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골프공화국 홍천엔 나이스 샷은 없었다

ⓒ전종민

동막리에 진행중인 골프장 공사 현장. 허허벌판 위 작은 언덕들은 묘다 ⓒ정종민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마을 어귀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기계를 점검하고 수리하려는 농민들로 북적인다. 강원형 할아버지도 경운기를 찬찬히 살핀다. 올해 80세인 강 할아버지는 이곳 구만리로 이사 온 지 30년이 됐다. 골프장 이야기를 꺼내자 강 할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진다. “저기가 상수원인데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말이 돼?”하며 산을 가리킨다.  

 

“처음부터 사기였다” 

주민들은 골프장 사업은 시작부터 사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엔 오가피 농장을 한다면서 땅을 매입했어요. 주민들도 그러는 줄 알았지. 그리고 간벌사업을 하는데 좀 이상하더라고. 좋지 않은 나무들을 솎아내는 게 간벌인데 어떻게 된 게 좋은 나무들까지 죄다 베어버리는 거야.” 이 사이 간벌사업을 한다며 업체가 이곳에서 벌목한 나무는 27.72헥타르에서 2688그루나 된다. 그제야 주민들은 그곳에 오가피농장이 아닌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주민들이 골프장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시골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주민들은 골프장이 어떻게 생긴 건지, 골프장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미 골프장이 들어선 지역들을 찾아다녔다. “한 20여 곳을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사정은 비슷했어요. 골프장 인근 하천은 하나같이 다 청태가 끼었고 오염이 되었더라고. 주민들 말로는 골프장 들어서고 4~5년 되니깐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도 못 먹게 됐다고 그래요. 일자리창출도 없었어요. 처음엔 일용 잡부로 한두 사람 고용을 하다가 나중에 다 잘랐다고 하대요.” 강 할아버지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전했다. 골프장 피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주민들은 골프장을 막아야 한다며 뜻을 모았고 대책위를 꾸렸다. 

그렇게 시작한 주민들의 싸움이 벌써 9년째다. “주민들이 골프장을 반대하니깐 용역깡패들을 동원해서 막더라고. 폭행당해 병원에 실려 가고 경찰에 잡혀가고 난리도 아니었어.” 집회라곤 해본 적 없던 농민들은 강원도청 앞에서 400일 넘게 천막농성도 하고 홍천군청 앞에서도 1년 넘게 숙식하며 농성을 했다. 반대 집회에 일인시위까지 합하면 수도 없다. 이 싸움이 이토록 오래갈 줄은 주민들 누구도 몰랐다.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그렇다 치더라도 골프장 인허가 절차에서 업체가 제출한 산림조사서며 환경영향평가서 등이 다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산작약, 백부자, 담비, 하늘다람쥐, 둑종개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함에도 없다고 누락시키고 산림조사서(임목축적)도 현장과 달랐다. 사업자가 제출한 주민동의서도 문제였다. “주민들이 동의를 안 해주니까 한밤중에 노인네들 찾아가 1000만 원씩 주면서 동의서를 받았대요. 제대로 판단 못하는 노인네들에게 어느 집은 받았는데 왜 안 받느냐고 윽박질러서 주민들도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합디다. 그런데도 여의치 않으니 외지인 50여 명을 주민 등록시켜놓고선 주민들이 찬성했다고 서류를 제출했어요.” 강 할아버지는 생각할수록 기가 찬다.  

주민들은 이를 밝혀내면 골프장 허가가 취소되고 골프장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항의를 하니깐 산림청에서 산림조사를 나왔어요. 근데 마지못해 나왔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주민들이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말라고 막아섰더니 오히려 산림청에서 주민들을 특수공무방해죄로 고발했어요. 50여 명이 유치장에 갇히고 법원을 오갔지.” 그나마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다고 인정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은 재조사를 요구했고 2012년 9월 가까스로 공사를 중지시켰다.  

구만리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에 강원도는 결국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만리 골프장 사업계획승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끝낸 골프장 특위는 골프장 사업계획승인을 취소할 것을 강원도에 권고, 마침내 지난 2월 13일 최문순 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직권 취소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을 반기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쇼로 끝나는 건 아닐까.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까지 가면 어쩌나 이래저래 불안하다.  

 

보상 받지 못하고 쫓겨난 주민들의 절규 ⓒ박은수

 보상 받지 못하고 쫓겨난 주민들의 절규 ⓒ박은수

 

골프장이 망하거나 마을이 망하거나 

구만리에서 산 하나를 넘으니 허허벌판 공사장이다. 이곳에도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텅 빈 마을에는 “회원권 사주세요. 주민들이 보상을 못 받아요.”란 붉은색 글자가 선명하다. 업체가 아닌 주민들이 써 붙인 거라고 했다. 그 사연이 기가 막히다. 주민들은 피해보상을 해준다는 업체의 말에 토지를 넘겼다. 지난 2009년 골프장 공사가 시작됐지만 사업시행자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2012년 9월 공사가 중단됐다. 보상도 받지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회원권이 팔리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직접 회원권 분양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다른 업체가 사업을 맡으면서 공사가 다시 시작됐지만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방면을 지나 차로 한 시간, 홍천군 서면 모곡리 작은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도 골프장은 들어섰다. 2012년 개장했다는 골프장은 마을 위에 군림하는 성처럼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을과 동떨어진 고급스런 이미지는 위화감마저 들 정도다. 골프장 바로 밑에 살고 있는 주민은 골프장 때문에 좋아졌냐고 묻자 “하나도 없다. 그땐 골프장이 뭔지도 모르고 동의서를 찍어줬지. 헌데 후회돼.”하며 고개를 흔든다. 주민에 따르면  골프장이 들어선 후 마을 밭은 뻘밭으로 변했다. 비가 오면 골프장에서 내려오는 토사 때문이다. 마을을 흐르던 개천 물은 오염됐고 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식수가 끊기는 일이 생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로만 듣던 농약 사용에 대한 실체도 눈으로 확인했다. 골프장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한 농약병을 내놓았는데 그 양이 1톤짜리 자루 15개나 됐다. “우리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 골프장 한다고 하면 적극 말릴 겁니다.”라며 주민은 전한다.  

 

골프장이 뭐길래, 묘지까지 파헤쳤다 

홍천군 서면 동막리 주민들은 구만리 주민들만큼이나 골프장 때문에 기가 막힌다. 문제는 마을을 품에 안고 주민들이 명산이라 우러르던 장락산이 어느 회장님의 눈에 들고서부터다.  “골프장사업자 모기업이 송전탑 공사를 주로 하는 세안이엔씨입니다. 장락산에 송전탑 공사를 하러 왔다가 이곳에 골프장을 짓겠다 결심을 했대요.” 동막리골프장 반대대책위원장 정종민 씨의 말이다. 세안의 골프장 건설 때문에 장락산 산자락이 잘려나갔다. 평화롭던 마을도 두 동강이 났다.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들은 얼굴도 안 봐요. 친척끼리 제사도 같이 안 지냅니다.” 변해버린 마을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정 위원장은 “동막리는 골프장 비리의 온상”이라고 비판했다. 입목축적 부실조사, 사업자 지정고시 토지소유자 2분의 1 이상 동의절차 불법 이행, 비산 농약 주민 피해 부실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 미이행 등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심지어 사업자는 골프장 개발을 위해 멀쩡히 물이 흐르는 하천을 물이 흐르지 않는 폐천이라 속여 하천 일부 구간을 넘겨받았다. 사업자는 허위로 작성한 문서를 홍천군에 제출했고 홍천군은 국토교통부로부터 폐천 허가를 받아 사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홍천군의 협조와 묵인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정 씨는 주장했다. “웅골천은 폭이 6~8미터로 물이 흐르는 하천인데 3미터 되는 구간을 뚝 잘라서 팔아먹은 겁니다. 사업자는 그곳에 관을 묻어 자갈로 덮고 매립했어요. 이 때문에 주민들은 홍수 피해 위험성이 더 커졌습니다.”라고 우려했다. “인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이 그래요. 문제는 인정하지만 골프장을 취소할 경우 사업자가 입는 피해가 커서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떤 주민들이 그걸 받아들입니까?” 그는 도대체 공무원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물었다.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골프장 사업자는 도를 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2011년 6월 세안레저는 매입하지 못한 토지 확보를 전제로 골프장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들의 거부로 땅을 매입하지 못하자 묘지까지 훼손한 것이다. 그중에는 정 위원장 조상의 묘도 있었다. “2011년 8월 27일 벌초를 하러 갔는데 조상님 묘가 파헤쳐 있었어요.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니 한 달 전에 파헤쳤다고 하더라고요.” 정 씨 조상의 묘뿐만 아니라 그 일대 17기의 묘소가 훼손됐다. 12기 묘는 가운데 뾰족한 기둥만 남긴 채 깎아냈고 5기 묘는 형체도 알 수 없이 사라졌다. “그 전부터 골프장 사람들이 그 땅을 팔라고 찾아왔어요. 팔 생각이 없다고 돌려보냈는데 이런 짓을 한 거죠.” 

묘지를 훼손하고 마을을 두 동강이 내면서 시작한 골프장 건설은 지난 2월 공사가 중단됐다. 세안레저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장비업체들이 유치권을 발동한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된 일이었다. 세안레저는 총 공사비 1100억 원 중 400억 원은 모기업에서 빌려오고 나머지 800억 원을 대출받아 골프장 건설을 시작했다. “자기 자본금 없이 골프회원권을 팔아 대출을 갚을 요량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죠. 결국 노동자들 임금까지 체불하는 사태까지 왔다고 봅니다.”  

강원도 산골마을은 한 마을 건너 골프장이거나 골프장 공사장이다. 현재 홍천군에는 5개의 골프장이 운영중이며 3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이다. 이것으로 부족해 인허가절차가 진행중인 골프장도 4개나 된다. 산 아래 물 맑은 마을은 점점 골프장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간절하게 외친다. “이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 제발.”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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