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 건강 떠받치는 생물다양성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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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정상에서 바라 본 도심 Ⓒ함께사는길 이성수


‘기후위기 시대 도시에서는 벌과 나비, 개구리와 물고기, 새와 고라니, 숲과 가로수들이 사람들과 함께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0월 12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세계인권도시포럼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도시의 생물다양성, 도시의 생명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장이었다. 기조 발제자로 초청된 미국 무척추동물 보호단체인 <서세스 소사이어티(Xerces Society for Invertebrate Conservation)>의 샤론 셀바지오는 기후위기에 대한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도시의 자연’을 주장했다. 도시의 자연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2℃ 이하로 통제하는 데 요구되는 완화 필요량의 20%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은 공중보건과 복지를 강화하고,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호기심, 경험적 학습, 정신적인 행복을 돕는다고 그는 밝혔다.


도시,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지대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산불을 통해 자연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자연의 손실과 지속 불가능한 이용은 결국 다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공동의 해법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기후정의 관점에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피해가 차별화되는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2022년 7월 유엔 총회는 깨끗하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인권으로 인정했다. 이 결의안은 인간의 복지가 자연이 제공하는 건강한 환경과 생태계서비스에 달려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한 대응은 지속가능발전과 사회생태적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도시에는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2060년까지 6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전 세계 에너지의 3분의 2를 소비하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도시란 흔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일하고 팔고 사고 배우고 휴식하고 노는 활동에 필요한 물리적인 제반 시설이 집적된 곳을 말한다. 도시화로 인한 인구의 집중은 ‘개발과 발전’이란 이름으로 아파트, 상가, 공장, 도로를 비롯한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뭇 생명의 서식처인 산림과 농경지, 습지와 하천은 잠식되고 훼손돼 왔다. 그리고 생태계 교란과 파괴의 결과는 도시의 회복탄력성 손실로 대기오염·수질오염·토양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 문제로 심화됐다. 특히 도시는 일사량과 풍속, 습도 등이 감소하고 기온과 운량,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온도 상승이 가장 현격하다.

자연을 밀어버리고 건물과 도로를 빼곡하게 채우고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를 생태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술적으로는 도시도 엄연히 물질순환과 생태계 먹이사슬의 에너지 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생태계이다. 인공적인 시설물이 가득할지라도 남겨진 산림과 경작지가 있고, 새롭게 정비한 공원과 하천이 있어 생산자인 나무와 풀이 살아가고, 여러 곤충과 새들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자연을 변형시켜 생산자 기반이 줄어들고 고차소비자인 사람의 밀도가 높아 도시 내에서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졌다. 외부에서 다량의 에너지와 식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운영되지 못하는 생태계이다. 즉 도시생태계는 일반적인 자연생태계, 농업생태계와는 달리 도시지역에서 생산하는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물과 유기물, 에너지가 소비되는 종속영양생태계이다. 그에 따른 결과로 도시생태계는 엔트로피가 높아져 물질순환이 어려워지고 각종 오염에 시달리고 폐기물과 쓰레기가 넘쳐나게 되었다. 


생물다양성 기지로 도시를 바꿔라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라도 도시의 자연과 생명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해야 한다. 도시의 자연은 중요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시의 숲과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격리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기후완화에 기여하고 대기질을 개선하여 시민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식물의 뿌리는 토양에 더 많은 물 침투를 허용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토양에 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무뿌리를 통한 천연 정화를 거쳐 깨끗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잎의 증산은 비구름 형성을 돕고 공기의 습도를 증가시켜 미기후를 조절해 준다. 이러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가뭄, 화재 및 홍수와 같은 극한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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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꿀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도시 생물다양성 증진은 아스팔트 면적을 줄이고 빗물이 토양에 침투되는 투수 면적을 늘리고 다양한 식물과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기반을 확보하고 서식지를 연결하는 것이다. 꿀벌을 비롯한 여러 곤충은 식물의 수분을 도와 사람과 야생동물이 먹을 수 있는 곡식과 과일 생산에 기여한다.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의한 서식지와 먹이식물 감소와 살충제 남용으로 꿀벌이 사라진다면 사람은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개구리와 잠자리는 모기 유충을 잡아먹고, 참새와 제비는 메뚜기를 잡아먹고, 멧돼지와 너구리, 길가의 비둘기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도시의 생물다양성은 도시민 삶의 질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함으로써 도시는 여가와 사교 활동을 위한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공간을 제공하고, 자연 및 야생생물과 교감하여 영감을 얻고 생태감수성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에서 풍요로운 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시민의 인식과 만족도는 인간의 웰빙에 있어서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도시화는 기후위기를 야기하고 생물다양성과 자연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원인이지만 반대로 생태계서비스를 증진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은 도시와 생물다양성을 전망하면서 도시화의 기회요인과 생태계서비스의 도시정책 적용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도시화는 생태계서비스의 위협이자 기회이며, 풍요로운 생물다양성은 도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는 분명한 자연자본이라는 것이다. 생태계 기능의 관리는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할 수 있으며, 도시의 생태계서비스와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푸드시스템의 생물다양성 증가는 음식과 유전자 안전을 증진할 수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도시정책과 계획에 적용되어야 하며,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의 성공적인 관리는 다층적 스케일,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나서야 가능하다. 도시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훈련과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혁신과 거버넌스를 일으키는 큰 잠재력을 발휘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자세, 인간의 자세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도시에 자연과 생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도시에서 그 적정한 양은 어느 정도일까?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일부러 꿀벌을 찾아 죽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도시화 및 살충제의 피해 그리고 곤충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태도에 의해 꿀벌은 사라지고 있다. 그 피해는 나무와 풀꽃, 개구리와 새들에게도 미친다. 가로수가 없는 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도시에서 사람은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사람만이 살아가는 도시는 파멸이 예정된 생태계가 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의 자세가 필요하다. 도시가 어떤 공간이 될 것인가는 결국 인간의 자세에 달려 있다.


글 |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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