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암, 천미천 성읍지구에 있는 소
휘이- 휘잇, 휘이- 휘잇. 올해 초여름 천미천 구좌지구였다. 천변 양안의 수목이 무성한 숲 속에 반가운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팔색조 울음이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의 팔색조는 최근에는 제주에서도 관찰횟수가 줄고 있다. 내가 숲에 들어가면 혹 멀리 날아가 버릴까봐 조심스레 하천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다가갈수록 울음소리는 커졌다. 그 울음은 녹음파일로 들었을 때 몰랐던 힘찬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이윽고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팔색조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자연스레 터지는 탄성에 팔색조가 놀랄까봐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천미천에 접한 햇빛조차 들지 못할만큼 우거진 숲속에서 팔색조가 화려한 깃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생생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천미천과 성읍저수지에 새로 건설중인 저류지 전경
불행하게도 이 팔색조도, 천미천도, 천변의 원시림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홍수피해 예방 목적으로 천미천 중류지역인 구좌지구도 하천정비 예정지가 됐기 때문이다. 25.7km,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은 지난 30년간 수십 차례 하천정비사업으로 원형이 훼손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해 또는 격년으로 산발적으로, 또 구간으로 나뉘어 정비가 이루어져 하류인 표선지구는 이미 원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상류지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돔배오름 인접 구간이 사업구간에 포함된 것이다.
정비사업의 주된 목적은 홍수피해 저감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하천정비를 했지만 그 효과를 점검하거나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거나 생태환경적 피해 정도를 조사한 바는 일절 없었다. 지난해 천미천 중류지역에 해당하는 구좌지구 사업계획구간을 모두 살펴보니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침수피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천미천을 시멘트로 바르기보다 일부 농지를 매입해 조치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인데 굳이 천미천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 제방을 건설해온 것이다.

천미천 성읍지구 일대의 아름다운 전경
현재의 하천정비사업은 하상파괴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상을 훼손하는 정비법은 육지 하천과 다른 제주 하천의 조성 특성상 대단히 위험하다. 제주 하천은 하상이 상류에서부터 하류 해안까지 전부 화산암으로 이루어졌다. 치수 측면의 하천정비는 하천의 깊이에 치중해 하상을 파괴하여 암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주 하천의 특성상 직격탄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상의 화산암 암반을 깨낸 암석으로 하천 사면에 석축을 쌓아 올리고 있다. ‘석축 쌓기 하천정비’는 사면의 무성했던 식생을 파괴하여 한라산부터 해안까지 이어져오는 식생의 수직분포를 단절시키고 있다.
천미천은 사람의 손금처럼, 나무의 가지처럼 뻗어나간 지류가 60개나 되며 이 지류가 본류와 합류한다. 이 지류를 품은 본류는 평평한 중산간 지대를 길게 곡선을 그리며 흐르기 때문에 많은 소(沼)를 만들어낸다. 이 소(沼)를 터전으로 어류, 양서파충류가 살고 있고 이를 먹이로 하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견이, 호반새, 백로, 물총새 등이 찾아온다. 야생조류에 필요한 3대요소인 물, 먹이, 서식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방해요인이 없어 번식장소로도 최적인 곳이 천미천이다.

천미천 양안의 상록활엽수림
현재 제주시 관할인 천미천 구좌지구 사업은 천미천 정비사업 성과 감사중이라 일시 중단 상태다. 그러나, 서귀포시 관할인 천미천 표선지구는 토지보상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돔배오름 인근 상류구간의 정비사업도 소규모영향평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미천에 정비사업이 몰려오고 있다. 이 두려운 사정을 팔색조는 모른다. 내년 여름, 팔색조가 번식을 위해 천미천을 찾을 때 이 하천과 숲이 살아남아 그를 맞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월 22일 천미천은 한국내셔날트러스트가 시상하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지역에 선정됐다. 천미천을 지켜내야 제주 전체 하천들을 정비 명목의 토목사업에서 지킬 수 있다.
글 |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사진 |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소암, 천미천 성읍지구에 있는 소
휘이- 휘잇, 휘이- 휘잇. 올해 초여름 천미천 구좌지구였다. 천변 양안의 수목이 무성한 숲 속에 반가운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팔색조 울음이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의 팔색조는 최근에는 제주에서도 관찰횟수가 줄고 있다. 내가 숲에 들어가면 혹 멀리 날아가 버릴까봐 조심스레 하천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다가갈수록 울음소리는 커졌다. 그 울음은 녹음파일로 들었을 때 몰랐던 힘찬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이윽고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팔색조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자연스레 터지는 탄성에 팔색조가 놀랄까봐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천미천에 접한 햇빛조차 들지 못할만큼 우거진 숲속에서 팔색조가 화려한 깃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생생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천미천과 성읍저수지에 새로 건설중인 저류지 전경
불행하게도 이 팔색조도, 천미천도, 천변의 원시림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홍수피해 예방 목적으로 천미천 중류지역인 구좌지구도 하천정비 예정지가 됐기 때문이다. 25.7km,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은 지난 30년간 수십 차례 하천정비사업으로 원형이 훼손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해 또는 격년으로 산발적으로, 또 구간으로 나뉘어 정비가 이루어져 하류인 표선지구는 이미 원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상류지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돔배오름 인접 구간이 사업구간에 포함된 것이다.
정비사업의 주된 목적은 홍수피해 저감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하천정비를 했지만 그 효과를 점검하거나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거나 생태환경적 피해 정도를 조사한 바는 일절 없었다. 지난해 천미천 중류지역에 해당하는 구좌지구 사업계획구간을 모두 살펴보니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침수피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천미천을 시멘트로 바르기보다 일부 농지를 매입해 조치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인데 굳이 천미천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 제방을 건설해온 것이다.
천미천 성읍지구 일대의 아름다운 전경
현재의 하천정비사업은 하상파괴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상을 훼손하는 정비법은 육지 하천과 다른 제주 하천의 조성 특성상 대단히 위험하다. 제주 하천은 하상이 상류에서부터 하류 해안까지 전부 화산암으로 이루어졌다. 치수 측면의 하천정비는 하천의 깊이에 치중해 하상을 파괴하여 암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주 하천의 특성상 직격탄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상의 화산암 암반을 깨낸 암석으로 하천 사면에 석축을 쌓아 올리고 있다. ‘석축 쌓기 하천정비’는 사면의 무성했던 식생을 파괴하여 한라산부터 해안까지 이어져오는 식생의 수직분포를 단절시키고 있다.
천미천은 사람의 손금처럼, 나무의 가지처럼 뻗어나간 지류가 60개나 되며 이 지류가 본류와 합류한다. 이 지류를 품은 본류는 평평한 중산간 지대를 길게 곡선을 그리며 흐르기 때문에 많은 소(沼)를 만들어낸다. 이 소(沼)를 터전으로 어류, 양서파충류가 살고 있고 이를 먹이로 하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견이, 호반새, 백로, 물총새 등이 찾아온다. 야생조류에 필요한 3대요소인 물, 먹이, 서식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방해요인이 없어 번식장소로도 최적인 곳이 천미천이다.
천미천 양안의 상록활엽수림
현재 제주시 관할인 천미천 구좌지구 사업은 천미천 정비사업 성과 감사중이라 일시 중단 상태다. 그러나, 서귀포시 관할인 천미천 표선지구는 토지보상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돔배오름 인근 상류구간의 정비사업도 소규모영향평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미천에 정비사업이 몰려오고 있다. 이 두려운 사정을 팔색조는 모른다. 내년 여름, 팔색조가 번식을 위해 천미천을 찾을 때 이 하천과 숲이 살아남아 그를 맞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월 22일 천미천은 한국내셔날트러스트가 시상하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지역에 선정됐다. 천미천을 지켜내야 제주 전체 하천들을 정비 명목의 토목사업에서 지킬 수 있다.
글 |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사진 | 제주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