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환경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지난 3월 26일 제12회 온난화 식목일을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서울은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찾아온 것 마냥 꽃은 지고 잎사귀가 푸릇푸릇 피어나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서울 전역에 벚꽃이 개화했다. 1922년 벚꽃 개화를 관측한 이래로 가장 이른 시기에 개화된 것이다. 올해 서울 벚꽃은 기존에 가장 빨랐던 작년 개화보다 3일 앞서 개화되었고, 평년 (4월 10일)보다 무려 17일이나 빨리 폈다. 기온 상승으로 계절의 길이도 달라졌다. 10년 전에 비해 겨울은 7일, 가을은 하루 줄었으며, 봄과 여름은 각각 4일씩 늘어났다. 3월 초까지 이어지던 겨울이 2월로 끝나고, 6월까지 만끽할 수 있던 봄도 5월이면 끝이 난다. 기후변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이 불러온 결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요즘, 시민들이 두 팔 걷어붙이며 일어났다. 서울환경연합은 2010년부터 매년 시민 200여 명과 나무를 심는 ‘온난화식목일’을 진행하고 있다. 온난화식목일은 지난 100여 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발생된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알리고, 온난화로 인해 일찍 찾아오는 봄의 첫 시작에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자는 의도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대면하기 어려운 올해는 제 12회 온난화식목일을 맞이하여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지구가 됩니다’를 주제로 650여 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소비자 환경캠페인 등 다양한 참여로 구성된 비대면 나무심기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시민들의 행동보다 항상 한 박자 늦는 것이 바로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제기되어 온 4월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의견에 행정예산을 핑계로 번번이 무산시켰다. 2007년, 2008년, 2013년에 걸쳐 논의와 검토만 했을 뿐 실행하지 않았다. 4월 5일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게 되면 시민들에게 다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겠냐는 정부의 의견이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당시에 인지했다면, 10년, 20년에 걸쳐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이렇게 미뤄온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서울환경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지난 3월 26일 제12회 온난화 식목일을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나무는 겨울이 지나 땅이 녹은 후 가능한 빨리 심는 것이 좋다. 이유는 저온기 때 나무를 심으면 온도가 낮아 나무에서 증발하는 수분의 양이 적어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무를 심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나무가 살아남기 힘들다. 온도가 높고 건조하면 활착률이 낮아진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4월 5일 식목일을 인지하고 있어 식목행사는 보통 4월부터 대대적으로 시작한다. 온도가 높아진 때에 식목을 하면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고, 묘목을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줘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 4월 5일은 식목일을 시작으로 식목행사는 보통 4월 초에 진행하며, 많은 시민들이 4월 식목행사에 참여한다. 나무를 더 빨리 심고,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4월 식목일 인식으로 인해 나무심기가 더뎌지고 있다.
이렇게 일찍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한다면, 나무심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대부분의 식목행사가 4월 5일 언저리에 진행된다. 현재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식목행사를 제외하고, 지자체 또는 정부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식목행사의 경우 4월 초에만 집중되어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연적인 탄소흡수원이 중요해졌음에도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너무 단기간에 심고 종료하고 있는 것이다.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 나무를 빠르게 심는 것과, 식목‘일’이 아닌 식목‘월’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나무심기를 더욱 권장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올바른 방향이다.
2021년 3월,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시민들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요구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현 정부가 식목일을 앞당기는 방안이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계속 반대를 해왔던 산림청이 벚꽃이 평년보다 일찍 개화하고, 산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니 이제야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의견에 찬성한 것이다. 산림청은 수목(樹木)의 생리적 특성 등을 고려해 타당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산림청이 20년 가까이 번번이 무산되었던 3월 식목일 변경 방안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이 또한 한 박자 늦은 정책이다. 3월 식목일 변경만으로는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막기엔 부족하다. 지난 100년의 산업화로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온도가 1℃ 상승했다(정확하게는 0.86℃ 상승, 반올림해 1℃라 칭함). 2018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평균온도 1℃ 상승 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라 표현했다. 1.5℃까지 상승 시 광범위하고 심각한 위험의 정도이고,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인 2℃ 상승 했을 시 생태 회복력을 상실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구평균온도 1℃ 상승만 경험했을 뿐이다. 2018년의 최장·최고를 기록했던 여름폭염, 2019년의 강원 산불, 2020년의 50일이 넘는 여름장마를 기억하면 지구평균온도 상승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예상이 가능하다.
지구평균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한국이 꼭 해야 하는 것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만드는 것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상쇄하는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산업공정부터 폐기물,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데, 이렇게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원을 녹색 전환을 통해 배출 저감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해야 할 것이 바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흡수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때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무이다.
나무 심기를 이제 단순한 환경보호 실천 활동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나무 한 그루당 연간 35.7g(에스프레소 한잔)에 해당하는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주고 평균습도를 9~23%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심지어 도시 소음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고, 성인 7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산소를 배출하며,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한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나무이다.
식목일을 단순히 3월로 변경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자연적인 탄소 흡수원을 확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남아있다. 이젠 식목일로 만족할 수 없다. 하루에 불과한 식목일이 아닌 식목월로 확대하여 시민들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도시를 초록으로 물들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때이다.
| 이우리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서울환경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지난 3월 26일 제12회 온난화 식목일을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서울은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찾아온 것 마냥 꽃은 지고 잎사귀가 푸릇푸릇 피어나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서울 전역에 벚꽃이 개화했다. 1922년 벚꽃 개화를 관측한 이래로 가장 이른 시기에 개화된 것이다. 올해 서울 벚꽃은 기존에 가장 빨랐던 작년 개화보다 3일 앞서 개화되었고, 평년 (4월 10일)보다 무려 17일이나 빨리 폈다. 기온 상승으로 계절의 길이도 달라졌다. 10년 전에 비해 겨울은 7일, 가을은 하루 줄었으며, 봄과 여름은 각각 4일씩 늘어났다. 3월 초까지 이어지던 겨울이 2월로 끝나고, 6월까지 만끽할 수 있던 봄도 5월이면 끝이 난다. 기후변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이 불러온 결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요즘, 시민들이 두 팔 걷어붙이며 일어났다. 서울환경연합은 2010년부터 매년 시민 200여 명과 나무를 심는 ‘온난화식목일’을 진행하고 있다. 온난화식목일은 지난 100여 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발생된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알리고, 온난화로 인해 일찍 찾아오는 봄의 첫 시작에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자는 의도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대면하기 어려운 올해는 제 12회 온난화식목일을 맞이하여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지구가 됩니다’를 주제로 650여 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소비자 환경캠페인 등 다양한 참여로 구성된 비대면 나무심기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시민들의 행동보다 항상 한 박자 늦는 것이 바로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제기되어 온 4월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의견에 행정예산을 핑계로 번번이 무산시켰다. 2007년, 2008년, 2013년에 걸쳐 논의와 검토만 했을 뿐 실행하지 않았다. 4월 5일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게 되면 시민들에게 다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겠냐는 정부의 의견이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당시에 인지했다면, 10년, 20년에 걸쳐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이렇게 미뤄온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서울환경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지난 3월 26일 제12회 온난화 식목일을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나무는 겨울이 지나 땅이 녹은 후 가능한 빨리 심는 것이 좋다. 이유는 저온기 때 나무를 심으면 온도가 낮아 나무에서 증발하는 수분의 양이 적어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무를 심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나무가 살아남기 힘들다. 온도가 높고 건조하면 활착률이 낮아진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4월 5일 식목일을 인지하고 있어 식목행사는 보통 4월부터 대대적으로 시작한다. 온도가 높아진 때에 식목을 하면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고, 묘목을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줘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 4월 5일은 식목일을 시작으로 식목행사는 보통 4월 초에 진행하며, 많은 시민들이 4월 식목행사에 참여한다. 나무를 더 빨리 심고,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4월 식목일 인식으로 인해 나무심기가 더뎌지고 있다.
이렇게 일찍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한다면, 나무심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대부분의 식목행사가 4월 5일 언저리에 진행된다. 현재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식목행사를 제외하고, 지자체 또는 정부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식목행사의 경우 4월 초에만 집중되어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연적인 탄소흡수원이 중요해졌음에도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너무 단기간에 심고 종료하고 있는 것이다.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 나무를 빠르게 심는 것과, 식목‘일’이 아닌 식목‘월’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나무심기를 더욱 권장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올바른 방향이다.
2021년 3월,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시민들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요구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현 정부가 식목일을 앞당기는 방안이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계속 반대를 해왔던 산림청이 벚꽃이 평년보다 일찍 개화하고, 산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니 이제야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의견에 찬성한 것이다. 산림청은 수목(樹木)의 생리적 특성 등을 고려해 타당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산림청이 20년 가까이 번번이 무산되었던 3월 식목일 변경 방안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이 또한 한 박자 늦은 정책이다. 3월 식목일 변경만으로는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막기엔 부족하다. 지난 100년의 산업화로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온도가 1℃ 상승했다(정확하게는 0.86℃ 상승, 반올림해 1℃라 칭함). 2018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평균온도 1℃ 상승 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라 표현했다. 1.5℃까지 상승 시 광범위하고 심각한 위험의 정도이고,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인 2℃ 상승 했을 시 생태 회복력을 상실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구평균온도 1℃ 상승만 경험했을 뿐이다. 2018년의 최장·최고를 기록했던 여름폭염, 2019년의 강원 산불, 2020년의 50일이 넘는 여름장마를 기억하면 지구평균온도 상승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예상이 가능하다.
지구평균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한국이 꼭 해야 하는 것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만드는 것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상쇄하는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산업공정부터 폐기물,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데, 이렇게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원을 녹색 전환을 통해 배출 저감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해야 할 것이 바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흡수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때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무이다.
나무 심기를 이제 단순한 환경보호 실천 활동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나무 한 그루당 연간 35.7g(에스프레소 한잔)에 해당하는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주고 평균습도를 9~23%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심지어 도시 소음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고, 성인 7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산소를 배출하며,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한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나무이다.
식목일을 단순히 3월로 변경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자연적인 탄소 흡수원을 확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남아있다. 이젠 식목일로 만족할 수 없다. 하루에 불과한 식목일이 아닌 식목월로 확대하여 시민들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도시를 초록으로 물들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때이다.
| 이우리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