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집] 도시와 생명 그리고 인권을 지키는 사람들

2022-11-10

지난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제12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열렸다. ‘기후위기와 인권’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는 지방정부, 국제기구, 인권단체 등이 모여 기후변화가 야기한 인권 문제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연대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을 논의했다. 그 가운데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생물다양성이 인권에 중요한 이유와 함께 도시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낸 국내외 활동을 전한다.  


도시의 꽃가루 매개자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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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매개자 서식지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시민이 토종 꽃을 심고 꽃가루 매개자 서식지 표지판을 달았다 ⓒXerces Society


첫 발제자로 나선 샤론 셀바지오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례 없는 자연과의 연결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자연과의 상호작용 상실은 공중 보건과 복지를 악화시키고 자연에 대한 친밀감을 감소시킨다.”고 우려했다. 1971년 설립된 미국 환경단체인 <서세스 소사이어티>에서 살충제 프로그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기후 위기 시대 생물다양성이 인권에 왜 중요한지 곤충을 통해 이야기했다. “영양 순환, 해충 방제, 수분, 그리고 동물들을 위한 식량 등 곤충과 다른 무척추동물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는 우리의 존재와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 네 가지 기능만으로도 미국에서 매년 대략 700억 달러 가량의 무료 생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을 위해, 어떤 동물 그룹도 곤충을 이길 수 없다. 지구상에 우리가 알고 있는 종의 80%가 곤충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양사회에서 곤충은 대부분 무시되었거나 많은 사회에 의해 심지어 비난 받아 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벌과 나비 등 꽃가루 매개자 보존을 위해 활동해온 그녀는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살충제와 다른 오염물질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토착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 무척추동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더 최근에 과학자들은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이 전체 온난화를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완화 필요량의 20%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서세스 소사이어티>와 도시 사람들은 ‘벌 도시와 벌 캠퍼스 프로그램’을 통해 꽃가루 매개자 서식지를 보전하고 농약 사용을 감시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305개의 도시와 캠퍼스가 참여하고 있는데 살충제 사용을 중단하거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를 제거하는 등 가입한 곳의 절반 이상이 살충제 위험을 감소시켰다고 전했다. ‘꽃가루 매개자 길 만들기 프로그램’도 인기 있는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지역에 적합한 토종 식물을 시민들이 쉽게 식재할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어 배포하면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 식재해 꽃가루 매개자의 서식처를 만들어 주는 활동이다. 키트 신청자들은 식재지도뿐만 아니라 어떻게 식물들을 살충제 사용으로부터 보호할 것인지 설명하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화학 무해충 방재팁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프로그램은 11개 주로 확산되었고 수십만 그루의 서식지 식물이 심어졌다. “도심에서도 서식지라고 불릴 수 있는 공간이 적지 않다. 앞마당이라든지 도로가, 길 주변 모두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녹색 혈관 가로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가로수시민연대 최진우 대표는 “도시의 생태감수성을 보려면 시민들이 나무를 대하는 태도를 보라.”고 말했다. “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밖을 나가 가장 첫 번째로 마주하는 자연물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는 동네 주변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려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도시가 나무를 태도, 시민이 나무를 태도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생물종과 멸종위기종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도시 생물다양성을 대하는 도시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가로수를 도시 생물다양성의 녹색혈관이라고 비유했다. “가로수는 도시환경 및 시민건강의 녹색혈관 역할을 한다. 기후위기 시대, 가로수는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를 정화하며 탄소를 흡수해준다. 또한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주며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 야생동물 서식지를 제공하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이바지한다.”며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잘 관리한다면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가로수시민연대는 과도한 가지치기 제보를 받는 한편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민모금을 통한 올바른 가지치기 안내서를 제작하는 등 도시에서 가로수가 온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활동해왔다. 최 대표는 시민제보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언론에도 보도가 늘어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가로수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로수 보호정책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에 따라 환경부 등도 가로수 관리지침 등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대표는 광주환경연합이 시민들과 함께 미국 뉴욕 트리맵을 활용해 시민들이 직접 가로수를 조사해 지도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시민들이 나무를 조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지도를 만들고, 일상에서 가로수를 아끼고 돌보는 시민의 활동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생물다양성 대탐사 그리고 생물 놀이터

순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19년부터 순천시민 생물다양성 대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내가 사는 주변에 대한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시작된 대탐사는 전문가와 함께 도심하천과 도심공원을 탐사해 생물종을 기록해보고 자료를 공유하면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순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허경희 씨는 “탐사를 통해 우리주변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많은 생물종들이 함께 살고 있고 이러한 생명체들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의 소중함을 알아가면서 입소문이 나고 자연스레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충돌에 의한 조류피해를 줄여보고자 시민들과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조류충돌 주요 발생지역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확인, 사례를 수집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투명방음벽에 조류충돌 방지테이프와 점찍기 시민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2022년 1월 순천시 야생조류 충돌 예방에 관한 조례와 순천시 야생생물 보호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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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놀이터 일환으로 만든 새 둥지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생물의 서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생물놀이터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개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수달이나 조류 등의 서식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박스를 제작해 공급했다. 수달의 경우 번식지로 이용하지 않고 들러서 활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조류둥지 상자의 경우 대부분 번식지로 사용됐고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가 이용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시민들이 직접 습지를 만들기도 했다. 자연적으로 물이 나오는 곳에 시민들이 직접 삽질을 해서 작은 습지를 만든 것이다. 현재 도롱뇽, 산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처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 처장은 소개했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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