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타고 수조 원이 샌다 _ 이철재

현대의 도시에서 맑은 물의 시작은 곧 제대로 된 하수처리부터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제대로 가동을 못하거나 태생적인 부실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불행히도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2007년 11월 중순 환경부는 국가하수도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국가하수도종합계획은 2007년 9월에 개정된 하수도법에 따라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 하수도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하수도 분야의 기본 방침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수립한 국가하수도종합계획(이후 국가하수도계획)의 정책목표는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하수도’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7개 분야 주요 정책과제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예산 규모도 2015년까지 27조5천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하수도 정책은 땅속에서 벌어지는 사업이라 그간 끊임없는 부실 공사 및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여왔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적인 기본 방침을 수립한 것은 일정 정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하수도계획이 그동안의 하수도 분야에 대한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하수도 정책의 문제점은 심각했으며 하수도 정책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에는 왠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맹물처리장에서 부실 관거로
하수정책은 수인성 질병 예방 및 하천 수질 개선을 위해 시작되었다. 1976년 청계천하수처리장(15만 톤/일, 현 중랑하수종말처리장)을 시작으로 88서울올림픽을 위해 대도시 중심의 하수처리장 신설 정책이 추진되었다.

하수도 정책은 특히 1989년 수돗물 중금속오염, 1991년 페놀사건, 1994년 수돗물 악취사고, 물고기 떼죽음 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더욱 확대되어 시행되었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4대강 수질을 1급수로 만들겠다던 물관리종합대책에는 10년 동안 11조1118억 원이 투자되었다. 그 기간 하수정책은 하수처리장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1992년 26개소에 불과했던 하수처리장은 2002년 172개소로 6배 이상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하수관거가 4만6천 킬로미터에서 6만8천 킬로미터로 1.5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수처리장을 중심으로 하수정책이 시행됐던 이유는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단기간 내 하수도보급률을 개선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하수관거 투자에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은 관거 정비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평균 1미터당 110만 원) 기존 도시에 새로이 하수관거 공사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수처리장 증설 중심과 하수관거의 부실은 하수처리장의 운영 효율을 낮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2000년 기준 전국 157개의 하수처리장 중 통상적인 하수유입농도(BOD 143pp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처리장이 70개, 30ppm 이하로 유입되는 처리장이 12개 이르렀다. 당시 하수처리량의 방류수 기준이 BOD 20ppm인 것을 생각하면 전형적인 ‘맹물처리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1년 실시된 전국 하수관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관거 8.6미터 당 1곳씩 부실하며 맑은 날에도 지하수가 하수관 유량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조사였다. 반대로 비가 오면 하수관거에 하수와 우수가 함께 들어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버렸다. 결국 처리하지 못한 하수를 내보내야 했는데 평균농도가 90ppm이나 됐다. 이는 초기 강우 시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이 되는 등 수질오염과 생활환경에 깊은 악영향을 미쳤다.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불명수(오염 하수가 아닌 지하수 및 빗물)의 저감 대책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하수관거 정비가 시행되어야 했다.


자정능력 상실한 환경부
환경부에서는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 정비 원년’으로 선포하고 하수관거정비 7대 중점 과제를 선정하는 등 기존 하수처리장 증설 정책에서 하수관거 정비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증대하고 유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방류수 수질에서 불명수 저감으로 공사 준공 기준을 변경하였다. 또한 합류식 관거를 분류식으로 전환하고 정화조를 폐쇄하여 유입 하수의 농도 증대를 도모하였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3조 원의 하수관거 정비 예산을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수와 하수를 분류식으로 정비해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높이자 했던 당초 목적은 사라졌다. 우기 시 하수관의 깨진 틈새로 빗물이 들어와 하수처리장 용량의 두 배가 넘는 양이 유입돼 하수는 처리하지 못한 채 상수원과 하천으로 방류하게 만들었다. 처리되지 못한 오염된 물에는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생분뇨도 포함되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려 했던 선시행 사업부터 부실함에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하수관거정비 국책 사업을 계속 확대했다는 것이다.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에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7조4천억 원의 예산이 사용되었는데 그 중 2005년, 2006년에만 5조 원이 넘게 결정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하수도계획에도 하수관거정비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하수관 공사는 땅속에서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부실 우려가 높다. 환경부 역시 부실 공사를 방지하겠다며, 하수도정비 특별 지원단, 전문 감리제 확대 도입 등 매년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발표하여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부실 검증 시스템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현대의 도시에서 맑은 물의 시작은 곧 제대로 된 하수처리부터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제대로 가동을 못하거나 태생적인 부실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불행히도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분뇨 방류하는 33조 원 국책사업
2000년 초반부터 추진되던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은 이전 시대 부실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반영된 결과였다. 2020년까지 33조 원 예산 규모가 예정된 이 사업은 현재 부실의 합병증과 다를 것이 없다. 기초 타당성 조사부터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작성하는 기법 역시 부실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최초 공사 물량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강하처리장 등 선시행사업은 분류식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비만 오면 처리되지 못한 물을 한강으로 방류한다. 그것도 분뇨가 포함된 물을 말이다. 국책사업의 총괄책임을 지는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본질을 비껴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2006년 말까지 7조4천억 원이나 사용된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은 사업의 성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이후 진행된 사업에 대해서도 신뢰를 크게 상실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수관거 공사 준공이 이후부터다. 하수관거 공사에 예산이 집행된 경우, 향후 20년 동안 재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낭비는 물론 장기간의 수질, 토양 오염이 우려되는 것이다.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은 하수처리장 효율 개선을 위해 불명수 저감이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유역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현재 변경된 준공 기준은 불명수를 잡기에는 미흡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는 하수관거 국책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을 상실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결국 기초부터 부실한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은 이미 사용된 7조4천억 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진행될 사업에 대한 신뢰성도 없으며 근본적으로 사업의 방향을 상실한 것이다. 총체적 난국을 말하는 것이다.

깨끗한 하수처리를 위한 제언
하수관거정비 국책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하기 위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는 민간 연구기관에 의한 현 상황 점검이다. 환경부는 국내실정에 맞는 불명수(침입수/유입수) 산정방법, 유량계 설치 및 정도 관리의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수관거 국책사업을 총괄하는 환경부와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관리공단은 이미 자정능력은 물론 신뢰마저 상실했다.

또한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전문가 그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하수관거 국책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단체가 현재까지의 상황을 평가하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하수도 분야는 그동안 민간단체 및 전문가의 정책 감시의 사각지대였다. 돈이 있는 곳에 감시가 있고 오염이 있는 곳에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하수관거 국책사업에 대한 정책 감시 및 현장 조사 등의 활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은 스스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수도 분야에서 가장 비판적인 단체와 상수도 관계 당국이 모여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듯이 하수도 분야 역시 지속적인 논의와 검증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수관거 공사가 지금 당장 중단될 수는 없다. 도시나 시골 어디서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하수가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자연생태계는 물론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부실 정책이 계속 진행돼서도 안 된다. 지금의 부실은 앞으로 더 큰 부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관거 국책사업은 연꽃과 같은 사업이다.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하수관거 사업 역시 오염된 물을 깨끗이 만드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현재 아직 연꽃은 아니다. 불행히도 연을 피우기 위해 씨를 심었는데 그 씨가 썩었는지조차 제대로 가늠하기 힘든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맑은 물의 시작은 제대로 된 하수처리부터라는 것과 하수관거 사업이 정말로 연꽃과 같은 사업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글·사진 / 이철재 leecj@kfem.or.kr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국장


사진

하수관거국책사업의 시작 지역인 양평군 강상강하하수처리장.
2005년 10월 공사가 끝났음에도 최근까지 준공이 나지 못하는 등 분실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하수관거의 깨진 틈새로 하수가 새어 나간다


양평 흑천 부근. 2006년까지 하수관거정비공사로 7조 원이 넘게
사용되었지만 부실관거로 인해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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