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오등봉공원

2022-11-10

글·사진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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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예정지에 붙어 있는 한천

오등봉 도시공원 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간특례사업을 막기 위한 공익소송 첫 재판이 지난 5월 31일 열렸다. 지난해 10월 제주환경연합이 284명의 시민과 함께 ‘오등봉공원 지키기 공익소송단’을 모집하여 소송을 진행한 지 꼬박 7개월 만에 진행되는 소송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7월 19일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번 소송은 오등봉공원 도시계획 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으로 이번 소송이 승소할 경우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자체가 무산된다.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위법성 세 가지

이렇게 중요한 공익소송에서 실시계획인가 처분의 위법성을 다루는 쟁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도시공원에 민간특례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점이다. 제주시는 이미 지난 2016년에 현재의 시설계획보다 절반 이하의 공동주택 건설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에 대해 오등봉공원의 경관 훼손과 공원의 본질적 기능 상실을 이유로 불수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히 ‘2025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관리계획’에서 제주도는 오등봉공원의 경우 현재 조성중인 공원으로 반드시 존치해야 할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오등봉공원의 경우 이미 한라도서관과 제주아트센터, 제주문학관이 건립되어 운영중인 공원이기 때문에 공원 조성에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었고 이미 조성중인 공원에 대해서는 존치가 당연하다는 이유가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와 제주시는 도시공원법과 상위계획을 어기고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오등봉공원 도시계획 시설사업의 계획단계에 진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오등봉공원에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금류,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수십 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들 법정보호종에 대한 추가 현지조사를 통해 서식현황을 제시하고, 법정보호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적정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인 제주시는 이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반드시 반영하여 여름철 생태조사를 실시했어야 한다. 환경부에서 추가 조사를 요청한 대상종들이 주로 여름철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철새와 양서류, 곤충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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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봉공원에서 관찰된 대흥란

도시공원에서 멸종위기종을 만나기란 매우 힘든 일일뿐더러, 오등봉공원은 괭이오름, 남좆은오름, 민오름, 오등봉과 한천을 잇는 중요한 생태축으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을 거점으로 한라산까지 이어지는 생태통로는 여름철새의 이동공간이며, 먹이처이자 휴식처이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서식지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멸종위기종과 희귀종들의 중요한 생태공간으로 오등봉공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중산간으로 이동하는 여름철새들이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공간을 만나게 되었을 때 발생할 조류충돌은 당연하게도 예측되고 예방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제주시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다.   

실제 아파트 공사 예정지에서 불과 1km 떨어진 도심공간에서 팔색조가 건물과 충돌하여 구조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생태축인 오등봉공원과 한천을 끼고 한라산방향으로 이동하는 개체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오등봉공원과 그 주변에서는 두견이, 매, 새호리기, 솔부엉이가 각각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종까지 출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7월에 오등봉공원 탐방로 주변에서 발견된 대흥란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지만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못했다. 문제는 대흥란이 발견된 지점이 탐방로에 바로 붙어 있다는 점이다. 환경영향평가 조사에서 탐방로 주변 조사는 당연하게 이뤄지는 조사로 식물전문가가 조사를 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이었다. 만약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요구한대로 여름철 조사를 했더라면 당연하게 발견되었을 테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멸종위기종의 존재 자체를 누락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사업자인 제주시가 환경영향평가를 무리하게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도시공원 일몰 전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야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법정보호종에 대한 추가 조사와 이에 대한 충분한 피해예방 계획 없이 환경영향평가를 끝내고 급하게 실시계획 인가를 내주고 말았다. 법적으로 당연하게 이행해야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고, 생물종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제주도가 도리어 생물종 다양성을 말살하는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끝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한 제주특별법을 위반한 점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도지사 또는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이 사업자인 경우는 환경부장관의 의견을 듣고, 그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사업자는 제주시와 민간사업자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함에도 제주도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제주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그동안 제주시가 사업자인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왔지만 유독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경우는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공익소송에 이어 공익감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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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봉에서 내려다 본 민간특례 아파트 개발 예정부지

법규 위반의 문제 외에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공원 민간특례 대상 지정 및 민간사업자 선정과정에서부터 온갖 특혜 논란과 부정·비리 의혹을 불러왔다. 이런 의혹은 국토부 장관 청문 과정에서 크게 분출되었고 이후에도 언론취재와 보도가 반복되며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제주지역에 국한된 문제제기가 아니라 이미 국민적 의혹으로 떠올라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취임 12일 만에 오영훈 도정은 감사원에 이에 대한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 달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렇듯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단순히 절차적 위반과 위법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혜와 비리 의혹까지 연루된 매우 심각한 환경현안인 셈이다. 

공익소송과 더불어 공익감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사업의 취소가 불가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위법에 따른 책임자의 징계, 특혜와 비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사법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제주시는 토지수용을 위한 협의를 중단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10월까지 토지수용을 위한 협의를 마치고 12월까지 협의가 안 된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급박하게 움직이는 제주시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제주시는 이번 소송에서 공익소송단이 승소할 경우 도시공원이 해제되어 민간특례사업보다 더한 난개발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을 하며 소송단을 겁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주도는 이미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 필요한 지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도시공원의 해제를 막고 순차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공원조성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자신들이 스스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까지 세워놨으면서 공익소송을 이유로 난개발이 확대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게다가 오영훈 도정도 지방선거 당시 도시공원에서 공익소송단이 승소할 경우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등을 통해 공원기능을 유지하면서 토지를 매입해 공원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제주 도시숲 오등봉을 지켜야

제주도민은 오등봉공원이 시민의 휴식·여가 공간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더해 한라산국립공원과 이어지는 생태축을 보호하여 생태계와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등봉공원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제주환경연합이 진행하고 있는 오등봉공원 여름철 생태조사에서 도시공원에서 찾기 어려운 생물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그만큼 오등봉공원의 생태계가 우수하고 이에 따라 생물종 다양성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시숲의 필요성은 이미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항이다. 도시의 오염을 정화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열을 내리고 나아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건강을 선물해 주는 것이 바로 도시숲이다. 그리고 도시숲이 제기능을 하려면 생물종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생물종 다양성이 높은 숲일수록 오염정화와 더불어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증대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등봉공원을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자 도시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그리고 시민들의 휴식처로 유지하고 또한 그렇게 조성해야 한다. 환경보호와 공존이 시대적 화두이자 요구인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대한 아파트를 지어 숲을 파괴하고 도시의 생태공간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숲을 늘리고 생태계를 회복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말로만 환경수도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환경수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제주도와 제주시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포기하고 오등봉공원을 제대로 조성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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