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 생명들의 생존 투쟁기

2022-11-10

맹꽁이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개발 현장에서 늘 나오는 프레임이다. 최근에는 맹꽁이가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막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싸움의 최종 승자는 대부분 사람이다. 맹꽁이 발견으로 공사가 중단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공사 시작 전 사업시행자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조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맹꽁이 때문이 아니다. 맹꽁이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맹꽁이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면 그만이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팽나무 한 그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도로 노선이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드라마에나 나오는 얘기다. 

맹꽁이는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로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종이다. 현실은 어떨까. 

2010년 서울시 한복판에 살던 맹꽁이가 강제 이주 당했다. 맹꽁이가 살던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등 복합예술시설을 짓기 위해서였다. 서울시는 공사가 끝나면 서식처를 마련해 다시 데려오겠다며 임시 서식처에 맹꽁이를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맹꽁이들은 발가락이 잘려나갔다.  노들섬 맹꽁이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산 채로 발가락을 자른 것이다. 그로부터 7년 후 서울시는 맹꽁이를 다시 노들섬으로 이주시킨다며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지만 발가락이 잘려나간 맹꽁이들이 무사 귀환을 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시간이 흘렀지만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발가락만 잘리지 않을 뿐 맹꽁이의 강제이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파주의 택지 개발 과정에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발견되었지만 대체서식지 마련으로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내쫓고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2022년에도 현재진행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맹꽁이를 포획 및 이주하기 위해 발주한 용역은 현재까지(8월 31일 기준) 총 12건이다. 남양주 왕숙, 성남금토, 하남교산, 의왕청계 등 대부분이 공공주택지구와 도시개발사업 대상지역이다. 도시를 만들기 위해 또 도시를 확장하기 위해 살던 곳에서 내쫓기거나 매장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법정보호종의 처지도 이러한데 그렇지 못한 종들의 현실은 더 서럽다. 그들이 도시 안에서 살 권리는 없는가. 지금 이 도시 안에서 위태로운 생을 보내는 수많은 생명들을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파주 운정지구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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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맹꽁이에요. 짝짓기 철에 수컷들이 암컷을 향해 목청 높여 부르는데 그 소리가 ‘맹’ ‘꽁’ ‘맹’ ‘꽁’한다고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죠. 주로 땅속에서 생활하고 장마철에 짝을 찾으러 올라와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짜고짜 저와 친구들을 잡기 시작하더니 낯선 곳에 풀어주더라고요. 우리가 살던 곳에 아파트를 세워야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으면 안 된대요. 우리가 먼저 터 잡고 살던 곳인데 왜 우리를 내쫓나요? 그래도 우리가 법정보호종이라 그냥 내쫓을 수는 없었나 봐요. 새 집을 마련해줬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유난 떠는 게 아니에요. 2018년에 환경부 지원으로 국립생태원 등이 대체서식지 현장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대체서식지로 언급된 곳 33곳 중 10곳만 대체서식지로 조성됐고 27곳은 생태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선정된 입지였어요. 25곳은 모니터링도 없고 방치됐어요. 지금 있는 이곳도 임시라 오래 머물 수 없는데 아직도 대체서식지를 못 찾고 있대요. 곳곳이 개발인데 우릴 받아줄 곳이 있긴 할까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도시 개발이 사람만 아니라 맹꽁이도 배려할 순 없는 걸까요?


한강공원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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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한강공원에 살충제 좀 그만 뿌립시다. 가뜩이나 기후변화 때문에 살기 힘든데 살충제까지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통에 살 수가 없어요. 아무 것도 모른 채 꽃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온몸이 살충제 범벅이에요. 약에 중독돼 죽어나간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한강공원을 비롯해 인근 보라매공원 등에서 지난 20년간 90% 이상 사라졌어요. 나비, 무당벌레, 딱정벌레 등 함께 살던 곤충들도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곤충들만 보면 ‘벌레’라고 혼비백산하고 혐오하기까지 하는데 우리에게도 다 이름이 있고 도시에 보탬이 되고 있어요. 당장 우리가 사라진다면 꽃가루는 누가 옮겨주고 식물은 어떻게 열매를 맺나요? 부탁이니 살충제 좀 그만 뿌립시다. 


광주광역시 화정동 사거리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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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로 수목이 자라는 해안이나 습지에 살지요. 얕은 물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나무 위에 둥지를 틀어 번식을 합니다. 광주천 인근 숲이 우리가 살던 곳이에요. 헌데 우리가 시끄럽고 냄새도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둥지가 있던 나무들을 잘라냈어요. 쫓겨난 우리들은 갈 곳이 없었어요. 살만한 곳에는 이미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고 아파트를 세웠으니까요. 살 곳을 찾아 전전하다가 겨우 아파트 안 녹지를 찾아냈는데 거기서도 환영받지 못했어요. 다시 쫓겨난 우리는 도심 사거리 가로수에 둥지를 틀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부산 500년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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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무려 500살이 넘었지.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최근에 겪은 일은 정말 참담하더군. 내가 뿌리를 내린 곳은 부산 사상구 주례동이라 부르는 곳이야.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사람들이 우러러보던 시설이었지. 몇 년 전 마을 사람들이 마을이 재개발 대상지로 선정돼 아파트를 짓는다고 이야기하더군. 그런가보다 했는데 날 쳐다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았어. 내가 걸림돌이라고 대놓고 말하더군. 그러더니 뿌리를 뽑고 가지를 잘라 진주의 한 농원에 옮겨 심었어. 그때가 2018년이었지 아마. 낯선 곳에서 4년간을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이제 적응해 살만 하니 날 또 뿌리째 뽑더군. 도착하니 사람들이 ‘귀향잔치’라며 크게 판을 벌이더군. 근데 사실 거긴 고향도 아니었어. 고향 근처였지. 사람들은 날 거기 심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였어. 그 때였어. 갑자기 뜨거운 것이 온몸을 감싸는 거야. 용접봉의 불똥이 튀어서 불이 난 거야. 여기 시커멓게 그을린 화상자국이 그 때 생긴 거야. 이런 험한 꼴을 보려고 500년을 산 게 아닌데 말이야. 이곳저곳 옮겨다니다보니 험한 꼴 당하는 나무들을 너무 많이 봤어. 나무란 본디 무성한 가지에 잎을 매달아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런 가지를 다 잘라놓으면 어떻게 사나.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사는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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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서 우리 가족은 무서울 게 없지요. 오른쪽 왼쪽 앞으로 뒤로 물속에서 어떤 방향이든 재빠르게 회전할 수 있는 동물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그 실력으로 우리는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답니다. 에휴, 그럼 뭐합니까. 우리가 사는 일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여긴 개발제한구역이라서 개발로 집 잃을 걱정은 안 하고 살았어요. 덕분에 이곳엔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물고기나 쥐 같은 사냥감도 많아 살기 좋은 곳이에요. 우리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죠. 헌데 3기 신도시를 만들겠다며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다니, 하루하루가 걱정입니다. 우리 가족이 법정보호종이라면서요? 그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건가요? 우리 가족의 존재를 알려야겠다 싶어 이곳저곳에 우리의 흔적을 남겨놓고 있어요.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건 아직은 너무 무섭거든요. 우리 이대로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일봉산 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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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찾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참나무가 우거진 작은 숲이었어요. 아름드리 참나무와 상수리, 단풍나무 등 수많은 나무들로 울창한 숲에는 몸을 숨길 곳도 많았고 사냥감도 많았어요. 사람들도 자주 찾는 숲이었지만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전 그곳으로 갈 수 없어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제가 살던 숲이 도시공원에서 해제되었어요. 얼마 전 가봤더니 울창한 참나무 숲을 베어버리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공사가 한창이네요. 주변이 온통 아파트였는데 그것으로 부족했나 봐요. 숲에 함께 살던 뻐꾸기, 파랑새, 후투티, 쇠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꾀꼬리 등은 어디로 갔을까요? 잘 살고 있니, 친구들아?  


대촌천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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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이란 사자성어 들어본 적 있으시죠? 네, 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가 내는 빛으로 책을 읽어 성공한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스스로 빛을 낸답니다. 그 빛을 내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견뎌야 해요. 어미가 이끼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물속으로 들어가 다슬기를 잡아먹으며 250여 일을 보낸 후 땅위로 올라와 땅속에 집을 짓고 번데기로 보낸 후에야 어엿한 반딧불이가 됩니다. 광주시 대촌천은 물속과 육지 생활을 하는 저에게 딱 맞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좋은 서식처랍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촌천을 비추는 우리 불빛이 줄어들었어요.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에 따르면 2019년 1472마리에서 2021년 820마리로 줄었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이곳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하천가 풀숲에 큰 불이 몇 차례 나면서 서식처가 많이 파괴되었어요. 거기에 대촌천 일대에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야간에도 불빛이 보이고 소음이 들려오네요. 대촌천에서 우리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일러스트 | 김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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