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정부가 AI 사태 키웠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USA)에서 고병원성 AI 및 중국 신종 H7N9 AI 바이러스 등을 분양받아 연구하는 AI 전문가다. 그는 이번 AI 발생은 철새가 아닌 방역당국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 교수에게 이번 AI 발생 사태와 방역에 문제는 없는지,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지 물었다.  


정부는 이번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야생조류(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랫동안 AI를 연구해온 전문가로 이러한 정부 주장에 동의하는가. 

철새가 원인이 되려면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성립되어야 하는데 과학적 증거들이 부족하다. 우선, 철새가 원인이라면 오리농장에서 발생하기 이전 철새 분변 및 사체에서 고병원성 H5N8형 AI가 검출된 바가 있어야 한다. 국내 경우 2009년부터 현재까지 농림부 주관으로 전국 수의과대학 9개 실험실에서 전국 철새도래지의 분변 검사를 수행해 왔는데, 이번 AI 발생 이전,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H5N8형 AI가 검출된 바가 없고 철새 사체에서도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없다. 국제적으로도 발행된 논문 및 유전자은행에 고병원성 H5N8형 AI가 철새에서 검출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오리와 닭에서 AI가 발생하면 주위 환경 및 농장은 AI로 오염되고 철새, 텃새 및 야생동물 등도 2차 전염원으로 작용한다. 전라북도 동남저수지에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가 죽은 것은 야간에 먹이를 찾기 위해 고병원성 AI로 오염된 발생농장 주위 및 논 등에 방문 후 감염되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AI 역학조사위원회도 철새가 피해자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환경단체와 동물단체에서는 AI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I발병 및 확산에 사육방식과 관련성이 있는가. 

공장식 밀집사육을 하면 오리 및 닭이 면역이 떨어져 AI가 발생할 가능성 높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이러스 감염을 억압하는 물질인 인터페론(interferon) 분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더라도 면역이 강하다면 닭과 오리는 바이러스를 몸속에 억압하고 방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오리 및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인접 농장들은 공기를 통해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에 밀집사육하지 않는다고 고병원성 AI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  


정부는 AI가 발생하자 항공방제 등을 실시하며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을 했지만 확산을 막지 못했다. 정부의 초기대응이 잘못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단 고병원성 AI가 오리 및 닭 농장에 발생하면 엄청난 바이러스로 발생농장 주위가 오염되고 바이러스가 포함된 공기 입자 및 깃털 등에 의해 오리 및 닭 농장으로 확산된다. 최초 발생지인 고창 종오리 농장 주변을 항공방제를 포함한 집중적인 방제를 했으면 AI의 확산을 차단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인데, 방역당국은 철새에 항공 방제를 실시함으로써 초동방역에 실패를 한 것이다. 일단 AI가 발생되면 주변 환경이 엄청난 바이러스에 오염되기에 철새, 텃새, 야생동물을 비롯한 모든 것이 2차 전파원으로 작용하지만 주요 전파원은 발생농장의 오리 및 닭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공기입자다. 

또한, 2014년 1월 16일 고창 종오리농장 농민이 산란율 저하, 설사 및 약 10마리의 오리가  폐사되자 방역당국에 신고했고 국내 발생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리 특성상 고병원성 AI에 감염되어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농민이 신고하는 단계는 상당한 수의 오리가 감염된 상태이고, 방역당국이 이야기하는 21일 잠복기를 계산하더라도 고병원성 AI는 수주 전에 이 농장에 있었던 것이다.  


2011년 구제역과 AI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당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정부대응의 문제점과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때와 지금 정부의 대응이 달라진 것이 있는가. 

구제역 때와 다른 것은 관련 차량에 GPS를 달아 발생농장 출입을 제한하고,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도입한 것이다. 즉, 기계적 전파만 막으면 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AI의 주요 전파방법은 공기전파다. 이동중지명령 및 GPS를 달았지만 여전히 AI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살처분 방식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 외에도 바이러스를 땅속에 매립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을 불러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살처분 방식, 문제는 없는가. 

가장 좋은 것은 사체를 소각해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법인데 비용 측면에서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조류는 고병원성 AI 감염력이 높기에 현재로서는 백신을 도입하지 않는 한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구제역 당시 백신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현재 백신으로 예방하고 있다. AI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는 건가.  

정부는 구제역 때도 백신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살처분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백신을 도입했다. AI 경우도 살처분만으로 차단할 수 없기에 비발생지역 중심으로 AI 백신을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게 현 상황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백신에 의해 오리 및 닭의 몸속에 만들어지는 항체보다 더 효과적인 방역은 이 세상에 없다. 국내에는 백신이 생산되어 있지 않으니, 외국에서 만들어진 백신 중 현재 국내 발생 AI와 항원성이 맞은 AI 백신을 수입하여 접종하면 된다.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서는 발생농장은 살처분 및 비발생 농장은 백신 정책을 도입하는 두 가지 정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홍콩 포함),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는 이 두 정책을 사용하고 있고, 지금까지 1130억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의 고병원성 AI 백신을  가금에 접종한 바 있다. 

 

AI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5번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에 대해 방역당국은 무한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AI에 관해서는 후진국 수준이다. 최초 발생 고창 종오리 농장의 H5N8형 AI 발생 원인을 밝히는 것은 차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국내발생 가능성 및 외부 유입 가능성을 함께 두고 과학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발생 원인의 열쇠 역할을 하는 고창 종오리 농장에서 분리한 H5N8형 고병원성 AI 유전자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샘플을 전문가들에게 분양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AI의 숙주가 되는 닭 및 오리의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가금을 사육하고 있다. 또한, 닭 및 오리 농장에 분기별 바이러스 검사 비율을 현재의 1퍼센트 미만에서 10퍼센트 이상 높여 농민이 신고하기 전 고병원성 AI를 검출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농민이 발생을 막을 수 없기에 방역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백신도 국내 생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앙방역협의회 위원 중 AI 전문가 위촉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의 AI 전문가들은 특정 출신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데 쓴 소리하는 전문가들을 많이 위촉해 정책 결정에 활용하여 또 다른 10년, AI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  

 

글 |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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