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시공원 일몰 대책 다시 짜라

2018-05-01

서울 안산 도시공원에서 바라본 서대문 도심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4월 5일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해제)시점이 불과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사유지 매입을 통한 도시공원 전부 보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나온 뒤인 4월 17일 국토부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70퍼센트 이상의 해제를 전제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의 일몰 대상 도시공원들의 운명은 서울시과 국토부의 대책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어떤 대책이 더 높은 삶의 질을 시민들에게 약속할 수 있을까? 답은 명백해 보인다. 

 

서울시 도시공원 대책 톺아보기 

서울시의 ‘4.5대책’은 토지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에 근거한 공공의 재량권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헌재)의 판결을 적극 수용했다. 말하자면 사유지라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우선하는 사용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게 헌재의 판결이고 이 판결을 원용해 정책을 짰다는 뜻이다. ‘우선보상대상지 보상계획’과 ‘자연공원구역제도 적극 활용’이 그 내용이다. 1999년 헌재는 △과도한 사유재산권의 침해 여지가 있는 법정 매수청구 토지(국토계획법상 ‘대지’) △소송 패소가 명백하여 보상이 불가피한 곳 △주택가나 도로와 인접해 개발압력이 높은 곳 △공원기능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곳을 우선보상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현재의 공원이 해제되면 여러 개의 공원으로 분절되거나 개발되어 공원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분절되는 공원들이 공원으로서 제 기능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보상대상지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는 먼저 1단계 조치로서 우선보상대상지 2.33제곱킬로미터(㎢)에 대해 지방채(20년 장기균등상환채권) 1조2902억 원과 서울시 본예산 3160억 원 등 2020년까지 총 1조6900억 원의 보상비를 마련해 매입할 예정이다. 그 뒤 2단계 조치로서 해제로 인해 분절되는 공원들을 잇는 좁은 면적의 연결통로 부지를 매입하고 3단계에서는 공원의 정상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필수적인 면적을 추가 매입해 연결(정형화)하기로 했다. 이어 4단계에서 나머지 잔여 사유지를 보상할 계획이다. 1단계에 필요한 예산은 지방채와 서울시 본예산을 투입하고 2~4단계에 필요한 예산은 일반예산을 편성해 마련하고, 더하여 국비 지원을 받고, 또한 현금 기부채납을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 ‘4.5계획’에서 도시공원을 지킬 또 다른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된 것이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이다. 다른 도시공원들이 일몰 대상이 되는 반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일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도시자연공원구역이 가진 법적 지위이다. 이에 따라 관악산, 내사산 등 현재의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이들 산림의 도시공원 기능을 유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해서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 사유지에 대해서는 재산세 50퍼센트를 감면해주고, 그 사유지 소유주에게 휴양림, 수목원 등의 수익사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 두 가지 방안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서울시는 법 개정을 위한 실무에 착수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40.28㎢) 전체 보상에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1조 원이 넘는 보상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가 우선보상지에 대한 주된 예산 확보 방법으로 채택한 지방채 발행은 공원일몰제가 2020년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1조2000억 원이라는 예산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지방재정법’은 당해연도의 예산 중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그 돈을 지방채 변제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도시공원을 구하기 위한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이 확실한 변제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인 셈이다. 

 

국토부 도시공원 대책 톺아보기 

정부가 발표한 ‘4.15’방안은 2020년 일몰대상공원(397㎢)의 70퍼센트를 해제하고, 30퍼센트 가량인 116㎢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선별·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관리지역은 개발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원지역과 대지를 대상으로 선별했고 오는 8월까지 주민활용도를 검토하여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관리지역을 선별하고 이를 일몰로부터 지키자면 사유지 매입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방정부가 우선관리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그 이자의 반(116km2 전체 사유지 매입비 이자의 50퍼센트인 7200억 원)을 대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보상비의 반’을 국고로 보조해야 한다는 요청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3월28일 광화문 이순신동상앞에서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회원들은 2018 지방선거 후보자 도시공원일몰제 정책 협약 활동 선포식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우선관리지역에 대한 범정부지원대책인 도시재생 및 지역개발사업(국토부)/도시생태복원사업(환경부)/도시숲 조성사업(산림청)/개발제한구역 내 주민지원사업과 훼손지 복구사업(국토부)을 통해 장기미집행공원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과 연계하고, 임차공원제도 도입/광역도시공원 도입/시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토지신탁제도를 활용하여 공원을 조성할 때 지원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도시숲 조성사업의 경우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유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고 토지신탁제도의 경우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 실효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임차공원제도 역시 20년 장기 임차시 국세인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것이 핵심인데 상속세 감면은 정부가 제시한 도시공원 확보를 위한 임차공원제도 활용에서 빠져 있다.  

정부의 ‘4.15방안’이 지닌 큰 문제 중 하나는 ‘우선관리지역(전체 장기미집행공원의 30퍼센트)’ 이외의 지역으로 분류되어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나머지 70퍼센트에 해당하는 도시공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관리지역은 개발제한구역이나 보전녹지, 경사가 높아 개발행위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산지 등을 피해서 지정된다. 일몰 이전에는 이들도 다 도시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축사를 설치하는 등의 행위가 제한됐지만 일몰 이후에는 여전히 개발이 어렵긴 해도 축사 등 오염시설의 설치는 막기 어렵게 된다. 더 나아가 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도시공원 해제지역의 사유지 소유주로서는 도시공원 지역 내 사유지 재산세 50퍼센트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유지 소유주들이 재산상의 피해만 입을 뿐 재산세 혜택도 못 받는 자신의 사유지에 시민들이 여전히 출입하는 것을 허락할 리 없다. 극단적으로 펜스를 쳐서 출입을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이를 막을 법규는 없게 된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자연녹지지역 등의 산지는 해제 후 공장이나 4층 이하의 주택 개발이 가능해진다.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축사, 창고, 주택 그린생활시설 등이 가능하다. 이들 지역이 도시공원과 달리 재산세 감면 해택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무엇보다 해제를 빌미로 개발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경우 이미 기획부동산이 관여되어 토지 소유자 대부분이 바뀐 상황이다. 투기적 난개발이 우려됨에도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투기조사를 실시한다’는 정도일 뿐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장기미집행도시공원 중 국공유지에 대해 일단 도시공원에서 해제한 뒤 필요하면 다시 도시공원으로 재지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일몰 예정 공원 내의 국공유지 규모는 우선관리지역 규모에 버금가는 전체 장기미집행도시공원 면적의 27퍼센트에 달한다. ‘해제 후 재지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몰에서 제외시키거나 가장 먼저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공유지조차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사유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공원기능을 유지한다는 계획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국토부가 서울시 계획을 참조해 전국 일몰 대상 도시공원 보존계획을 다시 짜기 바란다.  

 

글 |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 도시계획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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