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고래는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생물이다. 많은 이들이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고 힘차게 해수면을 솟아오르는 고래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바다의 고래들이 겪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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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 총 339자루(밍크고래 4마리 추정)를 포항항으로 몰래 들어오려던 선박이 포항해양 경찰에 의해 적발되었다.
이들이 몰래 들여 오려던 고래 수량은 단일사건으로 역대 최대 수량이다 ⓒ포항해양경찰서


지난 4월 포항해양경찰서는 불법포획 고래 운반선박을 검거했다. 최근 동해안 해상에서 불법 포획한 고래를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에 포항항으로 들어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다 입항 중인 해당 선박을 발견해 검거한 것이다. 검거된 선박에는 밍크고래 4마리로 추정되는 고래고기가 339자루에 담겨 있었다. 시가 총 6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고래를 혼획한 어민이 수천만 원의 로또를 맞았다는 기사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제주도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를 가까이서 보겠다는 관광 선박들로 늘 분주하고 고래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달아나기 바쁘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 고래의 현실이다.

대표적인 해양포유류인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 적정 개체수가 유지되어야 그 하부 생태계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고래의 개체수와 건강상태가 곧 해양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래는 탄소 흡수에 기여하는 기후위기의 해결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상업 포경을 금지하고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은 2023년부터 수산물 수출국에 대해 자국의 해양포유류 보호법에 준하는 내용을 동등하게 요구하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의 수산물은 수입을 금지할 것을 예고했다. 해양 포유류 보호 수준이 대미 수산물 수출의 가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는 것이라 우리 정부도 높은 수준의 해양포유류 보호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과 정책은 이러한 국내외적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래는 여전히 ‘수산자원’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정확한 자원관리와 혼획 저감 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하고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고래취식’이다. 일부 남아있는 고래고기 취식 문화는 혼획을 가장한 불법포획, 불투명한 유통, 고래 한 마리당 높은 인센티브를 유발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고래 포획을 장려하고 관련 산업을 유지시키며, 고래를 보호하려는 노력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고래취식 금지하고 해양포유류 보호법 마련해야

지난 1월 시민환경연구소는 주요 해양 포유류 이슈와 해양 포유류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500명의 시민이 해양 포유류 보호법, 고래고기 취식, 돌고래 관광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본 설문조사의 목적은 고래고기 산업계의 눈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부족을 이유로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정책만 펼치고 있는 정부에 시민의 생각을 전하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해양포유류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에 대한 설문 결과, 81.8%의 응답자가 해양 포유류 보호 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해양포유류가 해양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그 중 ‘고래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응답자의 88%에 달했다. 반면 ‘정부가 그에 대해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은 단 38.4%에 불과했다. 

’고래’는 설문조사에서 보호해야 할 해양 포유류 1위로(73.1%) 꼽힐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해양생물이기도 하지만, 그 한편에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 고래를 먹는 행위를 ‘계승해야 할 식문화’로 여기고 취식용 고기로서 유통, 판매되고 있는 현실도 엄존한다. 다만 고래고기 판매와 취식에 대해, ‘고래고기 취식자가 감소할 것이다’는 의견이 51.1%나 됐고, 특히 고래고기 취식 경험자 또한 절반 이상(54.5%)이 고래고기 취식이 앞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총응답자의 76.3%가 고래고기 취식은 ‘식문화가 아니며 중단돼야 한다.’고 답한 점은 긍정적이다. 

고래취식을 비롯한 고래에 위협이 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보호수준의 구속력 있는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설문결과 결과에서도, ‘해양 포유류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2.3%에 달했고 ‘혼획 저감 및 불법 포획 금지(54.1%)’, ‘해양포유류를 위협하는 방식의 어업금지 및 수산물 유통금지(50.5%)’, ‘고래고기 등 해양포유류 판매 금지(36.5%)’, ‘해양포유류 보호구역 지정(27.4%)’ 등 다양한 고래 보호 제도 개혁이 지지를 받았다. 이 설문결과는 고래고기 취식이 더 이상 식문화라 불릴 수 없으며 고래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향후 정부 정책 수립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시사점이 아닐 수 없다.


혼획 고래 유통 금지와 밍크고래 보호종 지정 필요 

지난 5월은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이하 고래고시) 개정 1년이 되는 시기였다. 개정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1) 혼획의 정의를 더 분명히 하고 2) 좌초 및 표류된 고래류의 위판을 금지하며 3) 불법포획된 고래류의 공매를 불가하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고래 고시 개정의 목적이 ‘고래자원 보호를 통해 국제규범을 준수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정부의 고래류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 달리 반쪽짜리 개정에 불과했다. 많은 시민단체가 지적했듯, 고시개정으로 인해 좌초, 표류된 고래류의 위판 금지와 불법포획 고래의 공매 불가는 반가운 일이나, 좌초나 표류보다 혼획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혼획된 고래’의 판매는 금지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고래가 혼획되는지를 생물학적허용사망률(Potential Biological Removal, PBR)로 살펴보면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국 해양포유류 보호법에 명시되어 있는 PBR 10% 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래류의 혼획률을 평가했을 때, 모두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고래고기 유통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밍크고래의 경우, 혼획 허용치의 무려 16배를 초과하여 혼획되고 있으며 상괭이의 경우에도 88배를 초과했다. 

이런 높은 혼획률은 ‘의도적인 혼획’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일부 어민들은 고래포획을 ‘바다의 로또’로 여겨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을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다. 그 배경에 고래를 둘러싼 엄청난 인센티브와 산업계의 요구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6번 고래를 혼획한 어부가 ‘고래가 다니는 길을 알고 있다’는 고백까지 했지만, ‘의도적 혼획’ 여부는 지금의 불법포획 단속 범위와 방법으로는 적발하거나 처벌할 길이 없다. 특히,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밍크고래는 어민에게는 한번쯤 잡아봤으면 하는 횡재이자, 업계에게는 식당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정부는 이러한 이유로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에 있어서만큼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위성곤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고래고시 개정 1년 실효성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위와 같은 고래고시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고래고시 개정 전과 후의 고래류 혼획, 좌초, 표류, 위판 현황을 비교하여 고래고시가 고래 보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았다. 2021년 1분기와 2022년 1분기를 비교한 결과, 좌초, 표류, 혼획, 위판 수치 모두 2021년 대비 2022년에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위판의 경우 160건에서 195건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현행 고래고시가 고래의 혼획과 고래고기 위판을 줄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론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실장은 현행 수산업법상 혼획의 범위에 해당하는 어업형태를 ‘모든 허가어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등 혼획의 모호한 정의와 그 허용 범위를 분명히 하고, 혼획 허용 조건을 엄격히 준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는 고시보다 상위법 제정을 통해 혼획된 고래의 위판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과 함께, 고래고기 위판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을 촉구했다. 더불어 고래류에 대한 철저한 자원조사를 바탕으로 혼획 보고와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고 불법유통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고기의 모니터링 및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동해야 할 때 

우리 사회 모두가 알고 있다. 어업활동으로 생명을 위협 받고 고기로 팔려 유통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고래의 현실임을. 또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런 끔찍한 현실에서 고래 보호를 위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 본질을 벗어난 정책을 멈추고 진정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시급히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혼획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제도 개선을 시작으로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이르는 일련의 고래 보호 정책 행동에 나서야 한다.   


| 박선화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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