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졸업 1호! 미금보 철거를 축하합니다

2018-07-01

지난 5월 8일 24년 동안 탄천을 가로막은 미금보가 철거되고 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5월 8일, 물길을 가로막던 미금보에 중장비가 달려들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를 걷어내자 숨을 몰아쉬듯 물길이 쏟아져 내렸다. 성남시 탄천에 가로놓였던 미금보가 완공 24년 만에 졸업한 소식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해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탄천은 35.6킬로미터, 이 가운데 성남구간은 약 15킬로미터다. 이 짧은 성남구간에 크고 작은 보가 무려 15개나 있었다. 이들 보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1990년대부터 분당에 계획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대부분이 목적을 상실하고 방치되었다.

 

“보를 철거해주세요.”

4대강사업에는 정말로 장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하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인 것이 성과라고 대답한다. 미금보 철거에 대한 요구가 먼저 시작된 것도 시민에서부터다. 탄천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보 때문에 물이 고여 있으니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다.”, “우리 동네에 4대강사업 보와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으니 흉물스럽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남시 수질담당 공무원이 미금보 수문을 살짝 열어 물을 흘려보내자 수질이 좋아지는 듯했으나 수문이 없는 반대편은 여전히 물이 고여 반쪽짜리 해결책이 되었다. 

탄천의 보 철거는 성남시와 환경연합이 ‘탄천의 보 현황과 대안 마련 세미나’를 열고 탄천의 보 현황을 검토하기 시작한 2016년 4월부터 본격화됐다. 같은 해 8월, 환경연합은 탄천의 수질을 조사해 발표했고, 성남시는 탄천미래발전위원회 등에서 검토하고 환경부와 협의를 거쳤다. 성남시로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자는 다소 과격한 제안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보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하고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과 경기도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미금보 규모의 보 철거에는 최소 2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하는 공무원으로서는 부담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연합의 오랜 설득과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은 성남시의 진정성이 댐 철거라는 성과로 귀결되었다.

사실 댐 철거는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미국은 현재 빠른 속도로 댐을 철거하고 있다. 아메리칸리버스에 의하면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철거한 댐은 1492개에 이르고 2017년 한 해에만 86개의 댐을 철거했다. 1995년 미국연방개척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10년 일본 나가노현 다나카야스오 지사도 ‘탈댐’을 선언했다. 그는 ‘국가에서 금전적 보조를 해주니까’라는 안이한 이유로 댐 건설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당장은 댐 건설보다 하천개수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하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6년부터 2010년 사이에만 총 115개의 신규 댐 사업을 중단시켰고 방치되어있던 아라세 댐을 철거하는데도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시절이 올까? 서둘러 세계1위 댐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시민이 댐의 시대를 끝낸다

환경연합은 기능과 용도 없는 댐을 철거하는 댐 졸업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미금보를 포함해 국내외의 댐 철거 사례를 검토하고 수리·수문, 수질, 생태적 측면에서 우려되거나 기대할 수 있는 측면을 예측하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국토부, 농림부, 환경부, 지자체 등 다양한 기관과 환경단체, 주민, 농민, 어민,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소통과 합의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농어촌정비법」,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 「내수면어업법」,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하천법」 등 각종 법과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댐의 시대를 끝내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4대강사업을 전후로 하천을 가로질러 물을 가두는 댐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도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통해 하천의 종적연결성을 확보하겠다며 ‘보 철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환경연합에서도 금호강 아양교 인근 수중보를 철거하겠다고 나섰다. 화성환경연합은 발안천의 보를 철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성남환경연합은 탄천에 남은 14개의 보를 모두 철거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 대전환경연합, 부산환경연합은 4개강의 하굿둑을 철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민의 관심과 지원, 환경연합의 댐 졸업 캠페인이 전국 하천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힘이 되고 4대강사업의 16개 보를 철거하는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글 |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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