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는 대청호 인근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이다.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 때문에 마을은 수변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대청호를 지키고 더불어 살아오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펼치고 대청호 유역 환경감시와 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마을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2009년부터 반딧불이 축제와 빙어 축제를 직접 주도하면서 마을의 활성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대청호에 골프장이라니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에 추진 중인 골프장 예정 부지. 인근에 대청호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은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걱정이 태산이다. 2011년 한 업체가 마을 인근에 축구장 230개 규모, 27홀의 골프장(약 49만 평)을 건설하겠다며 마을을 들쑤셨다. 주민들은 골프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생업을 뒤로 하고 옥천군청 앞에 천막을 치고 1년 넘게 농성도 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골프장 계획은 잠정 중단되었다. 그렇게 정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업체가 다시 골프장 건설 제안서를 옥천군에 제출하면서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재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평화가 깨지고 있다.
골프장 재추진의 논리는 골프가 과거에 비해 대중화되었고, 옥천에는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정규 홀 골프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어김없이 들고나왔다. 그야말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을 무시한 처사이다. 더군다나 400만 충청인의 식수원인 대청호 인근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라니!
산지가 잘 발달된 지역에 건설된 골프장이 환경적으로는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약에 대한 피해와, 약해진 지반에 의한 산사태와 이런 피해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골프장 주변의 마을 이야기는 이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 더욱이 최근 현장 조사에 나선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지역의 단체는 애기뿔소똥구리, 팔색조, 수리부엉이, 붉은배새매, 새호리기 등 법정보호종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될지 알 수 없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건설의 당위를 보완하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골프장 예정부지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또한 골프장 예정 부지는 2021년 환경부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토대로 옥천군은 각종 생태관광 사업을 주요한 군정에 포함해 추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옥천군은 골프장 추진에 대해 확실한 입장 없이 행정절차만을 진행 중이다. 개발 세력의 경제활성화 논리에 포위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생태관광과 골프장 건립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골프장이 들어오면 대부분 마을은 두 조각이 난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나누어지고 사분오열되면서 공동체는 붕괴된다. 골프장이 완공된 이후 큰 혜택이 마을에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골프장은 낙수효과도 없다. 차를 타고 골프만 치고 떠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낙수효과가 아니라 농약과 쓰레기만이 남겨진다. 잘 보전된 녹지와 습지 등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곳에 골프장 건설은 말이 안 된다. 업체는 친환경 골프장으로 포장하지만 골프장은 ‘녹색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환경적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천혜의 환경을 파괴하고 친환경이라는 허울뿐인 말들로 대규모 개발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골프장 막아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충청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6월 7일 옥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천군 동이면의 골프장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옥천만의 정체성은 골프장 개발을 통한 관광지 활성화 따위가 아니다. 청정한 대청호와 그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반딧불이, 팔색조, 수리부엉이, 새호리기, 애기뿔소똥구리 등의 생명들이다. 생명들의 서식을 토대로 마을과 공동체를 살려온 주민들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옥천의 관광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할 토대는 이미 주민들이 알고 있고 이를 토대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골프장의 추진은 이런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것이며, 생태마을 자체의 붕괴를 초래하는 일이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을 가지고 판단할 책임은 이제 행정기관에게 넘어갔다. 계획시설 용도변경 등을 결정할 옥천군과 충청북도, 그리고 이 일대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심의할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당국이다. 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지역의 시민사회는 이들의 결단을 촉구하며 싸워나갈 것이다.
글·사진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는 대청호 인근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이다.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 때문에 마을은 수변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대청호를 지키고 더불어 살아오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펼치고 대청호 유역 환경감시와 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마을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2009년부터 반딧불이 축제와 빙어 축제를 직접 주도하면서 마을의 활성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대청호에 골프장이라니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에 추진 중인 골프장 예정 부지. 인근에 대청호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은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걱정이 태산이다. 2011년 한 업체가 마을 인근에 축구장 230개 규모, 27홀의 골프장(약 49만 평)을 건설하겠다며 마을을 들쑤셨다. 주민들은 골프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생업을 뒤로 하고 옥천군청 앞에 천막을 치고 1년 넘게 농성도 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골프장 계획은 잠정 중단되었다. 그렇게 정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업체가 다시 골프장 건설 제안서를 옥천군에 제출하면서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재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평화가 깨지고 있다.
골프장 재추진의 논리는 골프가 과거에 비해 대중화되었고, 옥천에는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정규 홀 골프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어김없이 들고나왔다. 그야말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을 무시한 처사이다. 더군다나 400만 충청인의 식수원인 대청호 인근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라니!
산지가 잘 발달된 지역에 건설된 골프장이 환경적으로는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약에 대한 피해와, 약해진 지반에 의한 산사태와 이런 피해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골프장 주변의 마을 이야기는 이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 더욱이 최근 현장 조사에 나선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지역의 단체는 애기뿔소똥구리, 팔색조, 수리부엉이, 붉은배새매, 새호리기 등 법정보호종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될지 알 수 없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건설의 당위를 보완하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골프장 예정부지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또한 골프장 예정 부지는 2021년 환경부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토대로 옥천군은 각종 생태관광 사업을 주요한 군정에 포함해 추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옥천군은 골프장 추진에 대해 확실한 입장 없이 행정절차만을 진행 중이다. 개발 세력의 경제활성화 논리에 포위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생태관광과 골프장 건립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골프장이 들어오면 대부분 마을은 두 조각이 난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나누어지고 사분오열되면서 공동체는 붕괴된다. 골프장이 완공된 이후 큰 혜택이 마을에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골프장은 낙수효과도 없다. 차를 타고 골프만 치고 떠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낙수효과가 아니라 농약과 쓰레기만이 남겨진다. 잘 보전된 녹지와 습지 등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곳에 골프장 건설은 말이 안 된다. 업체는 친환경 골프장으로 포장하지만 골프장은 ‘녹색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환경적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천혜의 환경을 파괴하고 친환경이라는 허울뿐인 말들로 대규모 개발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골프장 막아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충청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6월 7일 옥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천군 동이면의 골프장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옥천만의 정체성은 골프장 개발을 통한 관광지 활성화 따위가 아니다. 청정한 대청호와 그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반딧불이, 팔색조, 수리부엉이, 새호리기, 애기뿔소똥구리 등의 생명들이다. 생명들의 서식을 토대로 마을과 공동체를 살려온 주민들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옥천의 관광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할 토대는 이미 주민들이 알고 있고 이를 토대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골프장의 추진은 이런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것이며, 생태마을 자체의 붕괴를 초래하는 일이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을 가지고 판단할 책임은 이제 행정기관에게 넘어갔다. 계획시설 용도변경 등을 결정할 옥천군과 충청북도, 그리고 이 일대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심의할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당국이다. 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지역의 시민사회는 이들의 결단을 촉구하며 싸워나갈 것이다.
글·사진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