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갈등을 끝내는 법

가로림만에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싹트고 있다. 서부발전이 최대 출자자인 (주)가로림조력발전이 최근 다시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 사업은 2012년 4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갈등에 신음하는 주민들 

1년 전쯤 가로림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역에서 평생을 보내신 주민 두 분의 안내를 받아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안내인과 다른 주민이 시비가 붙었다. 상대편에서 상스러운 욕설이 들려 왔다. 안내인은 상대편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얼마 후 자리를 떠나며 안내인이 이야기했다. “아까 그분은 원래 이 동네에서 계속 사시던 분은 아니고…… 조력발전 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개발 예정지에 집을 사신 분이에요. 사업 진행이 안 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거지요.” 분열 7년째 가로림만의 풍경이었다. 

최근 조력발전 건설 움직임이 일자 지역 주민들은 다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19일 서산·태안 시민사회단체 34개로 구성된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찾아 “지역 주민이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이 커지는 지역 분열을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조속히 조처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8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진정서도 제출했다. 동봉된 문서에는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서산태안어촌계 48개 중 42개(87.5퍼센트)와 시민 2만7800여 명의 서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이에 질세라 나섰다. 연대회의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찾아 탄원서를 제출한 1주일 뒤인 12월 26일, 가로림조력유치추진위원회도 4000명 주민들의 목소리라 자처하며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비롯해 산업부, 환경부를 방문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지역갈등 해소와 정부의 조속한 의사결정을 촉구했다. 

이렇게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이지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소모적인 반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이토록 갈등의 끝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원인 제대로 찾아야 

무슨 일에서건 주어진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면 그 원인 된 요소를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일 테다. 가로림만에 다시금 불어오는 갈등과 반목의 불씨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조력발전을 유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갈등의 원인은 무언가 이상하다. 그들은 지난해 12월 탄원서를 제출하며 “사업추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일부 반대주민과 시민운동단체가 지속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실상과는 달라 보인다. 조력발전 건설에 반대하며 서명한 48개 중 42개 어촌계와 2만7800여 명의 주민들이 일부 반대주민도 아니거니와, 사업추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현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7년 해양수산부는 가로림만의 보전가치가 커 조력발전소가 부적절하다며 견해를 밝혔으며, 같은 해 환경부도 반대의 의견을 낸 바 있다. 게다가 조력발전 자체가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탓에 세계적으로도 지난 30년간 건설된 적이 없으며, 재생가능에너지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 마당이라 가로림만 조력발전 계획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2012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는 예정된 결과였으며, 지역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실상은 누군가가 찬성하거나 혹은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당성 없는 사업을 끊임없이 재추진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진정 지역 분열과 갈등을 종식하고자 한다면, 서부발전(가로림조력발전)은 지금까지 한 것처럼 선심성 쇠고기 갈비세트를 돌리거나 보상을 미끼로 주민들을 선동할 것이 아니라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을 짓겠다는 타당성 없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민들도 허황된 바람이나 걱정을 온전히 내려놓고 갈등의 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글 | 장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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