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구역사업 종결자 구리월드디자인시티 물거품 되다

2018-05-10

지난 2014년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3월 29일 발표한 국토교통 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4개의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마무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수도권 상수원을 위협하며 다섯 번째 친수구역 조성사업이 될 뻔 했던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이제 물거품으로 끝났다.  

2007년부터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주창하고 진두지휘해 온 박영순 전 구리시장의 퇴진으로 사실상 사업의 동력은 꺼진 셈이었다. 박 전 시장이 2015년 12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것은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요건 충족 완료’ 등 구리친수구역 개발사업 관련 현수막을 2014년 지방선거 기간 동안 시내에 내걸고 전광판 광고를 낸 혐의 때문이다. 때 이른 축배가 독배가 된 것이다. 

2015년 3월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6개항의 선결조건을 달아 사업부지에 대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기로 하였으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수년째 표류 중이었고, 아직도 10조 원 규모의 대박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지역여론이 ‘네 탓 공방’으로 치닫고 있던 터였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잠실상수원보호구역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172만1000제곱미터(약 52만 평)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들어설 계획이었다. 2000여 개의 건축·인테리어·디자인 분야의 국제기업을 유치하고, 연간 50회 정도의 건축·디자인 관련 대규모 엑스포, 트레이드 쇼를 여는 국제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갖춰, 외국인만 180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청사진에, 총사업비는 10조 원이지만 외국인의 직접투자효과는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 꿈꿨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수구역법)만 아니었으면 허황한 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201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친수구역법은 보전해야 할 4대강의 강변에 온갖 예외규정을 두어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 강변 난개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국토부는 부산 에코델타시티(2012.12 지정), 대전 갑천지구(2014.1), 나주 노안지구(2014.1), 부여 규암지구(2014.1)를 친수구역으로 지정했다.  

게다가 환경부까지 나서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하는 등 친수구역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구리시가 사업을 가시화하자, 2014년 2월 서울환경연합 등 경기·서울·인천지역 77개 시민사회단체가 상수원 오염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경기·서울·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렸다.  

공대위는 2014년 한 해 동안 국회, 감사원, 경기도청, 정당을 찾아다니며 일인시위, 항의방문, 기자회견, 토론회를 벌이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질세라 구리시민들로 구성된 단체들이 이 사업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서울시를 압박하는 등 맞불을 놓으며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    

이 대결에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14년 10월 7일 구리타워에서 열린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구리월드디자인시티를 경기도의 동북부권 핵심 사업으로 정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해 국토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구리가 지역구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녔다. 열정이 과한 탓에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2015년 3월 17일 구리친수구역 개발사업이 조건부 승인이 날 것이라고 떠벌이다가 지역 언론에 보도된 일화도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믿는 걸까? 지역 언론에서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끝났다’, ‘안 끝났다’를 두고 아직도 공방 중이다. 지역사회에서 만큼은 대박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듯 보인다. 개발협약서의 유효기간은 2019년 5월까지다. 친수구역법도 아직 폐지된 게 아니다. 구리 시민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한편으론 수십억 원의 예산과 12년간의 행정력을 낭비한 구리친수구역 조성사업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지만 책임을 물을 데가 마땅치 않아 원망의 소리만 드높다.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가 지적하듯,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국가하천 주변지역의 계획적 개발을 통해 난개발을 방지한다는 법의 목적과 달리,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로 추진된 것이다.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문제점을 요란하게 폭로한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결국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마침표가 됐다.

 

글 | 김동언 한강유역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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