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이미 온 미래'에서 '오래된 미래'로

2022-08-01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오래된 미래』(1992년 발간)에서 찾은 미래는 미래가 아니었다. 과거였다. 인류가 가야할 미래는 미지와 새로움의 세계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우리가 살아온 과거였다. 이미 거기에 답이 있었다.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30년이 지난 2022년에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대신 오지 않아야 할 위험한 미래가 이미 와 버렸다. ‘이미 온 미래’이다. 기후위기 말이다. 30년, 50년 후의 미래가 아니다. 현재이다. 이미 시작되었고 진행되고 있고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누구나 알고 있다.


이미 온 미래

제6차 IPCC 보고서(2021)는 2021~2040년 기간에 1.5도 기온상승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홍수와 가뭄이 달라진다. 강수량은 1.5배 증가할 것이고 가뭄은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단순한 전망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이후 6월 강수량이 그 전 28년 동안에 비해 49%가 감소하였고 10월 강수량은 61% 증가하였다. 일본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5월 강수량이 34% 감소하였고 12월 강수량이 50% 증가하였다. 장마철 강수량이 줄어들고 겨울철 강수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미 온 변화가 이만큼이다.

그래서 강이 사라지고 있다. 강에 나무가 자란다. 높이 10m 이상 되는 버드나무가 빽빽이 들어찼다. 모래와 물의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11~2017년 사이에 식생면적이 청미천에서는 두 배 증가하였고 내성천에서는 17배 증가하였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물과 모래와 자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강이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수생 생태계가 육상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 나무 때문에 강에 물이 흐르지 못해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섬진강 홍수 때에는 1m 가량 홍수위가 증가했다. 이미 발생한 피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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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의 삽날을 피한 섬진강 ⓒ함께사는길 이성수


자연으로

2020년 EU는 그린딜 생태다양성 분야에서 ‘2030년까지 자유롭게 흐르는 강 2만5000km 확보’를 목표로 정했다. 그린딜의 목표로 강 문제를 선정했다. 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강을 가로막고 있는 보나 댐 철거에 초점을 맞추었다. 선택과 집중이다.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라는 시대적 가치도 분명하게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2만5000km를 확보하겠다는 선명성도 갖추었다. 매력적이다.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s, NBS)은 전 세계의 화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법이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고 그 해법은 자연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자연에 맞춰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축은 생태계 기능 및 역할과 사회시스템의 가치 및 편익이다. 목표는 생물다양성과 인간 행복이다. 자연기반해법은  분야별로 구체화되고 있다. 홍수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 공동으로 NNBF(Natural and Nature-based Features for flood risk management; 홍수피해예방을 위한 자연 및 자연 기반 기능) 가이드라인을 최근에 발표하였고, 영국에서는 NFM(Natural flood management; 자연홍수관리) 매뉴얼을 제시하였다. 미국 공병단은 자연공학(Engineering with Nature)을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녹색사회기반시설(Green infrastructure), 자연건축(Building with nature)도 같은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핵심은 자연이다. 경제성이 아니다. 만일 경제성이 중요하다면 자연기반해법이 아니라 경제기반해법이라고 했을 것이다. 경제기반해법은 구시대적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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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을 가로막고 있는 보.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유롭게 흐르는 강을 목표로 강을 가로막고 있는 보나 댐 철거에 집중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경제성이라는 늪

얼마 전 환경부에서 한강, 낙동강의 4대강 보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발표했다. 몇 년 전에는 금강, 영산강 보에 대한 경제성도 평가했다. 감사원에서도 4대강 보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한 적이 있다. 보를 유지할지 해체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경제성을 평가한 것이다. 문제는 할 때마다 논란이라는 것이다. 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다. 방법도 다르다. 자료도 다르다. 누구는 자료가 부족해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몇 년째 모니터링과 경제성 평가를 반복하고 있는 사이 4대강은 완공된 지 10년을 경과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 4대강은 점점 더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소모적 논쟁만 반복하고 있다. 

잊고 있는 것도 있다. 4대강사업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졌고 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 준설이다. 운하를 염두에 둔 대규모 준설로 인해 강 바닥이 낮아졌고 이로 인해 보를 열면 농업용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보는 16개이지만 준설은 4대강 전 구간에 걸쳐서 시행되었다. 눈에 보이는 보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고 있고 정작 4대강에 훨씬 큰 상처가 되고 있는 준설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않다. 준설에 대한 해결 없이 4대강 문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보의 경제성 평가만 반복하고 있다. 왜 큰 틀을 보지 못하는가? 

강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이상 강은 개발의 대상이었다. 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나 복원은 없었다. 유일한 사업은 제방 쌓는 것이었다. 강의 문제를 진단하고 복원시키려는 노력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렀다. 전국 강에 있는 약 3만4000개의 보는 거의 관리되지 않았고 강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있어도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다. 강에 나무가 자라 강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환경부 하천관련 공무원은 300명 수준이다. 일본의 5000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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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바닥에서 준설로 퍼 올린 모래를 실어 나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어디로 갈 것인가? 

핵심은 시대가치다. 자연이다. 경제성 평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2022년의 경제성 평가 결과가 2040년 미래 가치를 대변하기 어렵다. 지금의 경제성 평가 방법이 20, 30년 후에도 유효할 수 없다. 지금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쓸모없는 4대강 보를 유지하는 것이 시대가치에 맞는 일일까. 시대가치는 불확실한 경제성이 아니라 자연이다.

모니터링은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사업 이후 진행 경과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이다. 모니터링이 사업 시작 시기에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이후에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적응관리를 위한 수단이다. 수많은 항목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이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모니터링은 항목에 따라 조사 시기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사업 시행 이후 일 년 만에 변화하는 것도 있고 십 년이 지나야 변화하는 것도 있다. 단기간에 나빠졌다가 서서히 좋아질 수도 있다. 항목에 따라서는 사업 전에 비해 회복이 매우 느릴 수도 있다. 모니터링 결과가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가 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경제성이나 모니터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오래된 미래이다. 인간보다 더 오래 있었던 것이 강이다. 경제성 평가나 모니터링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강의 원래 모습은 이미 알고 있다. 수만 년의 역사를 통해 흘러온 강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그 곳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것이 자연이다.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자는 무지한 소리가 아니다. 방향이라는 것이다. NBS는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기반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명확한 기준은 경제성이 아니라 자연이다. 그것이 NBS이다.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더라도 자연을 기반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보 철거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이전에 원래 자연 상태였던 강의 가치를 먼저 찾자는 것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가지고 끊임없는 소모적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더 자연에 가까운 지를 찾자는 것이다. 경제성이 아니라 가치성이다. 그것이 자연이다.

강의 미래는 미래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원래의 강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의 강이라는 완벽한 모델이 있다. 그 모델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기후위기라는 ‘이미 온 위험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래된 자연의 미래’로 가면 된다.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강에 관한 한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는 없다.


글 |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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