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하천정비사업은 자기 부정이다

공릉천 물줄기 따라 갈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제방길을 걷다 제방 위를 기어 다니는 말똥게를 만난다. 그 위를 날아가는 큰주홍부홍나비의 붉은 날개가 선명하다. 놀이 진다. 하늘도, 벌판도, 갈대꽃도 붉게 물든다. 작가 심훈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의 하나로 공릉천을 꼽았다. 절절하게 공감한다.

내 외가는 공릉천 근처 갈현리에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면 외가집에 와 사촌들과 공릉천으로 물고기 잡으러 다녔다. 강펄에 푹푹 빠지면서 삼태기를 들고 물고기를 몰아가던 그 때 강 끄트머리에 보이는 철조망을 보곤 생각했다. ‘저 너머는 북한이라고 하던데!’ 남북 사이를 흐르는 한강하구 중립구역수역 직전에 한강으로 유입되는 공릉천은 하구가 한강을 향해 열려있는 감조하천이다. 한강과 만나는 하구는 열려있지만 여전히 그곳은 철조망으로 튼튼히 방비되고 있다. 분단이 강의 생태경관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 풍경, 어릴 적 방학 때 고기 잡던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 강이 공릉천인지도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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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제방 위에서 바라본 공릉천과 송촌벌판 ⓒ노현기


공릉천 유역은 살아있는 생태평화학교

박근혜 정부 시절, 기독생명운동을 하는 친구양재성 목사가 서울 살 때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공릉천 하구 일대를 보러 왔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란 이유로 초대를 받아 나도 그들의 주말 답사를 함께 했다. 이날 주제는 ‘생명, 평화, 민주주의’였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한강하구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바다로 나가는 교하(交河) 물길과 강 건너 북쪽 황해도 개풍군과 남쪽 김포 땅을 바라보며 전쟁과 분단의 철책 속에서 오히려 행복한 한강하구의 역설을 마주했다. 저 강의 평안을 지키는 사람들의 평화에 대해 생각했다. 전망대 인근에 장준하 선생 추모공원이 있다. 장준하를 죽음으로 몰고간 독재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민주주의의 먼 길을 가늠해보았다. 여행의 끝은 공릉천 낙조를 다함께 바라보는 것이었다. 공릉천 주위 접경지대는 나와 같은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많은 이들의 추억의 원천이고 삶의 터전이며, 파주권역 생태계의 핵심이고 생명다양성의 기반이다. 생태∙평화∙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시민사회의 ‘길 위의 학교’이자 생태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그런 공릉천이, 다름 아닌 환경부의 손에 의해 위기에 빠졌다.


세상 모든 하천을 똑같게 만들자고?

세상 모든 것은 다르다. 달라서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하천도 그렇다. 모든 하천은 모두 다르고 그래서 특별한 생태적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세상에나! 모든 하천을 똑같이 만들려는 사업을 국토부가 계획했다. 다른 하천들을 일괄적으로 똑같이 만드는 하천정비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자전거도로, 유행에 맞춰 심은 꽃, 둔치의 설치된 어딜 가나 똑같은 시설물…. 공릉천도 그 사업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갈대밭은 굴삭기로 파헤쳐지고 운치 있게 자라던 버드나무는 밑둥부터 잘렸다. 제방은 시멘트로 덮이고 자전거도로가 놓인다고 한다. 그게 폭 2.5m 깊이 2.5m의 대전차방호용+농업용 배수로 설치사업의 이유다. 사업의 명분은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고, 하천의 자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 실시된 제방공사 이후 20여년 동안 생태적 안정화가 진행돼 이제 지극히 자연스러운 기수역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공릉천에 대한 테러이다. 국토부의 이 막무가내 하천정비를 환경부는 말렸어야 했다. 정작 환경부는국토부를 말리기보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했다.

공릉천 양안의 송촌과 탄현 벌판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수원청개구리, 멸종위기종 2급 금개구리의 파주지역 최대 서식지이다. 하천은 수원청개구리가 개체 수가 증가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동통로이다. 또 각종 멸종위기 조류들이 계절을 달리해 도래한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서 동식물 조사는 2016년 11월 16일 단 하루 동안 진행했다. 양서류가 가장 중요한 지역인데 양서류를 볼 수 없는 계절에 진행한 것이다. 그런 평가서를 한강유역환경청은 ‘보완’조치 없이 ‘조건부 동의’해 주었다. 

당시 하천정비사업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담당했다. 이후 물관리 일원화로 해당 사업은 한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됐다. 국토부에서 하천계획을 담당하던 사람들도 그대로 환경부로, 유역청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들은 하던 일을 그대로 했다. 국토부 산하기관이 진행하던 ‘세상 모든 하천을 다 똑같이 만드는’ 하천정비사업을 한강유역환경청이 아무런 재검토 없이 진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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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유역환경청이 주도하는 공릉천 하청정비사업으로 만들어진 인공제방과 위험천만한 수로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러라고 물관리 일원화 한 게 아닌데

환경부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하천정비사업에 대해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DMZ 생태보전시민대책위 등 지역 시민사회가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진상규명, 평가 담당업체 행정처분 ▲대전차방호용 대형수로 설치는 누구의 요구로 진행했나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공릉천 훼손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원상회복을 요구했다.하천정비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 27일 시행사, 파주시, 농어촌공사, 9사단, 마을이장, <공릉천훼손저지 시민대책위>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홍수철이 다가오니 공사를 재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형수로에는 개구리사다리와 유도 철조망과 동물이동통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대책위가 앞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부터 달라는 요구에 환경청은 이렇게 답했다. “저희는 평가과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황당했다. 인근 마을 이장이 “곧 홍수철인데 홍수 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고 대책위를 비난했다. 그 주고받는 장단, 퍽 익숙했다.

예전 물관리 일원화 이전 수량관리를 책임지고 하천 관련 시설과 사업 주관부처였던 국토교통부는 하천정비사업을 밀어붙일 때마다 ‘홍수피해 주민’을 내세워 “홍수 나면 너희가 책임질거냐?”고 환경단체를 공격했다. 주민과 환경단체를 갈라치기하는 수법까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옮겨왔다. 물관리 일원화 이전 국토관리청이 계획을 세운 하천정비사업을 각 환경유역청이 진행하고 있다. 생태보호라는 환경부 정체성에 반하는 자기 부정이다. 전국 시민사회가 지금 우리 국토 하천들의 안녕을 점검하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노현기 임진강~DMZ생태보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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