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의 단편동화 『이 멋진 자연』의 유민 엄마는 가상현실 정원 프로그램 회사를 찾아가 ‘진짜 자연 데이터’를 이용해 가상정원 제작을 요청한다. 집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집 뒤로 옮기고, 봄엔 꽃이 만발하고 가을엔 단풍이 찬란하도록 나무를 골고루 심고, 지형에 맞지 않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물을 다른 데서 퍼오되 벌레는 몽땅 제거해달라는 요구였다. 유민 엄마가 정말 원한 것은 ‘진짜 자연’이 아닌 ‘취향’에 맞게 설계된 ‘통제된 자연’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행태는 유민 엄마의 모습을 꼭 닮아 있다. 기후변화, 난개발, 도시화 등으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으면서도 갈 곳 잃은 야생동물들이 도심 곳곳을 누비면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리려 안간힘을 쓴다. 건물을 세우기 위해 깎아내린 산이, 도로와 철도를 깔기 위해 베어낸 나무가, 지하차도나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막아버린 물길이 누군가의 삶터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한 도심에서 그런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 화정동 교원공제회 사거리 가로수에 둥지를 튼 백로들 ⓒ이경희
자꾸 쫓아내면 어디 가 살라고
광주광역시 화정동 교원공제회 앞 사거리, 가로수에 중대백로와 쇠백로, 왜가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침이면 백로들은 깃 단장을 하고 먹이터인 광주천으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단장을 마치고 하나 둘 둥지를 벗어나 광주천으로 이동한다. 육아 중인 백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 광주천과 둥지를 오가며 작은 물살이를 물어 나른다. 어린 백로는 둥지 안에서 형제들과 투덕대기도 하고 깃도 고르고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연습도 한다. 양육하는 어른들이 물살이를 물고 오면 먼저 먹기 위해 부리를 휘두르며 다투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어린 백로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백로들은 어쩌다 가로수에서 살게 되었을까? 백로는 과거 광천초등학교 옆 녹지 공간에 머물렀다. 먹이터인 광주천 인근에 위치한 녹지 공간 중 백로 무리가 서식하기 적합한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소음, 냄새, 배설물 문제로 민원을 넣으면서 백로는 집을 잃었다. 사람들은 백로를 쫓아내기 위해 큰 기둥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고, 수풀을 걷어냈다. 번식기에 집을 잃은 백로들은 살아남기 위해 광천동과 화정동 일대를 전전하다 아파트 단지 내 녹지 공간으로 이소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백로의 이소를 반대하고 나섰다. 집을 잃은 백로들은 하는 수 없이 도심 사거리의 가로수에 둥지를 틀었다.
화정동 가로수로 밀려난 무리는 도심화와 재개발 등으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는 과정에서 서식처 경쟁에서 밀려난 백로들로 보인다. 어등산, 운암산, 동림동 산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다른 백로 무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도심 내 녹지공간을 전전하다 지금의 자리로 내몰린 것이다. 사람들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백로만 쫓아내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백로가 물고 오는 물살이가 부패해 나는 냄새도, 분변으로 인한 피해도 백로만 쫓아내면 손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거지를 확대하기 위해 백로의 서식처를 훼손한 사람들이 원인자인데도 집을 잃고 떠도는 백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백로를 멀리 쫓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다. 인간 때문에 서식처를 잃고 도심 곳곳을 떠도는 야생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함께 살 궁리를 해야 한다
백로를 비롯해 도심으로 유입된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모색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만 이로운 쪽으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심은 인간중심주의로 팽배해 있다. 도심은 오직 인간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은 도심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 대한 배제와 차별, 혐오를 양산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백로의 행동과 생태를 문제 삼아 도심 공간에서 쫓아내려 혈안이 된 것도 인간의 터전인 도심에 감히 ‘한낱’ 동물이 침입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겨울, 울산은 도심으로 날아든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의 배설물 문제로 골치를 앓는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떼까마귀의 똥을 맞으면 5만원 상당의 지역문화 상품권을 지급하는 위드떼까마귀 울산공정여행 ‘운수대똥’ 이벤트를 진행했다.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러 온 공정여행 참가자들이 관련 지식을 보충할 수 있도록 떼까마귀의 배설물과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을 해설사로 양성했다. 이는 지역 사회문제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인간이 비인간 동물에게 갖는 일방적인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인간이 무너뜨린 생태계의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없다. 광주광역시는 도심의 생태 가치를 점검해 지역 상황에 맞게 도심생태계 보전 및 회복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민이 생태주의적 시선으로 야생동물과의 공존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생태적 가치관을 지닌 실무자와 지역민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 | 희복 광주 동물권 소모임 성난 비건
정재은의 단편동화 『이 멋진 자연』의 유민 엄마는 가상현실 정원 프로그램 회사를 찾아가 ‘진짜 자연 데이터’를 이용해 가상정원 제작을 요청한다. 집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집 뒤로 옮기고, 봄엔 꽃이 만발하고 가을엔 단풍이 찬란하도록 나무를 골고루 심고, 지형에 맞지 않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물을 다른 데서 퍼오되 벌레는 몽땅 제거해달라는 요구였다. 유민 엄마가 정말 원한 것은 ‘진짜 자연’이 아닌 ‘취향’에 맞게 설계된 ‘통제된 자연’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행태는 유민 엄마의 모습을 꼭 닮아 있다. 기후변화, 난개발, 도시화 등으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으면서도 갈 곳 잃은 야생동물들이 도심 곳곳을 누비면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리려 안간힘을 쓴다. 건물을 세우기 위해 깎아내린 산이, 도로와 철도를 깔기 위해 베어낸 나무가, 지하차도나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막아버린 물길이 누군가의 삶터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한 도심에서 그런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자꾸 쫓아내면 어디 가 살라고
광주광역시 화정동 교원공제회 앞 사거리, 가로수에 중대백로와 쇠백로, 왜가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침이면 백로들은 깃 단장을 하고 먹이터인 광주천으로 출근할 준비를 한다. 단장을 마치고 하나 둘 둥지를 벗어나 광주천으로 이동한다. 육아 중인 백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 광주천과 둥지를 오가며 작은 물살이를 물어 나른다. 어린 백로는 둥지 안에서 형제들과 투덕대기도 하고 깃도 고르고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연습도 한다. 양육하는 어른들이 물살이를 물고 오면 먼저 먹기 위해 부리를 휘두르며 다투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어린 백로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백로들은 어쩌다 가로수에서 살게 되었을까? 백로는 과거 광천초등학교 옆 녹지 공간에 머물렀다. 먹이터인 광주천 인근에 위치한 녹지 공간 중 백로 무리가 서식하기 적합한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소음, 냄새, 배설물 문제로 민원을 넣으면서 백로는 집을 잃었다. 사람들은 백로를 쫓아내기 위해 큰 기둥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고, 수풀을 걷어냈다. 번식기에 집을 잃은 백로들은 살아남기 위해 광천동과 화정동 일대를 전전하다 아파트 단지 내 녹지 공간으로 이소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백로의 이소를 반대하고 나섰다. 집을 잃은 백로들은 하는 수 없이 도심 사거리의 가로수에 둥지를 틀었다.
화정동 가로수로 밀려난 무리는 도심화와 재개발 등으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는 과정에서 서식처 경쟁에서 밀려난 백로들로 보인다. 어등산, 운암산, 동림동 산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다른 백로 무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도심 내 녹지공간을 전전하다 지금의 자리로 내몰린 것이다. 사람들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백로만 쫓아내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백로가 물고 오는 물살이가 부패해 나는 냄새도, 분변으로 인한 피해도 백로만 쫓아내면 손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거지를 확대하기 위해 백로의 서식처를 훼손한 사람들이 원인자인데도 집을 잃고 떠도는 백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백로를 멀리 쫓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다. 인간 때문에 서식처를 잃고 도심 곳곳을 떠도는 야생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함께 살 궁리를 해야 한다
백로를 비롯해 도심으로 유입된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모색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만 이로운 쪽으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심은 인간중심주의로 팽배해 있다. 도심은 오직 인간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은 도심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 대한 배제와 차별, 혐오를 양산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백로의 행동과 생태를 문제 삼아 도심 공간에서 쫓아내려 혈안이 된 것도 인간의 터전인 도심에 감히 ‘한낱’ 동물이 침입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겨울, 울산은 도심으로 날아든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의 배설물 문제로 골치를 앓는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떼까마귀의 똥을 맞으면 5만원 상당의 지역문화 상품권을 지급하는 위드떼까마귀 울산공정여행 ‘운수대똥’ 이벤트를 진행했다.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러 온 공정여행 참가자들이 관련 지식을 보충할 수 있도록 떼까마귀의 배설물과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을 해설사로 양성했다. 이는 지역 사회문제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인간이 비인간 동물에게 갖는 일방적인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인간이 무너뜨린 생태계의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없다. 광주광역시는 도심의 생태 가치를 점검해 지역 상황에 맞게 도심생태계 보전 및 회복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민이 생태주의적 시선으로 야생동물과의 공존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생태적 가치관을 지닌 실무자와 지역민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 | 희복 광주 동물권 소모임 성난 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