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yumhc@hangang.kr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3년의 위원 활동을 마감했다(7월 30일). 물 정책의 개혁과 물 관리의 일원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30년 활동으로 태어난 위원회,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국무총리와 민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을 만큼 높은 위상을 가진 조직에서 간사위원까지 맡았던 터라 생각이 많다. 마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긴 느낌이다.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한계

지난 2018년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물관리에 관해 심의∙의결하는 우리나라 최고 의결기관이다 ⓒ염형철
하지만 첫 번째 소감은 검은색이다. 새로운 위원회에서 무언가 해 보겠다고 의욕을 부렸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결정이라면, 4대강의 보들 중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해 2개 해체, 1개 일부 철거, 2개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정도다. 하지만 그마저도 정부와 지자체장들이 바뀐 지금 추진이 될지 의문이다. ‘해체 시기는 지역의 여론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오용하고 있는 탓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못했다. 정부가 요청해야 의결할 수 있는 위원회의 한계 때문이다. 기껏 보들의 수문을 개방해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취양수장 개선 권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참으로 치사한데, 생활용수 취수구와 농업용수 양수구의 위치를 높여놔 수위를 낮출 경우 용수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위원회 마무리 시기에는 4대강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수립 때문에 속을 썩였다. 유역종합계획은 지금껏 개별적으로 수립되던 수자원, 수질, 수도, 하수도, 생태 등의 계획 등에 목표와 방향 그리고 주요 내용을 제시해 유역별로 물 정책을 일관되게 통합하기 위한 것이다. 네 개의 유역별 계획이 수립되면 각 유역 내 1246개 계획들은 모두 부합성 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 유역계획의 수립 절차는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안을 만들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부합하는지를 심사 요청해야 하는데, 4대 유역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환경부장관이 심의 요청을 거부해서 무산됐다. 법률에 따라 지난해 6월 수립한 국가계획으로부터 1년 이내에 수립했어야 하고, 보고서 초안은 이미 3월 초에 마련됐는데, ‘전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들이 의결토록 할 수 없게 하겠다’며 거부한 것이다.
더구나 2기 위원회가 언제 구성될지 모르고 유역위원회의 임기도 8월에 끝날 예정이다. 이들이 오더라고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들 유역계획들과 산하 계획들까지 늦어지면서 물 계획 분야에서도 무정부 상태가 도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의 억지도 그렇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시간을 끈 공무원들의 역할도 컸다.
돌아보면,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문 정부는 위원회를 원만하고 중립적으로 구성하겠다고 했고, 여러 학회들의 추천을 받아 전직 학회장들로 구성했다.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었으나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는데 앞장 서기 어려웠던 분들을 모신 것이다.
무엇보다 물관리기본법에 의해 설치하도록 한 사무국을 두지 않고, 환경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지원단을 구성해 대신하게 했다. 위원회는 지원단에 대한 인사권도 없었고, 예산 운용 권한도 없었으며, 하다못해 공문도 환경부 이름으로 보내야 했다. 위원들의 위상은 높았으나 공무원들의 기술과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는 체계였다.
4대강 보 처리 논의 과정에서 지원단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고, 공공연하게 문서를 애매하게 만들어서 논의를 왜곡하고 공전시켰다. 간사위원으로서 해야 했던 가장 많은 일은 회의 자료와 회의록을 감시하고, 지원단을 대신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등이 그랬던 것처럼, 환경부는 교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물관리위원회의 힘을 뺐다. 특히 1기의 임기가 끝나고 2기를 구성하는 과정을 독점하면서, 완벽하게 환경부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하면서, 여러 부처들의 업무를 통합하는 기능은 떨어지고 민간의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가 이루어지고, 물관리위원회가 발족한 지금, 환경부에 대한 견제가 시급해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를 위한 제언
그렇다고 아무런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처와 분야의 뜻을 모아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국가물관리계획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비전으로 내세웠는데, 한국의 국가 계획 중에 ‘자연’이 ‘인간’보다 앞에 나온 것은 최초다. 이는 자연성이 회복되고 물 순환이 건전할 때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생태서비스가 더 많아지고, 재정과 관리 등에서 지속가능해진다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더 이상 국가 차원의 물 부족이 없으며, 대규모 수원 개발의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철거 결정이 내려진 금강 세종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또한 금강과 영산강 보들의 기능을 평가해 한계를 밝혔고 국가 계획으로 대규모 댐들의 해체를 결정한 것은 과거에 없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박약한 의지, 공무원들의 절묘한 저항 속에서 결정을 낸 것만도 작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위원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안팎의 협력과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참으로 알량하다.
그 외에 의미 있었던 활동을 꼽는다면, ‘섬진강 유역 주민 청원 논의’, ‘11개 물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물관리협의체 구성과 운영’, ‘녹조 독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대화’ 등이 있다.
‘섬진강 유역 주민 청원 논의’는 ‘섬진강 유역 댐 용수의 80% 이상이 타 유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국가위가 법적인 효과가 있는 분쟁조정안을 내지는 못했지만, 섬진강 물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여러 기관들의 협의 채널을 만든 것은 기존에 다른 기구에서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4개 물 관리 기관과 7개 물 연구기관과 함께 구성한 통합물관리협의체’의 운영도 고질적인 기관별 사업 구조를 넘어서서 물정책의 빈틈을 메우고 협력의 시너지를 열었다고 본다.
이렇듯 물관리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강화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다. 한국의 물 정책과 물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틀로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지금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가 구성 중에 있다. 새 정부는 물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터라 좋은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 형식적인 기구가 되거나 아예 구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물관리위원회가 다음의 기준이라도 지켜서 구성되고 최소한의 활동이라도 하길 바란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2021년 1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의결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우선 위원회의 구성이 다양해지길 바란다. 부처와 지자체를 대신하는 인사나 관성적인 인사들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 부처와 지자체들을 눈치만 보거나,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검토만하는 위원회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의 여러 시선들이, 많은 목적들이 모이고 긴밀히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다음으로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활동을 추구했으면 한다.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승인하는 역할이라면 국가위는 옥상옥의 비효율적 구조에 불과하게 된다. 각 기관이 할 수 없는 일들, 물 정책의 발전에 꼭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분과위원회와 분쟁조정분과위를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논의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단위들과 소통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외 협력의 기능도 활성화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독립적인 운영이다. 이를 위해 특히 현재의 환경부 지원단을 대체하는 사무국의 신설이 필요하다. 환경부에서 파견 직원들이 열심히 할수록 위원회의 위상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환경부 장관의 영향력은 조정되어야 한다.
켜켜이 남는 아쉬움
소감의 마지막은 ‘최선을 다했지만 켜켜이 남는 아쉬움’ 정도다. 비상근이고 활동비도 없는 직책이었다고 핑계 댈 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기대한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작동시키기엔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 조건이 다 성숙한 후에 거버넌스를 하자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실패할 운명이더라도 갈 수밖에 없고, 실패를 기록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다시 3년 전으로 가서 참여를 요청받는다면?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그 결과는 지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라도 해서 한 발이라도 내딛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하기 어렵다.
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yumhc@hangang.kr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3년의 위원 활동을 마감했다(7월 30일). 물 정책의 개혁과 물 관리의 일원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30년 활동으로 태어난 위원회,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국무총리와 민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을 만큼 높은 위상을 가진 조직에서 간사위원까지 맡았던 터라 생각이 많다. 마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긴 느낌이다.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한계
지난 2018년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물관리에 관해 심의∙의결하는 우리나라 최고 의결기관이다 ⓒ염형철
하지만 첫 번째 소감은 검은색이다. 새로운 위원회에서 무언가 해 보겠다고 의욕을 부렸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결정이라면, 4대강의 보들 중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해 2개 해체, 1개 일부 철거, 2개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정도다. 하지만 그마저도 정부와 지자체장들이 바뀐 지금 추진이 될지 의문이다. ‘해체 시기는 지역의 여론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오용하고 있는 탓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못했다. 정부가 요청해야 의결할 수 있는 위원회의 한계 때문이다. 기껏 보들의 수문을 개방해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취양수장 개선 권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참으로 치사한데, 생활용수 취수구와 농업용수 양수구의 위치를 높여놔 수위를 낮출 경우 용수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위원회 마무리 시기에는 4대강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수립 때문에 속을 썩였다. 유역종합계획은 지금껏 개별적으로 수립되던 수자원, 수질, 수도, 하수도, 생태 등의 계획 등에 목표와 방향 그리고 주요 내용을 제시해 유역별로 물 정책을 일관되게 통합하기 위한 것이다. 네 개의 유역별 계획이 수립되면 각 유역 내 1246개 계획들은 모두 부합성 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 유역계획의 수립 절차는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안을 만들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부합하는지를 심사 요청해야 하는데, 4대 유역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환경부장관이 심의 요청을 거부해서 무산됐다. 법률에 따라 지난해 6월 수립한 국가계획으로부터 1년 이내에 수립했어야 하고, 보고서 초안은 이미 3월 초에 마련됐는데, ‘전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들이 의결토록 할 수 없게 하겠다’며 거부한 것이다.
더구나 2기 위원회가 언제 구성될지 모르고 유역위원회의 임기도 8월에 끝날 예정이다. 이들이 오더라고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들 유역계획들과 산하 계획들까지 늦어지면서 물 계획 분야에서도 무정부 상태가 도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의 억지도 그렇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시간을 끈 공무원들의 역할도 컸다.
돌아보면,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문 정부는 위원회를 원만하고 중립적으로 구성하겠다고 했고, 여러 학회들의 추천을 받아 전직 학회장들로 구성했다.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었으나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는데 앞장 서기 어려웠던 분들을 모신 것이다.
무엇보다 물관리기본법에 의해 설치하도록 한 사무국을 두지 않고, 환경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지원단을 구성해 대신하게 했다. 위원회는 지원단에 대한 인사권도 없었고, 예산 운용 권한도 없었으며, 하다못해 공문도 환경부 이름으로 보내야 했다. 위원들의 위상은 높았으나 공무원들의 기술과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는 체계였다.
4대강 보 처리 논의 과정에서 지원단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고, 공공연하게 문서를 애매하게 만들어서 논의를 왜곡하고 공전시켰다. 간사위원으로서 해야 했던 가장 많은 일은 회의 자료와 회의록을 감시하고, 지원단을 대신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등이 그랬던 것처럼, 환경부는 교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물관리위원회의 힘을 뺐다. 특히 1기의 임기가 끝나고 2기를 구성하는 과정을 독점하면서, 완벽하게 환경부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하면서, 여러 부처들의 업무를 통합하는 기능은 떨어지고 민간의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가 이루어지고, 물관리위원회가 발족한 지금, 환경부에 대한 견제가 시급해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를 위한 제언
그렇다고 아무런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처와 분야의 뜻을 모아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국가물관리계획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비전으로 내세웠는데, 한국의 국가 계획 중에 ‘자연’이 ‘인간’보다 앞에 나온 것은 최초다. 이는 자연성이 회복되고 물 순환이 건전할 때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생태서비스가 더 많아지고, 재정과 관리 등에서 지속가능해진다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더 이상 국가 차원의 물 부족이 없으며, 대규모 수원 개발의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철거 결정이 내려진 금강 세종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또한 금강과 영산강 보들의 기능을 평가해 한계를 밝혔고 국가 계획으로 대규모 댐들의 해체를 결정한 것은 과거에 없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박약한 의지, 공무원들의 절묘한 저항 속에서 결정을 낸 것만도 작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위원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안팎의 협력과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참으로 알량하다.
그 외에 의미 있었던 활동을 꼽는다면, ‘섬진강 유역 주민 청원 논의’, ‘11개 물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물관리협의체 구성과 운영’, ‘녹조 독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대화’ 등이 있다.
‘섬진강 유역 주민 청원 논의’는 ‘섬진강 유역 댐 용수의 80% 이상이 타 유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국가위가 법적인 효과가 있는 분쟁조정안을 내지는 못했지만, 섬진강 물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여러 기관들의 협의 채널을 만든 것은 기존에 다른 기구에서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4개 물 관리 기관과 7개 물 연구기관과 함께 구성한 통합물관리협의체’의 운영도 고질적인 기관별 사업 구조를 넘어서서 물정책의 빈틈을 메우고 협력의 시너지를 열었다고 본다.
이렇듯 물관리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강화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다. 한국의 물 정책과 물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틀로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지금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가 구성 중에 있다. 새 정부는 물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터라 좋은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 형식적인 기구가 되거나 아예 구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물관리위원회가 다음의 기준이라도 지켜서 구성되고 최소한의 활동이라도 하길 바란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2021년 1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의결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우선 위원회의 구성이 다양해지길 바란다. 부처와 지자체를 대신하는 인사나 관성적인 인사들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 부처와 지자체들을 눈치만 보거나,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 검토만하는 위원회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의 여러 시선들이, 많은 목적들이 모이고 긴밀히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다음으로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활동을 추구했으면 한다.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승인하는 역할이라면 국가위는 옥상옥의 비효율적 구조에 불과하게 된다. 각 기관이 할 수 없는 일들, 물 정책의 발전에 꼭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분과위원회와 분쟁조정분과위를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논의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단위들과 소통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외 협력의 기능도 활성화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독립적인 운영이다. 이를 위해 특히 현재의 환경부 지원단을 대체하는 사무국의 신설이 필요하다. 환경부에서 파견 직원들이 열심히 할수록 위원회의 위상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환경부 장관의 영향력은 조정되어야 한다.
켜켜이 남는 아쉬움
소감의 마지막은 ‘최선을 다했지만 켜켜이 남는 아쉬움’ 정도다. 비상근이고 활동비도 없는 직책이었다고 핑계 댈 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기대한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작동시키기엔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 조건이 다 성숙한 후에 거버넌스를 하자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실패할 운명이더라도 갈 수밖에 없고, 실패를 기록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다시 3년 전으로 가서 참여를 요청받는다면?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그 결과는 지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라도 해서 한 발이라도 내딛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