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이 삼킨 그 강에는 쥐라기가 흐른다

2023-12-14

2023년 10월 11일 환경부 국정감사 첫날,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사진 한 장을 띄워놓고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영주댐 하류 56km 삼강교 일대가 “완전 녹조 천지”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수질개선 목적으로 만든 영주댐 때문이었다. 영주댐 녹조 방류로 인해 댐 하류 6km에  있는 무섬마을 수도교 일대에서는 3만2000개/mL의 유해 남조류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로 인해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이 간독성 유해 남조류에 여러 차례 노출되었는데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그 위험성을 지역사회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영주댐 녹조의 심각성은 그동안 언론에 셀 수 없이 보도됐지만 그 녹조가 낙동강까지 그대로 흘러 들어가고 또 내성천을 찾는 많은 물놀이객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문제는 새로운 국면의 문제이다. 이익을 얻겠다고 만든 댐이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국감에서 드러난 영주댐 문제들

2012년 10월 평은면을 흐르던 내성천과 모래밭은 영주댐 담수로 사라졌다. 이곳뿐만 아니라 영주댐은 내성천과 낙동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박용훈


영주댐 문제는 올해 국감 내내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 의해 지적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도 영주댐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정부의 신규 댐 건설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고유권한이 있는 문화재 이전·복원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문화재청이 빠진 채 환경부 등이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한 조정에 합의하여 영주댐 준공을 승인한 사안을 지적하며 대구지방환경청장(승인 사인을 한 청장은 그 직후 다른 유역청으로 자리를 옮겼다)과 승인 신청을 한 수공 사장에게 법적 문제를 물었다. 진 의원은 종합감사 때 한화진 장관에게도 “왜 권한이 없는데도 문화재보호법상의 문화재 이전·복원이 완료되었다고 합의를 하셨느냐.”라고 질타했다. 장관이 실무자에게 답변을 넘기려 하자 “장관께서 합의의 당사자로 사인하지 않았나.”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반드시 법적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일부 문화재가 복원되지 않았는데도 민원을 내세워 ‘문화재보호법 제12조에 따라 시행한 문화재 이전·복원 사업이 완료되었다는 데 합의하고’(국민권익위원회 8월 9일 자 조정·합의 내용) 8월 22일에 댐 사업을 승인한 것을 국회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이 준공 승인 사건은 영주댐 건설사업의 타당성 검토 등 법·제도적 절차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영주댐은 녹조 문제 말고도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이은주 의원은 수공에게 서면으로 “지난 9월 한 달간 영주댐 방류량을 보면 어느 하루도 초당 12㎥ 아래로 방류한 적이 없어서 내성천을 찾은 물놀이객들이 전혀 강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영주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축제가 행해진 지난 10월 7일과 8일에도 초당 12㎥ 수준으로 방류하면서 지역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날 회룡포에서도 물놀이 행사가 있었지만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질의했다. 이에 수공은 “축제 현장의 적정 하천수량 확보 등을 고려, 영주시 등과 협의하여” 방류량을 정한 것이라 답변했다. 넓은 모래밭이 있는 내성천 강변에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휴양 또는 물놀이 등의 권리가 영주댐 때문에 빼앗긴 것이 이 질의의 요지인데, 수공은 이 질의내용을 지역행사에 악영향을 주는 사안으로만 축소하여 답변한 것이다.  

2011년에 우리나라 강을 둘러본 독일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과 안동 낙동강 등을 찾은 뒤 울산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강은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강을 향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물속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발을 담글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한국의 모래톱에서처럼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강”이라 말한 바 있다.

한편 수공은 이 답변서에서 방류 배경으로 홍수조절 문제를 언급했는데, 댐 하류 내성천은 이렇다 할 홍수 피해가 없던 강이다. 올여름에 회룡포 일대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오히려 영주댐이 그 원인으로 언론보도와 국감에서 지적된 바 있다. 쓸모없는 댐에 물을 담아 놓고는 홍수조절 운운하면서 시시때때로 방류하여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강으로 만든 것이다. 이제 내성천이 본격적으로 댐의 통제하에 놓였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에서는 배사문 방류 문제도 지적됐다. 이는 내성천의 생태·경관 문제와 직결된다. 이은주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수공사장에게 “과거 수자원공사는 영주댐이 댐 하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2010년 11월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하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사문을 설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중략) 수자원공사는 ‘홍수기에 배사문을 가동하지 않은 사유와 관련해 제출한 자료에서 7월 장마기간 홍수 유입 시에는 수문 방류를 통한 홍수조절이 가능함에 따라 배사문을 별도 운영하지 않았으며’라고 답변한 바 있다. 홍수조절 외에 댐 하류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태도로 보이는데, 맞는가? (중략) 2014년 9월 흰수마자 치어 방류를 위한 수자원공사 미소서식처 입도 조사에서 1mm 미만 90%대를 기록했던 미호교, 고평교 등의 조사 지점들이 2022년에는 모두 20%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흰수마자 서식 환경이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댐 건설 이후 흰수마자 서식처 훼손 문제가 생길 것임은 국토부가 펴낸 「내성천 중류권역 하천기본계획(2014)」에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댐 상류의 모래는 영주댐에서 98.71%가 포착된다. 댐 상류의 본류가 서천 등 지천보다 모래 공급 능력이 더 크므로 댐을 건설하면 고운 모래가 쓸려나가고 모래 입도가 굵어질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 사전환경성검토에서 환경부 소속 환경성검토협의회 위원은 댐이 내성천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단 6줄 정도의 매우 짧은 의견을 냈고 깃대종인 흰수마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서 역시 명승 두 곳이 있는 댐 하류 56km 구간의 모래강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다. 


영주댐 해체해야 이익

많은 사람들이 내성천에서 물놀이를 즐길 권리를 영주댐이 빼앗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서나 사업타당성평가보고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문화재청이 세금을 들여 명승인 회룡포와 선몽대 일원을 반복적으로 정비하고 무섬마을이 해마다 모래톱을 트랙터로 미는 일도, 흰수마자의 집단서식처가 있던 강에서 치어를 4차례나 방류해야 하는 일도, 흰목물떼새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번식할 정도로 넓고 풍부한 모래톱을 자랑했던 강에서 지속적인 모래톱 세굴로 인해 봄비에도 둥지가 잠길까 봐, 새끼들이 물에 떠내려갈까 봐 물떼새 어미들이 전전긍긍하는 일도, 낙동강까지 녹조가 떠내려가 오히려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일 등은 정부 보고서에는 분석되지 않았다. 

이런 엉터리 국책사업이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과했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영주댐 건설 편익(B/C)이 1.015로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의 연구진이 「외부효과를 고려한 영주댐 사업의 사후 경제성 평가」(강미랑, 김지혜, 정수빈/한국거버넌스학회보 2022 vol29, no2)를 통해 영주댐 사후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영주댐의 비용 대비 편익은 0.036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11월 1일 보도). 

편익이 이렇게 극과 극인 주요 배경에는 KDI가 ‘대체댐비용법’이라는 기법을 사용한 데에 기인한다. 대한토목학회 논문집 제32권 제4B호(2012.7)의 「수요함수 접근법을 이용한 생활용수 공급편익 산정」(여규동 외)에 따르면 “대체댐비용법은 여러 개의 대안(댐)들 중에서 경제성분석을 통해 최선의 대안을 결정해 놓은 상태에서 대체되는 시설로서 2순위의 댐을 설정하였기 때문에 무조건 경제성분석 결과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 기법으로 50년간 영주댐 총편익을 6440억6백만 원으로 산정했던 것이다. 하나 마나 한 타당성조사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수요함수 접근법을 이용한 생활용수 공급편익 산정」에서는 수요함수 접근법 중 조건부가치측정법(Contingent Valuation Method, CVM)을 이용하여 영주댐 편익을 9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영주댐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다. 

KDI는 영주댐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를 냈던 2008년 같은 해에 「수자원부문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표준지침 수정·보완 연구(제4판)」를 기재부에 제출했는데, CVM 기법으로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계획의 수질개선 편익을 산정하는 절차를 소개한 내용이 포함됐다. KDI가 정작 낙동강 수질개선 목적의 영주댐에 대해서 CVM 기법이 아닌 대체댐비용법을 사용한 배경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한편 환경부가 2018년에 내성천을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국립생태원에 용역을 맡겨 시급한 지정 보호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받고도 방치해 온 것이 국감 첫날 이은주 의원을 통해 밝혀졌다. 이은주 의원은 종합감사 때 내성천 준설 계획의 부적절함과 영주댐의 여러 문제들을 거론하며 영주댐 해체를 주문했다. 우원식 의원도 내성천을 살리려면 영주댐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댐을 철거하면 댐 상·하류의 아름다운 강을 복원할 뿐 아니라 해체된 531세대 전통마을들을 복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일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온 나라에 만연한 토건사업으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가까운 데 답이 있다. 많은 사람이 회룡포를 찾는 큰 배경은 잘 보전된 자연이다.


쥐라기가 흐르는 강을 댐에 내줄 수 없어

회룡포 뿅뿅다리에 아이들이 길게 한 줄로 서거나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을 따라 구르는 모래알들을 바라본다. “이 모래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백인백색, 아이들 대답이 다 다르다. “쥐라기 아세요?” 네!!! 이구동성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아는 공룡의 이름을 외친다. “공룡이 지구에 살던 시절에 아주아주 커다란 바위층이 만들어졌어요. 공룡들이 그 위를 걸어 다녔는데, 그 바위들이 오랜 세월이 흘러 잘게 쪼개져서 모래알이 되어 강물을 따라 바다로 여행 가는 길에 우리랑 만난 거예요” 

흐르는 강물에서, 모래에서 아이들이 쥐라기를 느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강에서 발바닥에 닿은 고운 모래를 느끼고 걷고 뛰놀며 행복해했다. 아이들은 그 강에서 늘 그랬다. 그런 강을 댐에 내줄 수는 없다.  


글 | 박용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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