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전망대에서 초평도와 임진강의 새들을 관찰했다
임진강에 갈 때마다 신기한 건, 강가에 펼쳐진 갯벌이다. 강폭이 그 정도 되면 제방이 있고 식당이 즐비할 법도 한데, 이 강에서는 지리교과서에서나 봤던 ‘하천퇴적물’이 그대로 쌓여 자연하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진강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접경지역 파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왼편에 길게 철조망이 펼쳐져 있다. 철조망 건너편이 임진강이다. 밀물 때는 강이 보이고, 썰물 때는 뻘흙이 넓게 펼쳐진다. 그 너머는 북녘 땅이다. 사람들은 함부로 넘어갈 수 없지만, 새들은 임진강 양쪽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파주는 북쪽에서 날아온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는 탐조 여행지이다.
1월 19일, 동녘지역아동센터 어린이 청소년 20여 명과 파주 임진강을 다녀왔다. 방학 동안 친구와 놀고, 놀이공원도 가고, 또 여행도 가봤지만, 이렇게 새를 보기 위한 생태체험은 처음이란다. 파주환경연합 생태선생님들이 초보 탐조자들을 안내했다. 버스 안에서부터 사진을 보여주며 새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 방문지는 오두산 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황해로 나가는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 지명인 ‘교하’는 ‘하천이 만난다’는 뜻이다. 마침 날씨가 맑아서 쌍안경을 통해 건너편의 황해도 개풍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썰물 때 강바닥이 드러나면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아이들은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요!’라며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쌍안경을 들고 사람을 찾던 아이들이 하늘을 올려다 봤다. 처음 보는 새가 긴 날개를 펼치고 있다. 강변을 맴돌며 먹잇감을 찾던 흰꼬리수리였다. 꼬리가 흰 색이 아닌 것으로 보아 성체는 아니다. 어린 흰꼬리수리가 사냥에 성공하길 빌며 반구정으로 향했다.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정자, 반구정에서는 임진강 줄기가 내려다보인다. 이곳 역시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고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 분단의 현장이지만, 새들에게는 사람으로부터도 천적으로부터도 안전한 곳이다. 육안으로 군데군데 새들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도 끝낸 참이다. 새들의 몸단장은 꽁지의 기름샘을 부리에 묻혀서 깃털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다. 방수를 위한 대비다. 지금은 한가롭게 볕을 쬐는 중이다. 필드스코프에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그리고 머리가 초록색인 청둥오리의 모습이 잡혔다.
새를 좇는 아이
강은 서쪽으로 흘러가는데 새들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시야에서 서쪽으로 사라지는 녀석들은 강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고, 정지화면처럼 보이는 새들은 발을 수면 아래에 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태연한 표정으로 힘을 다해 열심히 헤엄을 친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엽다!” “예쁘다!” 연신 탄성을 올리며 돌아가며 필드스코프를 들여다볼 때 누군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한다. “날아가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새들이 놀란다고 주의를 주자 미안한 얼굴이 된 아이들에게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네요!” 알려주니 두 눈이 비상하는 무리를 따라잡기 바쁘다. 쇠기러기가 더 작긴 하지만 크기 가늠이 잘 안 된다. 색을 기억하면 된다. 배가 희고 부리가 노란 쪽이 큰기러기다.
기러기들을 쫓던 쌍안경은 임진강 건너편 장단반도에도 머문다. 이번에는 고라니를 발견했다. 호기심 많은 눈망울에 큰 귀를 가진 고라니는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인데, 국내에서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사냥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의 삶터까지 들어가 농경지를 개발했기 때문인데 유해동물로 사냥당하는 건 고라니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점심식사 후 마지막 코스는 장산전망대. 군사구역지역이라 네비게이션으로는 확인이 안 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5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니 시야가 넓게 트인 언덕이 나타났다. 아래쪽에 넓게 흐르는 임진강 줄기와, 강 중간에 퇴적물이 쌓여 조성된 하중도(한강 여의도와 같은 강 안의 섬) 초평도가 보인다. 초평도는 사유지이기도 하고, 지뢰 불발탄이 많이 묻혀있기도 해서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덕분에 야생 동식물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기러기들이 날아와 앉았고, 재두루미 가족도 와 있다. 이들은 3, 4마리가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눈 주변이 빨갛고 몸이 회색인 재두루미는 지구상에 5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재두루미가 논에서 낱곡을 먹는 모습을 관찰할 때 파주환경연합의 정명희 국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몇년 후에는 재두루미를 못 볼 수도 있어요.” 놀란 아이들이 정 국장의 얼굴을 일제히 쳐다보자 설명이 이어진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홍수예방을 핑계로 임진강 준설사업을 시행하려 하기 때문이란다. 홍수예방 효과가 매우 적고 DMZ 일원의 임진강 하구 생태파괴가 명확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반대여론이 높았지만 기어이 준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임진강을,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파주의 논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고 싶어요!” 아이들은 바람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었다.
글 | 김보영 환경운동연합 모금참여국장
사진 | 이성수 기자
장산전망대에서 초평도와 임진강의 새들을 관찰했다
임진강에 갈 때마다 신기한 건, 강가에 펼쳐진 갯벌이다. 강폭이 그 정도 되면 제방이 있고 식당이 즐비할 법도 한데, 이 강에서는 지리교과서에서나 봤던 ‘하천퇴적물’이 그대로 쌓여 자연하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진강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접경지역 파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왼편에 길게 철조망이 펼쳐져 있다. 철조망 건너편이 임진강이다. 밀물 때는 강이 보이고, 썰물 때는 뻘흙이 넓게 펼쳐진다. 그 너머는 북녘 땅이다. 사람들은 함부로 넘어갈 수 없지만, 새들은 임진강 양쪽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파주는 북쪽에서 날아온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는 탐조 여행지이다.
1월 19일, 동녘지역아동센터 어린이 청소년 20여 명과 파주 임진강을 다녀왔다. 방학 동안 친구와 놀고, 놀이공원도 가고, 또 여행도 가봤지만, 이렇게 새를 보기 위한 생태체험은 처음이란다. 파주환경연합 생태선생님들이 초보 탐조자들을 안내했다. 버스 안에서부터 사진을 보여주며 새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 방문지는 오두산 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황해로 나가는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 지명인 ‘교하’는 ‘하천이 만난다’는 뜻이다. 마침 날씨가 맑아서 쌍안경을 통해 건너편의 황해도 개풍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썰물 때 강바닥이 드러나면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아이들은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요!’라며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쌍안경을 들고 사람을 찾던 아이들이 하늘을 올려다 봤다. 처음 보는 새가 긴 날개를 펼치고 있다. 강변을 맴돌며 먹잇감을 찾던 흰꼬리수리였다. 꼬리가 흰 색이 아닌 것으로 보아 성체는 아니다. 어린 흰꼬리수리가 사냥에 성공하길 빌며 반구정으로 향했다.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정자, 반구정에서는 임진강 줄기가 내려다보인다. 이곳 역시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고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 분단의 현장이지만, 새들에게는 사람으로부터도 천적으로부터도 안전한 곳이다. 육안으로 군데군데 새들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도 끝낸 참이다. 새들의 몸단장은 꽁지의 기름샘을 부리에 묻혀서 깃털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다. 방수를 위한 대비다. 지금은 한가롭게 볕을 쬐는 중이다. 필드스코프에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그리고 머리가 초록색인 청둥오리의 모습이 잡혔다.
새를 좇는 아이
강은 서쪽으로 흘러가는데 새들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시야에서 서쪽으로 사라지는 녀석들은 강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고, 정지화면처럼 보이는 새들은 발을 수면 아래에 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태연한 표정으로 힘을 다해 열심히 헤엄을 친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엽다!” “예쁘다!” 연신 탄성을 올리며 돌아가며 필드스코프를 들여다볼 때 누군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한다. “날아가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새들이 놀란다고 주의를 주자 미안한 얼굴이 된 아이들에게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네요!” 알려주니 두 눈이 비상하는 무리를 따라잡기 바쁘다. 쇠기러기가 더 작긴 하지만 크기 가늠이 잘 안 된다. 색을 기억하면 된다. 배가 희고 부리가 노란 쪽이 큰기러기다.
기러기들을 쫓던 쌍안경은 임진강 건너편 장단반도에도 머문다. 이번에는 고라니를 발견했다. 호기심 많은 눈망울에 큰 귀를 가진 고라니는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인데, 국내에서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사냥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의 삶터까지 들어가 농경지를 개발했기 때문인데 유해동물로 사냥당하는 건 고라니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점심식사 후 마지막 코스는 장산전망대. 군사구역지역이라 네비게이션으로는 확인이 안 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5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니 시야가 넓게 트인 언덕이 나타났다. 아래쪽에 넓게 흐르는 임진강 줄기와, 강 중간에 퇴적물이 쌓여 조성된 하중도(한강 여의도와 같은 강 안의 섬) 초평도가 보인다. 초평도는 사유지이기도 하고, 지뢰 불발탄이 많이 묻혀있기도 해서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덕분에 야생 동식물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기러기들이 날아와 앉았고, 재두루미 가족도 와 있다. 이들은 3, 4마리가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눈 주변이 빨갛고 몸이 회색인 재두루미는 지구상에 5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재두루미가 논에서 낱곡을 먹는 모습을 관찰할 때 파주환경연합의 정명희 국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몇년 후에는 재두루미를 못 볼 수도 있어요.” 놀란 아이들이 정 국장의 얼굴을 일제히 쳐다보자 설명이 이어진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홍수예방을 핑계로 임진강 준설사업을 시행하려 하기 때문이란다. 홍수예방 효과가 매우 적고 DMZ 일원의 임진강 하구 생태파괴가 명확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반대여론이 높았지만 기어이 준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임진강을,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파주의 논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고 싶어요!” 아이들은 바람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었다.
글 | 김보영 환경운동연합 모금참여국장
사진 | 이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