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법이 불러낸 망령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2000여 개의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국제기업들이 들어와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전시 마케팅하는 상설 전시관이 열리고, 국제규모의 컨벤션센터에서는 연간 50회 정도의 건축 및 디자인 관련 대규모 엑스포, 트레이드 쇼가 개최된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수만 연간 180만 명에 달한다. 총사업비는 10조 원이지만 외국인의 직접투자효과는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 돈으로 호텔 3곳(4000실), 주택 7558가구, 국제학교, 특화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이 172만1000제곱미터(약 52만 평)의 그린벨트를 허문 자리에 건설된다. 11만 개 일자리와 연간 7조 원의 경제적 이익 창출은 이 사업의 파급효과다.  

경기도 구리시에 들어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Guri World Design City: GWDC)’ 이야기다. 

 

4대강사업의 연장 

인구 20만 구리시는 현재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디자인을 선도하는 창조도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투자주체가 있고 맞춤형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실패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실 이 사업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친수구역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초헌법적 법이라 불리는 친수구역법은 보전해야 할 4대강변을 오만가지 예외규정을 두어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친수구역개발은 4대강사업의 연장으로 간주되는 만큼 시민환경단체들이 이 사업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이 사업은 보전해야 할 한강변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사업부지는 천만 서울시민들의 식수를 얻는 잠실상수원보호구역으로부터 500미터 떨어진 곳이다. 그린벨트를 허무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들이 생업까지 포기하면서 지켜온 한강 식수원 보호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러다 보니 물이용부담금까지 내면서 생명수 확보에 목을 맨 서울시로서는 이 사업을 극렬히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구리시는 이 사업이 대단한 사업이고 국가경제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성공은 구리시만의 생각이고 꿈일 뿐이다. 구리시가 2011년에 낸 ‘신성장 녹색도시 조성 및 월드디자인센터 타당성 분석용역’ 보고서상의 타당성 역시 그 논거가 견고하지 않다.  

 

황당한 사업 타당성, 뻥튀기한 구리시 

먼저 타당성 보고서에서는 GWDC는 미국 디자인센터(미국엔 4개가 있음)의 동북아시아 지사 수준이다. 그러나 구리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월드디자인시티를 미국업체의 아시아 지부를 넘어 ‘세계적 디자인 혁신의 심장부’로까지 부풀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GWDC 시설규모의 수요추정에 모두 미국의 경험치, 즉 미국의 상권분석에서 나온 기준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구리가 디자인시티 입지로 선정된 과정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해, 홍콩•광저우, 동경,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5개 후보지를 비교했는데 한국이 가장 높게 나왔고 동경이 가장 낮게 나왔다. 비교 대상이 한국은 국가단위고 다른 곳은 모두 도시단위로 비교단위 자체가 다른 것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입지후보지로 가장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 다시 구리, 김포/고양, 송도 세 도시를 비교한 결과 구리가 1순위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지타당성의 애매함은 구리시의 월드디자인시티 건립 타당성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GWDC의 시설용지수요 추정은 구리시의 현실과 맞지 않는 조건과 방식으로 도출돼 전반적으로 부풀려져 있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계획은 크게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등과 고급주거시설로 나누어져 있다. 구리시가 실제 발표한 GWDC 면적(토지이용계획)은 172만1723제곱미터(52만 평)로 타당성 보고서에서 추정한 시설 소요면적의 약 2.5배나 된다. 개발규모와 내용을 뻥튀기한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식으로 월드디자인시티 유치와 건설을 빌미 삼아 도시개발규모를 늘리다 급기야 철지난 ‘신도시’ 건설로까지 판을 키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성 시가지 내에서 토지를 적절히 재활용하는 방식보다 신규 토지를 확보해 개발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했고, 그 결과 보존용 토지인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허무는 대안이 선택되었다. 그린벨트를 허문 자리에 신도시급 GWDC가 조성되면 서울과 구리의 도시연담화가 촉진되어 그에 따른 난개발,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이곳 그린벨트는 한강 식수원 보호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해제되어선 안 되는 곳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추진을 위한 국제투자자문단(NIAB)은 투자안정성, 수익률 보장, 법적 보호를 구리시를 넘어 대한민국정부가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투자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은 인천 송도, 용산, 영종 하늘도시 같은 곳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외국투자자에 대한 특권, 즉 수의계약으로 친수구역 토지를 매입. 임대하거나, 일괄 공급하는 등의 특혜적, 특권적 법적 장치를 구리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작년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때문에 사업추진의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하지만, 설혹 통과되었다 해도 그로 인한 문제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신개발주의의 망령 

GWDC는 신개념의 디자인산업을 유치해 구리시의 발전을 물론, 국가적 차원의 디자인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미래창조경제를 지향하면서, 그 실현 방법에서는 토건적 개발사업으로 부풀려 있다. 그린벨트와 같은 자연생태계와의 조화보다는 파괴를 당연시하며, 기개발지를 재활용하기보다 저가녹지(그린벨트)를 막무가내로 풀어 부동산 개발을 도모하고, 이를 위해 친수법과 같은 초헌법적 법을 빌리는 등이 GWDC의 개발방식이다. 설혹 개발사업이 성공한다하더라도, 구리와 같은 작은 지방도시에 대규모 ‘외국인 조차지’ 혹은 ‘식민지’가 조성되어 도시를 두 개로 절단할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급급해서인지, 이러한 부문에 대한 검토나 대책은 전혀 없다. 근본 물음은 구리시가 과연 글로벌 디자인 허브가 될 수 있느냐 이지만,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편파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이루어져 전혀 신뢰할 수 없다. 

 

글 | 조명래 단국대 교수 

 

제2의 4대강사업 친수구역 조성사업

4대강사업이 강을 괴롭히는 사업이었다면, 날치기로 통과된 친수구역특별법은 강변을 개발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구리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구리 토평동 일대 52만 평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리시에서 구리도시공사를 통해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시유지매각과 채권 발행을 통한 2조 원의 직접투자 및 외자유치 8조 원 등 총 10조 원의 사업비가 투여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구리시는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을 위해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 7월 부결된 친수구역 수의계약을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수구역 개발은 총 5곳이다. 이중 부산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가장 먼저 친수구역으로 지정받아 추진되었지만 현재 진행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에코델타시티에 대한 수익성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자 국토부는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지난 1월 대전 갑천지구,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도 친수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전 갑천지구의 경우 지역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구리 월드디자인시티는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지만, 경제적 타당성 및 상수원보호구역 오염 우려 등으로 아직 절차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글 | 신재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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