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곡소리 나는 골프장 이제는 끝내야 할 때

광활했던 숲을 깎아내고 골프장을 건설하던 곳은 업체 부도로 현재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현장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방치되어 있어 토사유출 등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 문제로 시끄럽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단어들이 있다. 멸종위기종 누락, 산림축적 부실조사, 주민동의서 위조, 공동체 분열 등이 그것이다.  

 

골프장이 마을을 상대하는 법 

일반적으로 골프장은 주민제안서로 시작된다. 이때 주민은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사는 이만이 아니다. 해당지역 공무원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주민이 될 수 있고 제안서를 낼 수 있다. 골프장 주민제안서는 대부분 골프장사업자가 제출한다. 이어 골프장사업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당 시군, 환경청, 산림청 등에 서류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승인받고 통과하면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인허가 과정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낸 서류를 들고 현장과 비교해 본 이라면 문제는 금세 발견할 수 있다. “골프장 인허가 절차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 내용만 보자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처음부터 마지막 서류까지 현장과 다르다는 게 문제”라며 박성율 강원도골프장반대대책위원장은 지적한다. 사업 부지에 멀쩡히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나 법종보호종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빠져 있고 입목축적조사서에는 나무 수령과 크기가 다르게 기재되어 있거나 해당지역에 서식하지도 않는 나무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사업자가 제출한 주민동의서도 논란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동의서에 도장이 찍혀있고 한 번도 본적 없는 이들의 이름과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등장한다. 이 같은 문제는 인허가 과정에 제출하는 서류와 조사가 모두 사업자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장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체는 골프장 사업자가 돈을 주고 고용한 업체다. 그렇다보니 공정한 조사보다는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보고서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현장 운동가의 전언이다. 해당 공무원 역시 인력부족을 내세우며 그들이 제출한 서류만 검토할 뿐이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해 문제를 발견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 시군은 골프장 인허가를 내렸고 사업자는 현장을 훼손해 검증이 불가능하게 만든 후다. 만약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부실하다고 밝혀지더라도 관계기관은 서류 보완 혹은 대행업체만 영업정지 내지는 벌금을 부과할 뿐 인허가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봤자 골프장사업자는 법대로 했다며 큰소리치고 해당 시군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답답하고 억울한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 사업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그들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시군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점점 지쳐가고 골프장은 공사를 진행한다.

  

골프장은 공익시설이 아닌 영리사업장 

가장 큰 문제는 골프장이 공익시설로 분류돼 토지 강제수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골프장 사업자는 골프장 토지 면적의 80퍼센트를 확보(동의 포함)하면 도시계획시설의 설치를 제안할 수 있으며,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아 나머지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골프장 개발로 강제 수용된 토지는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전국 49곳 389만416제곱미터에 달한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골프장은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장이며 공익시설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경기도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려면 1억5000만 원 상당의 회원권을 분양받던가 아니면 그린피 16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캐디 10만 원, 카트 8만 원 등까지 따지면 골프 한 번 치려면 4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서민들이 이용하기엔 부담스런 비용이며 공익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골프장 피해 주민들은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골프장 사업과 같은 사기업의 영리사업을 이유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골프장 등을 기반시설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31일 현재 시행 전 인허가 과정에 있는 신규 골프장에 대해선 예외를 두어 헌법재판소의 판결 후에도 골프장 개발로 인한 토지강제수용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왜 골프장에 목을 맬까 

골프장에 대한 정부 지원도 골프장사업자에 힘을 실어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골프장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더니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4대강사업뿐만 아니라 골프장에 대해서 인허가 과정을 대폭 축소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특별시•광역시•도를 기준으로 임야면적 가운데 골프장 면적 비율이 5퍼센트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삭제됐다. 또한 골프장 부지에 국유림이 20퍼센트 이상 포함되지 않도록 한 산림청의 산림·수림지 비율 규정은 40퍼센트로 높아졌고 골프장 경사도 기준도 20도에서 25도로 완화했다.  

그 결과 문화관광체육부에 등록된 골프장은 2012년 기준으로 총 440개다. 그 면적이 4억1358만6793제곱미터나 되는데 이는 서울 남산 140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여기에 더해 2013년 1월 1일 기준으로 64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에 있으며 44개의 골프장은 건설을 앞두고 있다.  

왜 사업자들은 골프장 개발사업에 목을 맬까. 일단 골프장 인허가만 받으면 곧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은 18홀 기준으로 63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골프장의 회원권 분양규모는 평균 1768억 원이다. 결국 골프장 하나를 건설하면 1138억 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더군다나 자기 자본 없이도 은행대출, 회원권 분양 등을 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지자체는 세수증대와 일자리창출을 기대하며 골프장을 적극 지원한다. 세법상 골프장은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일반 세율의 5~17배가 중과되기 때문에 세수증대 효과가 크다. 실제로 용인시 처인구에 따르면 2013년 18개소 골프장으로부터 걷어 들인 지방세가 398억5200만 원으로 전체 지방세 중 10퍼센트를 차지했다. 골프장 하나당 약 22억 원의 지방세를 낸 셈이다. 하지만 국회예산처는 광활한 개발면적과 골프장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비해 실질적인 골프장 세수확보 효과는 2~3억 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도 부풀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8홀 평균 고용인원은 150명, 지역주민은 대부분 주방, 경비, 청소, 잡초제거 등 일용직 30~50명이다.  

 

넘쳐나는 골프장, 업계도 울상 

하지만 골프장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골프장 업계에서조차 울상을 짓고 있다. 2013년 KS레저개발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회원제 골프장 140개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퍼센트다. 조사 대상 골프장의 절반에 가까운 69개소가 영업손실을 보였으며 특히 강원(-41퍼센트)과 제주(-37퍼센트)지역 골프장들의 경영적자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 악화로 세수를 체납하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제주도에서는 전체 29개 골프장 중 5군데가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액만 30억 원이다. 경기도 역시 7곳의 골프장이 192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고 전라북도 골프장 6곳도 45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2012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적자업체 비중이 2009년 152개(44.2퍼센트)에서 2011년 174개(50.6퍼센트)로 증가해서 도미노 부도를 우려했다. 공사중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거나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와 법정다툼을 벌여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골프장들은 토목공사로 표토가 노출된 채 장기간 방치되어 있어 토사유출에 의한 수질오염이나 사면붕괴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이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전국이 골프장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고 골프장 업계마저 불황을 겪고 있지만 골프장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적정 골프장 면적이나 수를 조사한 적이 없다. 토지 이용 계획에도 골프장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주민제안에 따라 시장, 군수가 골프장 입안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의 난립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은 더 이상 골프장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도 꼭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몇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산지전용 타당성평가 제도의 도입이다. 산지전용협의 또는 산지전용허가 신청자는 해당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고, 공익법인형태의 산지조사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산림조사서 및 평균경사도를 조사하고 산지전용 타당성평가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때 산지전용허가 또는 산지전용 협의시, 경사도분석 및 산림조사서 등 기초 자료와 검토내용은 주민들에게 공개하도록 명시한다. 두 번째는 골프장 개발 시 적정 개발이익을 환수토록 하고, 지역개발세를 도입하여 골프장건설로 인한 피해주민 등 지역주민들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골프장 운영 시 지역주민 및 지역단체의 환경감시를 의무화하는 것도 제안한다. 이밖에도 골프장의 지하수에 대한 규제 및 빗물 이용시설 의무화, 유역 또는 마을 등을 기준으로 골프장에 대한 총량 규제, 사전환경성검토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경우 차후 재평가할 수 있는 방안과 부실작성업체에 대한 징벌제 등 도입을 제안한다.   

위 사항은 지난 2010년 전국골프장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피해주민과 환경단체가 제안한 개선방안이다. 하지만 골프장 문제가 끝나지 않은 지금 이들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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