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갯벌 늘며 피해 가중, 해결책은?

2018-06-01

금강하굿둑 건설로 인해 펄갯벌로 변한 외측 갯벌


최근 충남, 전남북의 갯벌에서 쏙이 늘어나고 바지락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이 전체적으로 모래가 많이 섞인 갯벌에서 뻘이 많은 갯벌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 등 조개류는 모래펄갯벌에서 서식하고, 쏙은 뻘이 많은 갯벌에서 서식한다. 결국 바지락, 동죽, 백합 등 조개를 잡는 어민들은 생존권 피해를 받고 있다. 조개류가 줄어들자 큰 조개를 파먹는 검은머리물떼새와 작은 조개를 삼키는 붉은어깨도요(IUCN 지정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붉은가슴도요(UCN 지정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생물보호종)의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 

갯벌 퇴적상의 변화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은 강과 바다를 단절시킨 하굿둑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금강하구역에서 하굿둑 건설 전후로 퇴적상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관한 지역 어민 인터뷰’(‘금강하구 생물문화다양성 조사’. 2015, 주용기. 명지대학교 하구역시스템공학센터와 충남연구원 의뢰 연구조사의 일환)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지속적인 추가조사를 통해 해당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막힌 둑, 썩는 갯벌 

어민들은 금강하굿둑이 막히면서 바다 쪽의 조류가 약화되어 하굿둑 바로 근처인 군산시 내흥동 앞쪽의 퇴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굿둑 바로 외측지역의 경우, 원래 재첩이 많이 잡힐 정도로 모래가 많은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뻘이 많이 쌓이고 파서 보면 썩은 냄새가 날 정도다. 군산내항 앞에도 퇴적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예전에 모래가 많은 풀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뻘이 많은 갯벌로 변해 버렸다. 썰물일 때 수로 폭이 상당히 넓었는데 갯벌이 쌓이는 바람에 폭이 좁아졌고, 쌓인 갯벌 일부지역에 폐수가 들어오면서 갯벌이 썩을 정도로 냄새가 난다.  

“배수갑문 앞 중동과  내흥동 일대는 곧 있으면 육지가 돼요. 2~3미터 뻘이 올라왔어요. 예전에는 재첩이 나왔어요. 옛날에는 (물의) 압력에 의해 저(바다)쪽까지 밀고 내려가잖아요. 지금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앞에 쌓이고 들어오는 것은 그 앞에 쌓이는 거예요. 강하게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굿둑이) 방해하는 거예요”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도 하굿둑이 막히면서 하굿둑 외측 갯벌에 퇴적물이 쌓이고 뻘이 쌓이면서 점점 조개들이 사라지고, 발이 깊이 빠져 갯벌에 직접 들어가 작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군산과 서천 주민들이 조개잡이 경쟁으로 싸움도 벌어진다고 한다. 

조개와 굴을 까서 속살을 파먹는 검은머리물떼새

 

“장항 제련소 근처 소풀에서 ‘백합’잽이를 했는데요. 그때는 7월, 8월, 9월 되면 백합 1키로에 만원 갔어요. 9월, 10월 되면 만삼천 원까지 갔어요. 쌀 한 가마니 80키로짜리가 오만 원 하던 땐데 백합을 하루에 우리 아저씨랑 둘이 가서 오십키로를 잡아서 쌀 다섯 가마니를 산 적도 있어요. 그때는 땅(갯벌)이 좋아가지고 물 밑에 가서 그랭이질도 하고 했는데 하굿둑 막고 땅이 뻘이 들어오기 시작한 뒤로는…. 이제는 저짝 먹섬 거 쪽으로 모래가 있지만 여그 군산시 소룡동에서 바라 보는 쪽은 뻘이 자꾸 차서 조개가 없어요. 거다가 충청도 사람들이 자기 구역 먹고 살기도 적은데 다른 데 사람들이 넘어 오냐고 혀서 쌈도 많이 나고….”

 

갯벌생태계와 어민 피해 가중 

하굿둑의 영향이 군산 외항지역까지 미치고 있다. 죽은 뻘이 쌓이면서 어패류의 산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해 어패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옛날에 20년 전만해도 수심이 깊었거든요. 지금은 아예 배가 못 들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군산에 5부두, 3부두, 6부두, 7부두까지 생겼거든요. 그런데 둑을 계속 막다보니까요, 완전히 뻘이 자체가 다 썩었어요. 그러니까 매일 준설해요. 비응도 앞까지 뻘이 오잖아요. 죽은 뻘이 썩어가지고 그쪽으로 내려오지요. 1년 12달 준설해요. 항만청 가서 물어봐도 알아요. 계속 토사물이 쌓이니까. 밑에 가라앉으니까 완전 죽뻘이 되는 거예요. 새만금까지 막아놨으니…. ” 

하굿둑으로 인한 영향은 비응도 외측 해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금강의 퇴적물과 유기물이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데 하굿둑이 막히면서 하굿둑 부근 내외 측에 퇴적물과 유기물이 쌓여 수질오염과 해양생태계 악영향을 불렀다는 것이다.  

“하굿둑을 막으면서 개야수로 쪽의 물 흐름을 좋고 해야 되는데 토사가 쌓이면서 (수로가) 변형이 되니까 고기 서식 하는 분포도가 달라졌다고 봐야죠. 산란을 해야 되는데 이쪽에다 산란을 못 허고 다른 데로 가요. 그러고 고기들 산란하는 곳이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조개류는 모래가 어느 정도 있어야만 산란을 해요. 그런 게 죄 바뀌니까 서식지역도 바뀐 거죠. 전엔 노랑조개가 굉장히 많았고 바지락도 엄청 많아 가지고 배 뒤집어질 정도로 잡았었는데…!”

 

하굿둑으로 망치고! 약품으로 죽이고? 

펄 갯벌에서 서식하는 쏙

 

금강하구역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은 금강하굿둑으로 인해 바다와 갯벌의 퇴적상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굿둑이 하구를 틀어막아 모래가 섞인 퇴적물이 자연스럽게 갯벌과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바다와 하구지역의 모래 채취도 원인의 하나다. 일부 구간이라도 하굿둑 수문을 개방해 해수유통으로 모래가 섞인 퇴적물과 유기물이 갯벌과 바다로 흘러나가도록 하고, 갯벌과 바다에서 모래 채취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또한 본래 강과 하천에서 흘러내려와 갯벌과 바다로 들어가는 퇴적물과 유기물 양이 시기별로 강우량의 변동(유황)에 맞게 달라지는 게 자연하천의 특징이다. 댐, 둑, 보로 강과 하천이 막힌 상태일지라도 그러한 특징을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댐과 보의 관리를 시기별로 유량변동방식, 즉 유황(flow regime; 하천의 유량과 유속, 수위 등의 변화특성)복원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굿둑이 만든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무시하고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는 갯벌을 경운해서 쏙을 잡아낸다거나 약품을 사용해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는 갯벌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아니다. 이런 엉터리 대책이 실시된다면 신안갯벌, 서천의 유부도갯벌, 전북 고창갯벌, 순천만의 순천갯벌과 보성갯벌 등 4개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시도 또한 성공하기 어렵다. 

바다와 갯벌생태계를 보전하고 해양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려면 지금이라도 하굿둑 일부라도 수문 개방을 해야 한다.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무슨 바느질을 할 것인가?’ 

 

글 ・ 사진 | 주용기 환경운동가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