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와 만나는 또 다른 세상

산남동 구룡산 소류지에서 태어난 두꺼비 Ⓒ이현화

 

청주시 산남동 구룡산 일대의 두꺼비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본능을 따라 소류지를 향한 첫 발걸음의 시작은 녹녹치 않다. 예전에는 작은 농로의 물길을 따라 내려와 두꺼비들의 이동이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차가 쌩쌩 달리는 찻길을 건너야 한다. 두꺼비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위험이 뒤따르게 될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운좋게 살아남은 녀석은 저수지로 들어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게 되는데 암컷 한 마리가 약 7000개의 알을 품고 산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로드 킬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두꺼비를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생태교육연구소 <터>는 위험에 처해있는 두꺼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비 성체가 산에서 소류지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2월부터 이제 막 성체가 된 새끼두꺼비가 산으로 올라가는 5월까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양서류모니터링에 참여해주고 있으며 소류지 옆에 있는 꿀참나무숲유치원 친구들이 도와주어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두꺼비순찰대를 조직해 SNS를 통해 소식들을 공유하고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있다. 프로그데이(frog's day, 4월 25일)를 즈음해 <터>에서는 소류지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두꺼비 보호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하는 현수막과 안내판, 폐현수막으로 만든 수생식물 잎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소류지 주변에 설치했다. 현수막을 이용한 홍보물은 꿀참나무숲유치원 친구들이 가족들과 함께 두꺼비 보호를 위해 그림을 그려왔다. 소류지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에 현수막을 걸어 길을 다니는 사람들과 운전자들에게 알리는 멋진 일을 해 주었다. 그리고 5월 말 비 오는 날, 새끼두꺼비들이 이동을 시작하면 유치원 아이들이 모두 나와 새끼두꺼비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이 중요하지 두꺼비가 뭐가 중요하냐?”고 두꺼비 보호활동을 언짢아하는 이들도 있다. 두꺼비를 비롯한 양서류들은 피부와 폐로 호흡을 하는데,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들에게 있어 환경오염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두꺼비를 환경지표종으로 삼아 두꺼비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공간이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이유들을 매번 설명하고 설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곧 수많은 새끼두꺼비들이 빗속에 이동을 할 것이다. 새끼손톱만한 몸으로 위험천만한 찻길을 건너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안쓰럽다.  

우리가 앞으로 만날 세상은 두꺼비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길. 내가 내 아이들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두꺼비의 엄마·아빠도 수많은 새끼두꺼비들이 소중하고 이들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사람이 만든 길에,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이 만들어 나갈 길에 더 이상 두꺼비뿐만 아니라 안타까운 생명들의 죽음이 없기를 소망한다.

 

로드 킬로부터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한 알림판 Ⓒ함께사는길 이성수

 

긴 꼬리가 짧아질 때쯤 새끼두꺼비들은 어미가 그랬듯 산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현화


글 | 변미경 생태교육연구소 <터> 회원사업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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