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똥구리와 그 친구들을 찾아서

2018-06-01

애기뿔소똥구리 수컷

 

‘소똥구리 5000만 원어치 삽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현상금 걸린 짧은 뉴스가 나간 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 숱한 질문이 쏟아졌다. ‘똥을 먹고 굴리는 그 흔한 소똥구리를 얼마 전에 봤는데 멸종이라니 진짜 완전히 사라진 것이냐?’ ‘멸종된 소똥구리를 복원하겠다고 나라에서 마리당 100만 원을 주고 산다고?’ 등등 현상금 보도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종류의 문의가 연구소에 쇄도했다.  

멸종위기종이나 곤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고마운 일이지만 전혀 상상 못했던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곤혹스러웠다. 내일이면 없어질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거나 이미 없어진 생물자원을 재도입하여 제 자리에 돌려놓는 ‘종 확보’는 국부의 원천이므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일이지만 ‘소똥구리 복원 프로젝트’는 순서와 방법이 허술했다. 

 

사라진 소똥구리와 물장군을 되살리다 

소똥구리는 말 그대로 소똥을 굴리는 딱정벌레로, 소똥을 먹고 소똥을 동그랗게 말아 그 안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소의 똥이 양식이 되고 집이 되는, 생활사 전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가장 먼저 건강한 소의 똥을 구할 수 있는 소와 방목한 소들이 자연 상태로 풀을 뜯고 살 수 있는 서식지를 확보했어야 한다. 또한 최소한 3년 정도의 용역을 통해 국내 구석구석을 뒤져 찾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했다. 혹시 어느 섬 한 구석에 연명하고 있을지 모를 소똥구리를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국내에 ‘없다더라’가 아니라 ‘없다’라는 확실한 자료가 나오면 그 때서야 몽고 소똥구리와 국내 서식했던 소똥구리가 똑같은 종인지 분류학적 검토를 하고 이후에 민간이 아닌 환경부 차원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14년 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돼 멸종위기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를 증식, 복원해오고 있다. 소똥구리의 양식을 위해 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있는데 한 마디로 중노동이다. 소를 비육하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주면서 소가 미쳤고 동물성 사료를 주지 못하게 막으니 대체한다고 곡물성 사료를 주는데 이 또한 초식성 동물인 소에겐 맞지 않는 사육 방법이다. 울타리와 전기를 수시로 점검, 수리하고 군데군데 방목지에 빠진 풀을 심어주어야 한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축사를 늘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하며 겨울 4달가량은 방목지로 풀어주지 않으므로 축사 똥과 오줌을 치워야한다. 그깟 벌레 때문에 힘들여 소를 키운다고 미쳤다고,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다 할지도 모르지만 신선한 소똥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소도 애기뿔소똥구리도 잘 자라고 있다.  

물장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물장군의 증식과 복원에도 성공했다. 물장군은 평생 물속에서 사는 수서곤충으로 ‘전별(田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전별은 ‘밭에 사는 자라’라는 뜻으로 밭 ‘전’자는 논이든 밭이든 경작하는 땅을 의미하는 만큼 예전에는 논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친근한 곤충이었다. 물을 쉽게 댈 수 없었던 옛날에는 한 겨울에도 항상 물을 가두어놓고 이듬해 모내기할 때까지 물 관리를 해서 논에는 언제나 물이 있었지만 보를 만들면서 벼 베기를 할 즈음이면 물을 뺐다. 물장군의 가장 중요한 서식처인 논 습지가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면서 굉장히 불안정해졌고 덩달아 물장군도 불안한 삶을 살면서 명맥만 유지했다. 결정적 치명타는 논에 농약을 뿌리기 시작하면서다. 농약에 오염된 물고기를 잡아먹은 물장군은(1년에 약 60마리의 붕어를 먹는다) 많은 농약을 몸에 축적하게 되어 물에서 사는 생물 중 가장 먼저 멸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게다가 주변 불빛은 얼마나 환한지 불빛 보고 쫓아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중간에 도로에 떨어져 로드 킬을 많이 당한다. 산 속 구석구석 가로등이 설치 안 된 곳이 없으므로 이제 편하게 살 곳이 없어졌다. 자연 서식지가 거의 파괴되었고 장군으로서 큰 몸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삶터와 먹이가 부족해진 탓에 물장군은 멸종위기 곤충으로 지정되어 인공 사육, 증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소똥구리에게 건강한 소똥이 필요하듯 물장군은 어렸을 때 올챙이를, 조금 커서는 물고기를 먹어야 한다. 한 때는 연구소 앞개울과 면에 있는 큰 계곡에서 물고기를 직접 잡아 주었지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어서 감당할 수 없었다. 약 10만 마리의 올챙이는 키워서, 물고기는 구입해 먹이로 공급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배송해 올 때 포장하는 스티로폼 처리도 장난 아니다. 

논이 물장군 사는 곳이라고 가을 추수할 때 물을 빼지 말고 벼 베기를 하라고 종용할 수가 없다. 나만이라도 그들을 살리기 위해 고달프더라도 세월을 거꾸로 돌려 옛 방식으로 서식지를 만들 수밖에. 물장군에겐 큰 장애물인 빛이 없는 편안한 공간의 논을 마련해 주었다. 사라져가는 소똥구리와 물장군을 살려내기 위해서 애쓰면서 이만큼 걸어왔지만 아직도 길은 멀고 멸종위기종 삶에 이입되어 있는 내 인생이 고달파 마음도 무겁다.  

 

멸종위기곤충을 복원하는 이유 

생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생을 다한 종을 굳이 살려 내겠다 하는 것은 억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간섭으로 촘촘한 먹이 사슬이 끊어지면서 생물이 멸종되므로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살려내고 보전하려는 것이다. 어릴 적 장난감이던 소똥구리가 멸종되었다하고 인형 뽑기처럼 물건 뽑기 하던 물방개도 올해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니 멸종되지 않을 종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분명 다 갖고 놀고 겪은 일인데 어디서 읽었거나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기적적으로 상태가 나아지거나 조금씩 좋아지다 보면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26개의 서식지외보전기관, 국립공원관리공단 그리고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멸종 속도를 늦추고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기관들이 힘을 쏟아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복원시키려 하는 이유는 2010년 나고야 의정서 채택으로 생물 주권에 관한 국제 규범이 현실화되어 생물다양성이 국가경쟁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깊은 산, 오지로 들어와 풀과 나무, 숲과 물에 기대어 살며 곤충과 교감한 지 22년. 그 때부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는 멸종위기곤충 보전, 증식과 함께 새로운 종을 탐색하기 위한 애벌레 연구를 해오고 있다.   

풀과 나무가 잎을 내어 푸르러지는 요즘은 먹거리가 풍성해진 곤충 애벌레도 덩달아 수가 늘어나고 부드러운 새싹을 먹고 오동통 살이 찐다. 계곡과 숲을 이루는 모든 나무와 풀에 애벌레가 가득하여 이들을 채집하여 키우느라 하루해가 짧다. 사실 애벌레가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단박에 사로잡는 아름다운 대상도 아니고, 빽빽하게 난 털이나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행동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송충이라 부르며 징그럽다 하지만 억울하다. 

암청색줄무늬밤나방


애벌레는 농업 및 산림의 주요 해충으로만 인식되었지만 장차 애벌레를 약으로 활용하는 ‘파마 바이오틱스(Pharma-Biotics)’ 개발로 이어질 수 있고 생체모방, 식품, 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진정한 생물자원으로 4차 산업의 핵심인 생명산업의 재료이다. 

생태계 내에서 애벌레 생태와 행동 연구는 오직 애벌레 사육만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애벌레 사육은 막 태어난 아기를 돌보듯 때맞추어 신선한 먹이를 주어야 하고 먹고 싼 배설물을 제 때 치워주고 관찰하며 기록하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지만 기술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기초 생물학이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므로 애벌레에 관한 기초 정보를 얻기까지 뒤로 미루거나 중간에 쉬어가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애벌레 활동 시기에는 꼼짝 못하고 매달리지만 노력한 것보다 늘 소득은 적다. 기껏 먹이고 지극정성으로 잘 돌보아도 도중에 까닭 없이 죽는 놈도 많고 어떤 놈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속절없이 떠나는 놈들도 많다. 멸종위기종 증식, 복원이나 곤충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애벌레 사육이나 다 고된 일이다. 하지만 즐겁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곤충과 인간의 깊은 인연을 살펴본다. 곤충이나 사람이나 하늘과 땅 사이에 섞여있는 작은 존재들이다. 전 세계 70억 인구가 1종인데 반해 곤충은 약 200만 종. 지구라는 행성의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때때로 벌레라며 무작정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진짜 나쁜 벌레 이름을 말해보라고. 모기, 파리, 바퀴벌레 음… 200만 종 곤충 중에 겨우 3~4 종류의 곤충을 이야기하며 전체를 싸잡아 미워하고 있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가슴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생물에 대한 외경심을 선하게 봐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머리로 이해해도 지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이유와 가치를 알 수 있다. 5000년 전부터  누에를 치고 벌을 기르면서 잘 활용해 오던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쓸모없고 혐오스럽다고 내치는 것 같다. 딱 4종류의 화분 매개 곤충인 벌, 나비, 나방, 파리만 없어져도 우리가 먹는 식량 대부분을 생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곤충은 더 이상 경계의 대상이 아니다. 꼭 지켜줘야 할 우리 이웃이지.  

요즘은 나의 연구 주제인 곤충학을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서로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자고 칼럼과 강의를 통해서 설득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인간과 곤충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굳이 생명 존중의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저 지극한 눈빛과 마음만 있다면 되지 않을까!

 

* 서식지외보전기관이란?

환경부에서는 서식지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 동·식물을 서식지외에서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할 수 있도록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외보전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보전 번식은 물론 궁극적으로 야생으로의 자생지 복원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추진하여 보전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방체계로 ‘서식지외보전기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글 · 사진 | 이강운 농학박사이자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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