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물안개가 걷히는 아침 시간. 모래밭 가장자리에 연분홍 양산을 어깨에 받쳐 두고 한 여인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여인은 책을 보고, 길을 걷던 사진가는 내성천이 그려낸 한 폭의 산수화를 봅니다. 내성천이라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 풍경에 담긴 이질적인 느낌에 사진가는 자문합니다. ‘같은 모래인데, 왜 제방 모래에는 풀이 가득하고 저 밑 넓은 모래밭은 텅 비어 있는 것이지?’ 사진가의 머리 위를 할미새 한 마리가 “찌즈쯧 찌이” 울며 날아갑니다. 사진가의 물음에 답하는 듯합니다. “강이기 때문이야, 강이 먹여 살릴 식구들이 있으니까 육상식물이 넘보지 못하게 늘 비워놓는 것이야” 설마 할미새의 소리를 알아들었을까마는 사진가는 신음처럼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아 그렇구나!” 사진가는 깨닫습니다. 사실 할미새는 강변에서 자주 보는 새지만 모래밭에서 전세를 살지는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할미새는 아닐지라도 텅 빈 모래밭이 아니면 대를 이을 수 없는 더 작고 약한 새들이 있습니다. 꼬마물떼새나 흰목물때새 따위가 그렇습니다. 텅 빈 채 사방으로 열려 있지만 그래서 그들에게는 알을 품고 낳아 키울 수 있는 곳입니다. 햇살 속에 맑고 고운 물새 소리가 내성천 강변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내성천에 영주댐이 세워지자 내성천은 이전의 힘찬 흐름을 빼앗겼습니다. 금빛으로 반짝이던 모래밭에 이내 풀과 나무가 자라나 모래밭을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모래밭이 사라진 곳에서는 더 이상 아름다운 물새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댐을 세운 이들은 가뭄 때문에 새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수수만년 얼마나 많은 가뭄이 이곳을 지나갔을까요.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강의 힘찬 흐름이 몰아오던 모래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고 슬금슬금 고운 모래들이 빠지면서 거칠고 굵은 모래와 자갈만 남자 고운 모래가 깔린 물에만 사는 흰수마자도 사라졌습니다. 고운 모래밭이 사라지자 내성천을 찾아와 책을 보던 여인도, 모래밭을 맨발로 뛰놀던 아이들도, 금모래밭과 유장하게 흐르던 물줄기를 강변에 앉아 보며 한가로이 쉬던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댐이 생긴 후 댐 저수지에 짙은 녹조가 창궐합니다. 댐 하류에는 탁한 물빛이 흘러갑니다. 내성천에 대체 왜 댐이 필요할까요? 하늘이 이 땅에 선물한 저 아름다운 풍경과 생태가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내성천영주 전
내성천영주 후
내성천, 물안개가 걷히는 아침 시간. 모래밭 가장자리에 연분홍 양산을 어깨에 받쳐 두고 한 여인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여인은 책을 보고, 길을 걷던 사진가는 내성천이 그려낸 한 폭의 산수화를 봅니다. 내성천이라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 풍경에 담긴 이질적인 느낌에 사진가는 자문합니다. ‘같은 모래인데, 왜 제방 모래에는 풀이 가득하고 저 밑 넓은 모래밭은 텅 비어 있는 것이지?’ 사진가의 머리 위를 할미새 한 마리가 “찌즈쯧 찌이” 울며 날아갑니다. 사진가의 물음에 답하는 듯합니다. “강이기 때문이야, 강이 먹여 살릴 식구들이 있으니까 육상식물이 넘보지 못하게 늘 비워놓는 것이야” 설마 할미새의 소리를 알아들었을까마는 사진가는 신음처럼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아 그렇구나!” 사진가는 깨닫습니다. 사실 할미새는 강변에서 자주 보는 새지만 모래밭에서 전세를 살지는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할미새는 아닐지라도 텅 빈 모래밭이 아니면 대를 이을 수 없는 더 작고 약한 새들이 있습니다. 꼬마물떼새나 흰목물때새 따위가 그렇습니다. 텅 빈 채 사방으로 열려 있지만 그래서 그들에게는 알을 품고 낳아 키울 수 있는 곳입니다. 햇살 속에 맑고 고운 물새 소리가 내성천 강변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내성천에 영주댐이 세워지자 내성천은 이전의 힘찬 흐름을 빼앗겼습니다. 금빛으로 반짝이던 모래밭에 이내 풀과 나무가 자라나 모래밭을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모래밭이 사라진 곳에서는 더 이상 아름다운 물새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댐을 세운 이들은 가뭄 때문에 새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수수만년 얼마나 많은 가뭄이 이곳을 지나갔을까요.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강의 힘찬 흐름이 몰아오던 모래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고 슬금슬금 고운 모래들이 빠지면서 거칠고 굵은 모래와 자갈만 남자 고운 모래가 깔린 물에만 사는 흰수마자도 사라졌습니다. 고운 모래밭이 사라지자 내성천을 찾아와 책을 보던 여인도, 모래밭을 맨발로 뛰놀던 아이들도, 금모래밭과 유장하게 흐르던 물줄기를 강변에 앉아 보며 한가로이 쉬던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댐이 생긴 후 댐 저수지에 짙은 녹조가 창궐합니다. 댐 하류에는 탁한 물빛이 흘러갑니다. 내성천에 대체 왜 댐이 필요할까요? 하늘이 이 땅에 선물한 저 아름다운 풍경과 생태가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내성천영주 영주댐상류 전
내성천영주 영주댐 상류 후
내성천예천 전
내성천예천 후
글 · 사진 | 박용훈 초록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