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피난처 해양보호구역 30%는 가능하다

2022-08-01

2021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진행한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5차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주제는 “자연의 생물다양성을 위한 2050 비전(The 2050 Vision for Biodiversity): 어떻게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인가(Living in harmony with nature)”였다. 해양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다. 과학자들 역시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선 적어도 30~50% 이상의 해양보호구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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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은 보전·준보전 무인도서 주변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국 해양보호구역은 아직도 2.46%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나고야의정서에서 비준국들은 2020년까지 관할수역 면적 대비 1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자고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 협약이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의 비준국이 10% 이상의 해양보호구역을 만들지 못했다. 

2022년 현재, 지구 바다의 약 8.1%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류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사용금지구역(No-use Zone)이나 어업금지구역(No-take Zone)으로 지정된 곳은 2.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보호지역 데이터베이스(WDPA)에 보고된 해양보호구역은 2.46%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해양보호구역이 어업이나 레저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구역(Multiple use zone)이다. 

미국 해양대기환경청(NOAA)은 “해양보호구역은 강력한 과학 기반과 법 근거에 의한 보전 방법 그리고 모니터링 등이 결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얻으며, 그렇지 않으면 해양보호구역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비효과적 유령 보호구역(Paper park)을 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해양대기환경청 웹페이지에선 해양보호구역과 어업금지구역의 비율을 함께 보여준다. 미국 역시 해양보호구역은 26%지만, 어업금지구역은 단 3%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만 해양보호구역이 다양한 법령과 과학적 지원 및 관리방식을 결합하고 어업 등 행위 제한을 시행하고 있는 건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인류 관점의 지속가능한 이용은 끝없는 착취와 개발을 통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아닐까? 인류의 관점에서 바다를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해양생물의 재생산이 안전하게 보장돼야 한다. 보전의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경제적 관점으로 바다를 본다고 해도 인간 간섭 없는 해양보호구역이 필수다. 


절대보전·준보전 도서 주변 해역

우리나라에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정 후 관리를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절차 중 가장 중요시되는 건 지역 주민의 동의다. 현재 해양수산부 관할 법령으로 지정되는 해양보호구역은 어업, 레저 등의 행위 제한이 들어있지 않음에도 지역 주민의 반대로 지정이 매우 힘들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이나 건설에 대한 검토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세심하게 진행되는 건 사실이지만, 정화 활동에 대한 예산이나 보전 관리 예산이 법적 근거를 갖고 지방정부에 지원되는 이점도 있다.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선 다양한 관리 방법과 모니터링 그리고 과학적 연구와 함께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환경연합은 우리 정부에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인류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각을 공유하고 제안한다. 

환경연합은 정부가 무인도서 주변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3348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2918개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다. 무인도서는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가 무인도서를 개발의 관점으로 보고 있지만, 절대보전과 준보전 도서에 대한 보전에 공감하는 것을 확인했다.

절대보전준보전 무인도서 주변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절차상 필요한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을 해결하면서 이미 무인도서법상 행위 제한이 설정된 영역을 쉽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무인도서법)에 근거한 절대보전 도서와 준보전 도서의 주변 해역은 행위 제한이 가능하다. 절대보전 도서와 준보전 도서 주변 해역에 대한 실사를 통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거나 더 넓게 지정할 필요성이 확인되면 주변 해역의 규모를 확대해 지정할 가능성도 생긴다. 

국회 역시 무인도서법상 절대보전 및 준보전무인도서 주변해역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하는 해양보호구역에 준하여 관리한다’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관리할 수 있는 법령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 


공해에 해양보호구역 지정 필요

영해선 이내 지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으론 부족하다. 우리 바다의 영역은 조금 복잡하다. 육지의 끝인 통상 기선과 직선기선에서 12해리(약 22km)까지를 영해, 영해가 시작되는 영해선에서 다시 12해리를 접속수역 그리고 육지의 기선에서 200해리(약 370km) 중 영해선 12해리를 제외한 부분을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 부른다. 이 지역들은 국제해양법(UNCLOS)에 근거해 상응하는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배타적경제수역을 넘으면 어떤 나라도 주권을 주장하지 않는 공해와 육지 기선에서 350해리(약 648km)의 거리는 대륙붕으로 지정한다(대륙붕은 연안국 해양 조건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서쪽으론 한중 잠정 조치 수역이 지정돼 있고, 우측과 남쪽으론 한일 중간 수역이 지정돼 있다. 국제해양법에서 정한 배타적경제수역이 연안국 육지 기선으로부터 상호 간 중첩 지점이 생기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영해선 이내로는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영해선 이후부터 시작되는 배타적경제수역에선 연안국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과학적 탐사작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제3국 역시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 항해나 비행을 할 수 있고, 수중케이블과 파이프라인을 부설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배타적경제수역은 연안국의 경제적 지위와 함께 제3국이 항해나 비행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위가 겹친 구역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해양법에선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를 주권이 아닌 주권적 권리라고 표현한다. 정부가 주권 법률로 정하는 해양보호구역을 배타적경제수역에 설정한다면, 잠정조치수역과 중간수역 그리고 제3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해양보호구역이 주권적 권한을 발휘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면, 법적 지위에 속하지 않는 ‘기타 효과적인 지역 기반 보전수단(OECM, 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s)’을 대안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한중일 모두 영해선을 넘는 해양보호구역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해선 이내 지역을 모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절차적 부담과 시간지연이 예상된다.

우리는 2030년까지 3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기 위해서 배타적경제수역에 OECM의 방식으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누구도 주권을 주장하지 않는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중일 사이에 정해진 잠정조치수역과 중간수역을 국가 독점의 이익 공간이 아닌 후대를 위한 보전의 공간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한중일 바다의 장기적 보전 전략을 세우는 초석으로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가 한중일 시민단체와 함께 잠정수역과 중간수역 보전의 공간으로 바꾸자는 의제를 던질 때다. 


2030년까지 최소 30% 지정해야

2030년까지 이제 8년 반의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지구 바다의 최소 30%에서 5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해양생물 다양성과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 관리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 시민, 시민단체와 이해관계자가 한뜻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소통을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내야 한다.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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