중 이름이 정확히 알려진 곳은 대부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금강사 터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글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자 문화재전문위원, 육의전박물관장
4대강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로 지적하든지 성에 차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강의 본류에 이어, 지류 하천까지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있다.
내성천은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과 함께 영주시를 빛나게 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상이라는 뜻 그대로, 사행천(蛇行川)인 내성천은 영주시를 이러저리 감싸 안으며 흘러가면서 다양한 물돌이(河回) 마을들을 만든다. 그 가운데 400년 된 전통마을이자 인동 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내성천과 금강마을이 4대강사업으로 사라지거나 수몰된다는 소식을 듣고 환경단체 회원들과 현장을 찾았는데, 주로 4대강사업으로 사라지는 역사문화의 현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항의와 문화재청의 지시로 뒤늦게 발굴조사에 들어가자 각종 유물과 유적이 쏟아져 나온 영주댐 수몰지구 ⓒ정수근
문화재는 뒷전인 수자원공사
사실 영주댐 수몰지구 일대는 이미 문화재청과 경북도에서 제작한 문화재분포지도에도 많은 유물 산포지가 존재했었다. 정부가 문화재분포지도를 만든 것은 각종 개발공사 시 미리 만들어 둔 문화재분포지도를 참고해서 각종 난개발이나 토목사업을 피해가려는 의도다. 토목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분포지도에 근거해서 육안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문화재지표조사와 문화재발굴조사를 실시한 후,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 그 가치판단의 결과에 의해서 토목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영주댐 공사는 이런 선행 작업 없이 강행됐다. 수몰예정인 금강마을에는 경상북도 지정 고택문화재도 다수 존재하지만 그들에겐 이런 한옥문화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필자와 환경단체, 언론들은 내성천을 파괴하는 영주댐 건설현장의 문화재조사 미준수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한국수자원공사는 토목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영주댐 담수의 중심지인 금강마을 언덕까지 파괴하려 했던 수자원공사에 문화재청은 유물이 집중적으로 산포된 지역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 놀라운 유물과 유적이 발굴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생산된 생활 유구·유물, 불교 관련 유구·유물들이 대거 확인된 것이다. 유물도 금속류, 자기류, 기와류 등을 망라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또한, 고려시대 사찰인 금강사와 그 터를 확인했는데, 불교 관련 유물의 상당수는 보물급 이상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 중에는 보물급도 포함되어 있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광명대 사진제공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수장될 뻔한 보물급 유물
금강사 터 우물에서 발견된 높이 33.2센티미터의 ‘광명대’에는 제작 시기, 동기 등을 밝혀주는 38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학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명대는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문물과 풍속을 쓴 ‘고려도경’에도 언급된 유물이다. 명문을 보면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왕생극락을 위해 구리로 광명대를 만들어 금강사 불전에 바쳤다는 내용과 봉헌자, 제작 시기(1186년) 등 많은 정보가 확인된다. 아울러 이번 문화재 발굴로 확인한 고려 광명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장례 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동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쥔 관음보살인 양류관음을 선으로 새긴 ‘경상’(구리거울)도 출토품으로는 처음 확인됐다. 불교의례에 사용된 ‘경자’(작은 종)도 출토됐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발굴 결과를 문화재청과 수자원공사는 숨기기에 급급했고, 앞으로도 제대로 조사할지도 의문이다. 수자원공사가 이 지역에 대한 담수화 작업 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화재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미 공사부터 시작하고 보는 행태인데, 이는 이미 4대강사업 곳곳에서 일어났던 현상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 조사가 마무리된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대를 사적 지정하고 보존해야
필자의 판단으로는 절터의 면적이 넓어 앞으로 발굴조사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댐 건설은 당장 중단해야 하며 담수 여부는 문화재 조사가 완료된 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재 조사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도 금강사 터에 대해 “중심 조성시기인 고려시대 건물지 조사가 완료되면 현 건물지 하부에 존재하는 고려시대 이전 유구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지적하고 있다. 발굴된 유적에 대한 보존 및 처리 방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수천 곳의 폐사지가 존재한다. 아직 조사도 안 된 곳이 많으며, 또한 이번 금강사처럼 절 이름이 또렷하게 발견된 곳은 몇 안 된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며, 우리나라 폐사지 중 이름이 정확히 알려진 곳은 대부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금강사 터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글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자 문화재전문위원, 육의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