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북적대던 신흥계곡은 ‘나비 골’이라 불릴 만큼 곤충들의 천국이다. 봄이면 뿔나비 떼가 장관을 이루고, 하천에는 가재, 다슬기, 민물새우 등 수서생물이 풍부한 곳이다.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 까막딱따구리, 붉은점모시나비, 반딧불이가 사는 생태계의 숨은 보석이다. 안도현 시인이 「화암사, 내사랑」이란 시에서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며 ‘참 곱게 늙은 절’이라고 표현한 ‘화암사’가 지척이다. 몸을 낮추면 보이는 앙증맞은 봄꽃, 시시때때로 작은 폭포를 만드는 여름비, 만산홍엽 가을낙엽, 소리 없이 쌓이는 겨울눈, 신흥계곡은 그야말로 화우엽설(花雨葉雪)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고 제4차 자연환경조사(2017년)에 근거해 2020년 신흥계곡 일대를 생태·자연도를 1등급지로 상향했다. 1등급 지역은 식생보전등급Ⅰ,Ⅱ등급에 해당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전체 지정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 남짓이다.
경천면 신흥계곡에 여름이 찾아들어 수풀이 스스로 울창해지고 있다. 이 숲은 누구의 것이기 전부터 계속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황재남
도로와 하천을 무단으로 점유한 종교시설
최근 신흥계곡은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 2007년 대승불교 양우회유지재단(이하 양우회)이 이 일대 땅과 임야 25만 평을 사들인 이후부터다. 완주군은 토지주의 요청에 따라 휴양림을 해제하고 주변 지역을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2종 근린시설이 가능한 보전관리지역으로 변경해 줬다. 그러자 양우회는 담을 쌓고 대문을 달아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사유지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담장과 대문은 국유지인 도로와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한 불법건축물이었다. 군은 해당 시설에 대한 철거를 요구했으나 양우회는 2014년 일부 시설만 변경한 채 길이 24m, 높이 2.5m의 담장과 대문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담장 안에서는 계곡 사면에 석축을 쌓고, 바닥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터를 다지고 광장을 조성하는 토목공사가 수년간 이어졌다. 하천을 따라 난 마을 도로로 대형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흙탕물이 빈번하게 흘렀다.
2016년 4층짜리 현대식 법당과 별관 건물이 들어서고 수백 명의 불자들이 법회를 보기 위해 방문하면서 청정 계곡에 거품 띠가 발생하고 조류가 자라는 등 수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수년간 참고 참아온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담장 안에서 벌어진 건축물 등의 인허가 과정에 감추려 한 것은 무엇인지 완주군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단지 법당과 부속 건물 몇 동을 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우회는 종교용 토지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는 조세심판 다툼에서 “대승불교 양우회 총본산 OOO를 건립하기 위하여 취득한 것이며, OOO 건립은 향후 20년에 걸쳐 21개 동의 건물을 신축하는 큰 불사”라고 스스로 밝혔다. 양우회가 절만 짓는 것이 아니라 요양병원이나 납골당 등 장례봉안시설까지 짓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佛法) 아닌 불법(不法) 앞에 무너진 공권력
문제는 담장과 대문만이 아니었다. 공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산지를 훼손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 설계를 바꿔 시공했다. 산지 계곡에 무단으로 수영장을 앉히고, 도로부지에 허가 없이 데크 시설과 연못을 조성하는 등 많은 불법이 드러났다. 또한 건축물 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함에도 이마저 건너뛰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2020년 12월, 신흥계곡 종교단체 건축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양우회는 잘못을 인정하거나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인색했다.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8년 1월, 군수와 마을 주민 간담회 자리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불법행위는 절차에 따라 바로 잡고 대형 덤프트럭 통행, 수질오염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았으니 양우회 회장이 사과하면 어떻겠느냐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였다. 그리고 신자라고 밝힌 사람은 개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온갖 욕설을 퍼붓고 협박을 해댔다. 화가 난 주민들이 양우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자마자 양우회는 개발위원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소박한 삶을 꿈꾸며 귀촌한 후 영정사진도 찍어주고 마을 대소사를 거들다 이장까지 맡게 된 정주하 교수는 양우회의 타깃이 되었다. 양우회 문이 닫혀 마스크 9장을 전달하지 못했다가 고발당했다. 심지어 양우회는 정 이장의 집과 붙어있는 산을 사들여 경계 측량을 한 후 경계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집 일부를 헐게 하고 울타리까지 쳤다. 정 이장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폭행까지 당했다. 정 이장과 양우회 사이에 20여 건의 고소 고발이 진행중이다. 양우회는 소송에 져서 소송비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면 다른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소송비 지급을 늦추는 식으로 압박을 한다고 한다.
양우회는 완주군과의 소송도 남발하고 있다. 군은 양우회가 건축물 허가 신청을 내자 진입로가 사유지이므로 땅 주인의 사용승낙서를 받아오라며 2차례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우회는 서류 보완 대신 소송을 택했다. 군은 ‘건축허가 반려처분’을 했고, 양우회는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양우회는 2020년 12월 최종 패소했다. 주민들은 양우회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국가가 정한 도로부지도 못 들어가게 대문을 걸어 닫고 주민의 출입을 막으면서 막상 주민더러는 진입로 땅을 쓰게 해 달라고 소송을 거는 것은 ‘이율배반’ 이라고 주장했다. ‘내로남불’이고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는 것이다.
수년간 불법 담장과 대문 자진 철거 요구를 묵살해온 양우회는 완주군이 2020년 수차례 철거 계고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행정대집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신청이 기각 당하자 양우회는 자진 철거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완주군이 강제철거에 나서자 이번에는 신자들을 내세워 자동차로 길을 막고 인근 사찰 스님들과 함께 종교 탄압이라며 철거집행을 막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불법 담장과 대문 철거는 2021년 7월에야 이뤄졌다.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지 양우회는 주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불법 대문 자진철거, 혐오시설은 주민동의 50% 이상일 때만 시행, 계곡 우회도로 개설과 상하수도 공사가 빨리 될 수 있도록 행정에 요청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상생협약의 효력과 내용을 두고 또 다른 다툼이 발생했다. 마을 대표인 이장을 빼놓고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정 이장은 “협약을 주도한 주민으로부터 잠깐 울리다 끊어진 전화 말고는 어떤 문자도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장과 개발위원장도 없고, 주민 총회도 하지 않고 진행된 협약이 어떤 효력이 있겠느냐”며 반발했다. 내용 또한 언제든지 개발이 가능한 꼼수 조항이 많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구도 원하지 않던 주민 간 갈등은 12월 이장 선거로 이어졌다. 현 이장과 협약에 참여한 주민이 선거에 나섰다. 현 이장이 20표, 도전자가 18표로 현 이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인명부 작성 과정에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고 조례에 맞지 않는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어 임명이 미뤄지고 있다.
국유지인 도로와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한 불법 담장과 대문. 80차를 눈앞에둔 만경강 신흥계곡 토요걷기 길은 대문이 철거된 후에도 여기서 막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신흥계곡 개발, 생태계가 감당할 만큼만
주민들과 시민들은 ‘계곡을 따라 숲으로 가는 길을 열라’며 79주째 토요일마다 걷고 있다. 담장은 헐렸으나 50m 남짓 걸어 들어간 곳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여전히 신흥계곡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완주군은 일반인의 통행을 보장하라는 조건 아래 도로부지 사용허가(3년)를 내줬다. 양우회는 신흥계곡 토요걷기 모임이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통행을 막는다고 말했다. 법회가 있는 날도 아니고 시민들이 음향 장비를 쓰는 것도 아닌데 출입을 막은 것은 허가준수 사항위반으로 사용허가 취소 대상이다. 지난 1월 13일 전북환경연합 유영진 공동대표와 김재병 사무처장, 그리고 운영위원들이 ‘사유지 내 도로부지에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완주군의 공문을 들고 신흥계곡 걷기에 나섰다. 오랜 갈등과 반목에 뭔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나선 길에 돌아온 것은 역시 문전박대였다. 청소 송풍기로 흙먼지를 일으키고 험한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걸어왔다. 시비를 걸듯 누구 사주 받고 왔냐는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전북환경연합 김재병 사무처장은 “현재 2동의 건물을 지었음에도 신흥계곡의 수질이 나빠졌다”면서 “양우회의 계획대로 총 21동의 건물을 짓는 것은 신흥계곡의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으니 추가 개발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종교의 자세를 가지고 일반인의 왕래를 허용하는 것이 불신을 걷어내는 첫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숲은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라 할지라도 산을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 숲은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사유지라고는 하나 옛길이 있고 신흥계곡의 발원지인 돼지샘이 있고, 가야의 제철지 흔적이 잘 남아있는 숲으로 들고 싶은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지금 거기까지 가기 위해 길을 내달라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갈 수 있는 곳, 도로부지 사용허가 조건에 있는 곳까지 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날 함께 신흥계곡을 찾은 전북환경연합 회원들은 신흥계곡의 사유화에 반대하며 마을 주민의 자존감과 권리를 되찾고 본래의 자연하천에 가깝게 복원하자는 취지에 공감했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더라고 묵묵히 그 길을 함께 걷다 보면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 토요걷기 참여를 약속했다.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북적대던 신흥계곡은 ‘나비 골’이라 불릴 만큼 곤충들의 천국이다. 봄이면 뿔나비 떼가 장관을 이루고, 하천에는 가재, 다슬기, 민물새우 등 수서생물이 풍부한 곳이다.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 까막딱따구리, 붉은점모시나비, 반딧불이가 사는 생태계의 숨은 보석이다. 안도현 시인이 「화암사, 내사랑」이란 시에서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며 ‘참 곱게 늙은 절’이라고 표현한 ‘화암사’가 지척이다. 몸을 낮추면 보이는 앙증맞은 봄꽃, 시시때때로 작은 폭포를 만드는 여름비, 만산홍엽 가을낙엽, 소리 없이 쌓이는 겨울눈, 신흥계곡은 그야말로 화우엽설(花雨葉雪)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고 제4차 자연환경조사(2017년)에 근거해 2020년 신흥계곡 일대를 생태·자연도를 1등급지로 상향했다. 1등급 지역은 식생보전등급Ⅰ,Ⅱ등급에 해당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전체 지정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 남짓이다.
경천면 신흥계곡에 여름이 찾아들어 수풀이 스스로 울창해지고 있다. 이 숲은 누구의 것이기 전부터 계속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황재남
도로와 하천을 무단으로 점유한 종교시설
최근 신흥계곡은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 2007년 대승불교 양우회유지재단(이하 양우회)이 이 일대 땅과 임야 25만 평을 사들인 이후부터다. 완주군은 토지주의 요청에 따라 휴양림을 해제하고 주변 지역을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2종 근린시설이 가능한 보전관리지역으로 변경해 줬다. 그러자 양우회는 담을 쌓고 대문을 달아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사유지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담장과 대문은 국유지인 도로와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한 불법건축물이었다. 군은 해당 시설에 대한 철거를 요구했으나 양우회는 2014년 일부 시설만 변경한 채 길이 24m, 높이 2.5m의 담장과 대문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담장 안에서는 계곡 사면에 석축을 쌓고, 바닥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터를 다지고 광장을 조성하는 토목공사가 수년간 이어졌다. 하천을 따라 난 마을 도로로 대형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흙탕물이 빈번하게 흘렀다.
2016년 4층짜리 현대식 법당과 별관 건물이 들어서고 수백 명의 불자들이 법회를 보기 위해 방문하면서 청정 계곡에 거품 띠가 발생하고 조류가 자라는 등 수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수년간 참고 참아온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담장 안에서 벌어진 건축물 등의 인허가 과정에 감추려 한 것은 무엇인지 완주군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단지 법당과 부속 건물 몇 동을 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우회는 종교용 토지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는 조세심판 다툼에서 “대승불교 양우회 총본산 OOO를 건립하기 위하여 취득한 것이며, OOO 건립은 향후 20년에 걸쳐 21개 동의 건물을 신축하는 큰 불사”라고 스스로 밝혔다. 양우회가 절만 짓는 것이 아니라 요양병원이나 납골당 등 장례봉안시설까지 짓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佛法) 아닌 불법(不法) 앞에 무너진 공권력
문제는 담장과 대문만이 아니었다. 공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산지를 훼손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 설계를 바꿔 시공했다. 산지 계곡에 무단으로 수영장을 앉히고, 도로부지에 허가 없이 데크 시설과 연못을 조성하는 등 많은 불법이 드러났다. 또한 건축물 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함에도 이마저 건너뛰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2020년 12월, 신흥계곡 종교단체 건축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양우회는 잘못을 인정하거나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인색했다.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8년 1월, 군수와 마을 주민 간담회 자리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불법행위는 절차에 따라 바로 잡고 대형 덤프트럭 통행, 수질오염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았으니 양우회 회장이 사과하면 어떻겠느냐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였다. 그리고 신자라고 밝힌 사람은 개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온갖 욕설을 퍼붓고 협박을 해댔다. 화가 난 주민들이 양우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자마자 양우회는 개발위원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소박한 삶을 꿈꾸며 귀촌한 후 영정사진도 찍어주고 마을 대소사를 거들다 이장까지 맡게 된 정주하 교수는 양우회의 타깃이 되었다. 양우회 문이 닫혀 마스크 9장을 전달하지 못했다가 고발당했다. 심지어 양우회는 정 이장의 집과 붙어있는 산을 사들여 경계 측량을 한 후 경계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집 일부를 헐게 하고 울타리까지 쳤다. 정 이장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폭행까지 당했다. 정 이장과 양우회 사이에 20여 건의 고소 고발이 진행중이다. 양우회는 소송에 져서 소송비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면 다른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소송비 지급을 늦추는 식으로 압박을 한다고 한다.
양우회는 완주군과의 소송도 남발하고 있다. 군은 양우회가 건축물 허가 신청을 내자 진입로가 사유지이므로 땅 주인의 사용승낙서를 받아오라며 2차례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우회는 서류 보완 대신 소송을 택했다. 군은 ‘건축허가 반려처분’을 했고, 양우회는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양우회는 2020년 12월 최종 패소했다. 주민들은 양우회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국가가 정한 도로부지도 못 들어가게 대문을 걸어 닫고 주민의 출입을 막으면서 막상 주민더러는 진입로 땅을 쓰게 해 달라고 소송을 거는 것은 ‘이율배반’ 이라고 주장했다. ‘내로남불’이고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는 것이다.
수년간 불법 담장과 대문 자진 철거 요구를 묵살해온 양우회는 완주군이 2020년 수차례 철거 계고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행정대집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신청이 기각 당하자 양우회는 자진 철거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완주군이 강제철거에 나서자 이번에는 신자들을 내세워 자동차로 길을 막고 인근 사찰 스님들과 함께 종교 탄압이라며 철거집행을 막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불법 담장과 대문 철거는 2021년 7월에야 이뤄졌다.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지 양우회는 주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불법 대문 자진철거, 혐오시설은 주민동의 50% 이상일 때만 시행, 계곡 우회도로 개설과 상하수도 공사가 빨리 될 수 있도록 행정에 요청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상생협약의 효력과 내용을 두고 또 다른 다툼이 발생했다. 마을 대표인 이장을 빼놓고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정 이장은 “협약을 주도한 주민으로부터 잠깐 울리다 끊어진 전화 말고는 어떤 문자도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장과 개발위원장도 없고, 주민 총회도 하지 않고 진행된 협약이 어떤 효력이 있겠느냐”며 반발했다. 내용 또한 언제든지 개발이 가능한 꼼수 조항이 많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구도 원하지 않던 주민 간 갈등은 12월 이장 선거로 이어졌다. 현 이장과 협약에 참여한 주민이 선거에 나섰다. 현 이장이 20표, 도전자가 18표로 현 이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인명부 작성 과정에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고 조례에 맞지 않는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어 임명이 미뤄지고 있다.
국유지인 도로와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한 불법 담장과 대문. 80차를 눈앞에둔 만경강 신흥계곡 토요걷기 길은 대문이 철거된 후에도 여기서 막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신흥계곡 개발, 생태계가 감당할 만큼만
주민들과 시민들은 ‘계곡을 따라 숲으로 가는 길을 열라’며 79주째 토요일마다 걷고 있다. 담장은 헐렸으나 50m 남짓 걸어 들어간 곳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여전히 신흥계곡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완주군은 일반인의 통행을 보장하라는 조건 아래 도로부지 사용허가(3년)를 내줬다. 양우회는 신흥계곡 토요걷기 모임이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통행을 막는다고 말했다. 법회가 있는 날도 아니고 시민들이 음향 장비를 쓰는 것도 아닌데 출입을 막은 것은 허가준수 사항위반으로 사용허가 취소 대상이다. 지난 1월 13일 전북환경연합 유영진 공동대표와 김재병 사무처장, 그리고 운영위원들이 ‘사유지 내 도로부지에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완주군의 공문을 들고 신흥계곡 걷기에 나섰다. 오랜 갈등과 반목에 뭔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나선 길에 돌아온 것은 역시 문전박대였다. 청소 송풍기로 흙먼지를 일으키고 험한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걸어왔다. 시비를 걸듯 누구 사주 받고 왔냐는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전북환경연합 김재병 사무처장은 “현재 2동의 건물을 지었음에도 신흥계곡의 수질이 나빠졌다”면서 “양우회의 계획대로 총 21동의 건물을 짓는 것은 신흥계곡의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으니 추가 개발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종교의 자세를 가지고 일반인의 왕래를 허용하는 것이 불신을 걷어내는 첫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숲은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라 할지라도 산을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 숲은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사유지라고는 하나 옛길이 있고 신흥계곡의 발원지인 돼지샘이 있고, 가야의 제철지 흔적이 잘 남아있는 숲으로 들고 싶은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지금 거기까지 가기 위해 길을 내달라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갈 수 있는 곳, 도로부지 사용허가 조건에 있는 곳까지 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날 함께 신흥계곡을 찾은 전북환경연합 회원들은 신흥계곡의 사유화에 반대하며 마을 주민의 자존감과 권리를 되찾고 본래의 자연하천에 가깝게 복원하자는 취지에 공감했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더라고 묵묵히 그 길을 함께 걷다 보면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 토요걷기 참여를 약속했다.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