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조류 충돌 높아” 위험한 제주 제2공항

2020-03-01


물수리 오조리연안 ⓒ김예원

 

제주 성산지역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부에 협의심의를 요청했다. 당시 현지주민의 요청을 받아 필자는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곧바로 조류조사의 부실과 비행기의 조류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는 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다행히 제2공항으로부터 성산, 제주의 환경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성산환경을 지키는 모임>이 지난해 10월 이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였고, 환경부는 보고서 일부를 수용하여 국토교통부 측에 조류조사를 추가로 실시하여 제출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은 연구용역기관이 겨울철을 비롯해 올해 5월까지 조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 성산지역에서 조류 수만 마리 서식 확인

이를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성산환경을 지키는 모임>과 필자는 현지 주민과 함께하는 조류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제주도 하도리부터 신천리까지의 해안과 내륙에서 조류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류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관찰된 조류는 46종으로 총개체수는 1만8890마리였다. 국내 법적보호종도 7종(총 61마리)이나 관찰되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5종(38마리),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해양생물종이 2종(44마리),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 3종(26마리)이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EN)인 저어새와 위협종(VU)인 흰죽지, 검은머리갈매기, 준위협종(NT)인 청머리오리, 댕기물떼새 등도 관찰되었다. 성산지역 주변 바다와 내륙이 생태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제까지 거의 조사되지 않았던 고성리0신천리 구간에도 많은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1월 18일 이 구간의 조사에서 4072마리의 새가 관찰되었다. 신산리 해안의 경우 제2공항 예정지와 불과 8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더 자세한 조사와 조류충돌 위험 조사가 꼭 필요한 지역이다. 

신천리0하도리 구간은 새들이 수시로 날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는 권역으로 지역별 개체수 조사에서 시간별, 날짜별 차이가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신산리 앞바다의 경우 2019년 12월 18일 오전 11시경에는 477마리가 관찰되었으나 2020년 2월 1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강석호 주민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1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또한 오후 늦게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신천리와 신산리의 새들이 고성리 해안으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새들이 여러 지역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갈매기들의 경우 짧은 구간 이동에도 400~500미터 높이로 날아갔다. 따라서 비행기 이착륙 시 조류충돌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2019년 11월 중순부터 2020년 1월 하순까지 우도에서 관찰된 떼까마귀 무리 (우도 주민이 보내준 사진)

 

1월 19일, 성읍저수지에서 360마리의 오리(청둥오리 256마리, 흰뺨검둥오리 102마리, 물닭 1마리, 논병아리 1마리)들을 확인했다. 한편 공항 예정지 부근 수산리의 ‘찌꾸물(직꾸물)’이라 불리는 내륙습지에서는 2019년 11월 24일에 오리류 250여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모습을 마을 주민 오창현 씨가 발견했다. 이들 조류들이 해안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비행기와 조류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철새들이 주변 농경지로 이동해 채소류를 뜯어먹어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참고해 볼 때 더 철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같이 새들 중에는 해안과 공항 예정지의 농경지 및 여러 개의 내륙습지로 이동하면서 먹이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행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1월 21일 오후 4시부터 4시 30분 사이에 송당리 대천교차로 전깃줄에 떼까마귀 300여 마리가 앉아 있거나 하늘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았다. 일부가 우도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도 목격하였다. 아마도 바다를 건너 우도로 가서 잠을 잘 것으로 보인다. 우도에 사는 주민에게 연락을 해 보니, 겨울철 내내 우도에 머무르는 떼까마귀는 주로 땅속을 파헤쳐 곤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쪽파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어 농민들이 행정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만약 제2공항이 건설되어 비행기가 이륙과 착륙을 한다면 주변 농경지나 습지, 목장지대로 이동해 가는 새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비행기와 조류 충돌 가능성 높아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 하도리 해안을 찾은 저어새 무리 ⓒ주용기

 

이번 조사지역의 해안은 거의 일직선상에 있어서 많은 새들이 먹이, 바닷물 수위, 기온, 바람과 파도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이 해안을 이동해 가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이 지역은 새들의 입장에서는 단일생태권이다. 새들의 입장에서는 하늘로 날아오를 때 이곳 전체가 한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은 가급적이면 직선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특히 새들이 종달리와 하도리 해안을 오고 갈 때는 종달리 마을 뒤에 위치한 지미봉 왼쪽(서쪽 구역) 이동경로로 많이 이동을 한다. 

제주의 북동부 해안인 조천읍 신촌리 해안부터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 성산읍 오조리까지 10년 동안 조류조사를 해 온 김예원 조류연구자에 따르면, 북동부 해안에서 서식하던 새들이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한다. 특히 제주 해안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3마리가 평대리 해안에 머물렀다가 하도리와 종달리로 이동해 있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한다. 또한 조천읍 신촌리 대섬에서 머물던 저어새가 동북부 해안을 따라 하도리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한다. 

매년 겨울철에 떼까마귀 1300여 마리가 우도에 찾아오고 여름철에는 칼새 수백 마리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성산일출봉, 우도,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상공을 오고 가고 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조천읍 신촌리부터 구좌읍 세화리까지의 해안과 하도리, 종달리로 조류의 이동 상황, 그리고 해안과 내륙을 오고 가는 조류의 이동 상황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제주 제2공항 철회해야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공항 예정지 인근 해안 사이를 오고 가는 조류, 해안과 내륙을 이동해 가면서 살아가는 조류들의 이동경로와 조류충돌 위험성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제2공항 건설이 강행된다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수많은 새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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