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천강의 새벽 안개 속에서 수달 가족이 물고기 사냥을 잠시 멈추고 바위로 올라오고 있다
수달(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330호)은 습지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층에 속하는 하천생태계의 깃대종이다.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은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건강한 하천인 셈이다. 하루에 물고기 3~4kg을 먹어야 하는 수달은 쏘가리, 꺽지 등 비교적 큰 물고기를 사냥한다. 이러한 물고기들은 더 작은 물고기나 민물 새우를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나 새우는 물벼룩이나 플랑크톤을 먹는다. 먹이 피라미드에서 밑으로 갈수록 더 다양하고 개체수가 많다. 따라서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은 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잡힌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와우^^,야행성 수달이 한낮에 ?’ 엄천강의 수달 지킴이 최상두 씨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2020년 3월 경남 함양군 지리산 계곡으로 달려갔다. 함양에서 자연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최 선생에게 수달이 주로 출몰하는 4곳의 서식지를 소개받고 그 지역을 2021년 4월까지 관찰했다. 휴일은 거의 지리산 엄천강 상류에서 보냈다. 총 28회 방문했으니, 주말의 반 이상을 수달을 찾아간 셈이다. 수달을 제대로 기록하려면 1년의 시간도 부족한 느낌이다. 수달을 만나지 못하고 헛걸음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닌 초저녁과 이른 새벽에 수달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족제비과의 수달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천가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표피에 촘촘하고 겹겹이 쌓인 털은 겨울철에도 체온을 유지하고 물이 피부에 스며들지 않게 발달했다. 그럼에도 수달은 물고기 사냥 중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 몸통을 흔들어 습기를 제거한다. 수달이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수생동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행성이지만 한적한 곳에서는 강가의 바위에서 햇볕을 쐬며 털을 관리한다. 수달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 같은 가죽은 수영할 때 유리하지만, 물가의 바위를 뛰어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있다.
지리산 수달을 기록하면서 늘 느꼈던 것은 수달의 끈끈한 가족 사랑이다. 부부 간에는 당연하겠지만 자식이 독립하기 전까지는 형제들이 더불어 산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새로운 자식을 낳으면 지난해 낳은 자식들은 멀리 보내지만, 수달의 경우 한동안 같이 산다. 가족들 간에는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고, 마주칠 때마다 스킨십을 하면서 가족애를 확인한다. 자신이 먹이를 충분히 먹으면 사냥한 물고기를 가족에게 제공한다.

어린 수달이 엄천강을 건너 위장막 앞으로 유영해 오고 있다

하천 생태계의 최후 포식자 수달은 대식가이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사냥한 물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있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수달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어미 수달이 새끼들을 부르고 있다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봉착한 수달이 우리 땅에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들어 한강, 안성천 등 도심의 하천에서 수달이 목격돼 수달의 서식지와 개체수가 늘었다고 뉴스를 타고 있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수달이 환경이 좋은 한적한 곳에 살고 있고, 사람과의 접촉이 뜸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서식지가 개발되고,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혀지면서 은밀한 그들의 생활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과 유림면을 지나는 엄천강은 곳곳이 수달 서식지였다. 지리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합류해 작은 하천을 형성한 이 곳은 수달이 활동하기 좋은 바위들이 즐비하고, 물이 1년 내내 마르지 않으며, 다양한 물고기와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엄천강 수달의 개체수는 지난 10년간 계속 줄고 있다.
청정하고 조용했던 이곳에 하천정비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소수력발전소가 생겨서 수량이 불규칙하고 물고기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과 수천만 년간 소통하면서 그 자태를 뽐내던 강가의 기암괴석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쭉 뻗은 시멘트 제방과 포장도로가 점령하면서 수달 가족도 정든 고향을 버리고 있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수달의 날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수달(Eurasian otter)은 유라시아 대륙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급감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준위협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수달이 공식적으로 절멸했다고 한다. 유럽도 수달의 개체수가 급감해 수달보호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직은 이 땅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안심은 절대 금물이다. 자연생태계의 깃대종 수달이 사라져버린 곳은 결국 인간도 살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후 1년 정도의 수달이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수달은 가족끼리 수시로 스킨십을 하는 동물이다. 엄천강에서 먹이 사냥을 마친 수달 어미(아래쪽)가 새끼와 장난치고 있다

경남 함양 지리산 엄천강에서 밤새 먹이 활동을 마친 수달 가족이 새벽이 되자 잠자리 근처로 헤엄쳐 오고 있다

낮게 깔린 가을 안개가 수달 가족이 서식하고 있는 엄천강을 덮고 있다. 민가와 인접해 있는 하천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는 수달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다
| 김연수 저널리스트 생태사진가
엄천강의 새벽 안개 속에서 수달 가족이 물고기 사냥을 잠시 멈추고 바위로 올라오고 있다
수달(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330호)은 습지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층에 속하는 하천생태계의 깃대종이다.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은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건강한 하천인 셈이다. 하루에 물고기 3~4kg을 먹어야 하는 수달은 쏘가리, 꺽지 등 비교적 큰 물고기를 사냥한다. 이러한 물고기들은 더 작은 물고기나 민물 새우를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나 새우는 물벼룩이나 플랑크톤을 먹는다. 먹이 피라미드에서 밑으로 갈수록 더 다양하고 개체수가 많다. 따라서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은 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잡힌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와우^^,야행성 수달이 한낮에 ?’ 엄천강의 수달 지킴이 최상두 씨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2020년 3월 경남 함양군 지리산 계곡으로 달려갔다. 함양에서 자연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최 선생에게 수달이 주로 출몰하는 4곳의 서식지를 소개받고 그 지역을 2021년 4월까지 관찰했다. 휴일은 거의 지리산 엄천강 상류에서 보냈다. 총 28회 방문했으니, 주말의 반 이상을 수달을 찾아간 셈이다. 수달을 제대로 기록하려면 1년의 시간도 부족한 느낌이다. 수달을 만나지 못하고 헛걸음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닌 초저녁과 이른 새벽에 수달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족제비과의 수달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천가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표피에 촘촘하고 겹겹이 쌓인 털은 겨울철에도 체온을 유지하고 물이 피부에 스며들지 않게 발달했다. 그럼에도 수달은 물고기 사냥 중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 몸통을 흔들어 습기를 제거한다. 수달이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수생동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행성이지만 한적한 곳에서는 강가의 바위에서 햇볕을 쐬며 털을 관리한다. 수달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 같은 가죽은 수영할 때 유리하지만, 물가의 바위를 뛰어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있다.
지리산 수달을 기록하면서 늘 느꼈던 것은 수달의 끈끈한 가족 사랑이다. 부부 간에는 당연하겠지만 자식이 독립하기 전까지는 형제들이 더불어 산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새로운 자식을 낳으면 지난해 낳은 자식들은 멀리 보내지만, 수달의 경우 한동안 같이 산다. 가족들 간에는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고, 마주칠 때마다 스킨십을 하면서 가족애를 확인한다. 자신이 먹이를 충분히 먹으면 사냥한 물고기를 가족에게 제공한다.
어린 수달이 엄천강을 건너 위장막 앞으로 유영해 오고 있다
하천 생태계의 최후 포식자 수달은 대식가이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사냥한 물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있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수달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어미 수달이 새끼들을 부르고 있다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봉착한 수달이 우리 땅에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들어 한강, 안성천 등 도심의 하천에서 수달이 목격돼 수달의 서식지와 개체수가 늘었다고 뉴스를 타고 있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수달이 환경이 좋은 한적한 곳에 살고 있고, 사람과의 접촉이 뜸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서식지가 개발되고,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혀지면서 은밀한 그들의 생활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과 유림면을 지나는 엄천강은 곳곳이 수달 서식지였다. 지리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합류해 작은 하천을 형성한 이 곳은 수달이 활동하기 좋은 바위들이 즐비하고, 물이 1년 내내 마르지 않으며, 다양한 물고기와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엄천강 수달의 개체수는 지난 10년간 계속 줄고 있다.
청정하고 조용했던 이곳에 하천정비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소수력발전소가 생겨서 수량이 불규칙하고 물고기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과 수천만 년간 소통하면서 그 자태를 뽐내던 강가의 기암괴석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쭉 뻗은 시멘트 제방과 포장도로가 점령하면서 수달 가족도 정든 고향을 버리고 있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수달의 날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수달(Eurasian otter)은 유라시아 대륙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급감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준위협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수달이 공식적으로 절멸했다고 한다. 유럽도 수달의 개체수가 급감해 수달보호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직은 이 땅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안심은 절대 금물이다. 자연생태계의 깃대종 수달이 사라져버린 곳은 결국 인간도 살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후 1년 정도의 수달이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수달은 가족끼리 수시로 스킨십을 하는 동물이다. 엄천강에서 먹이 사냥을 마친 수달 어미(아래쪽)가 새끼와 장난치고 있다
경남 함양 지리산 엄천강에서 밤새 먹이 활동을 마친 수달 가족이 새벽이 되자 잠자리 근처로 헤엄쳐 오고 있다
낮게 깔린 가을 안개가 수달 가족이 서식하고 있는 엄천강을 덮고 있다. 민가와 인접해 있는 하천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는 수달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다
| 김연수 저널리스트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