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문화재청이 ‘한국의 갯벌 2단계(Getbol, Korean Tidal Flats)’ 추가 등재 예정지로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고 밝혔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예비목록을 말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유네스코 심사절차에 새로 도입된 ‘예비평가’에 의해 최소 내년 1년 안으로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만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7월 26일에 개최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 1단계’ 등재 지역으로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 총 4구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우리 정부가 제출한 ‘등재신청서’에 기록한 향후계획과 ‘등재결정문’에 제시된 여러 내용들을 이행하겠다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에는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유산 지역의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9개의 추가구역(지역)을 2단계 등재 후보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이번에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렸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잠정목록에 올린 지역이 단지 2개 지역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결정문 내용대로 이행하려면 7개 구역을 추가로 잠정목록에 올려야 한다.
서남해안 갯벌 전부를 등재 추진해야
문화재청이 ‘한국의 갯벌 2단계’에 추가 등재 예정지로 발표한 전남 무안갯벌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한국의 갯벌 2단계’ 구역으로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을 선정한 것에 대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중간기착지로서, 대체 불가능한 철새 서식지의 보전에 기여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유산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결정문을 보면, 등재기준 10개 항목 중 10번 내용을 무안갯벌과 고흥/여수갯벌이 만족했기 때문에 이 갯벌들을 2단계 후보로 올린 것이다. 10번 내용은 아래의 <참고>와 같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 기준 10번 내용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상(EAAF)의 5000만 마리로 추정되는 물새 중 다수는, 북으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동아시아 번식지 지역에서, 남으로 멀리 대양주로 이주하는 비번식 지역까지 매년 이동하기 위해 황해 연안습지에 의존한다. EAAF는 22개국에 걸쳐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의 수가 가장 많고, 이동 종의 다양성이 가장 높으며, 세계 8대 주요 비행경로 중에 전체 조류 수가 가장 많다. 4개 유산 지역을 사용하는 철새들의 밀집도는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황해를 이동 경유지로 사용하거나 월동지로 사용하는 종들의 사실상 전부를 나타낸다. 여기에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34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 8종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EAAF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 종들은 넓적부리도요(심각한 멸종위기종, 아시아에서 가장 위협에 처한 이동종), 알락꼬리마도요(멸종위기종), 저어새(멸종위기종), 붉은어깨도요(멸종위기종), 청다리도요사촌(멸종위기종), 흑두루미(취약종), 검은머리갈매기(취약종), 노랑부리백로(취약종)이다. 또한 이 유산 지역은 375종의 저서규조류, 152종의 해조류, 857종의 대형저서생물을 포함하여 총 2169종의 알려진 생물종들로서 예외적으로 높은 무척추동물의 생물다양성을 지원한다. 해양 무척추동물의 경우, 이 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5종과 진화적으로 독특한 흰발농게를 포함한 지역 특이종(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종) 47종의 서식을 지원한다. |
10번 등재 기준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EAAF에만 서식하는 물새만을 따진다고 해도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위치한 모든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만족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단지 2개 지역만 추가 등재하기 위해 잠정목록에 올린 것은 아주 소극적인 행정행위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 전체를 추가로 올릴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서남해안 갯벌에서 실시한 조류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번 겨울철과 내년 봄철에 도래하는 조류를 엄밀하게 조사해 분석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 신청 당시 신청서 내용 중에 조류 분야를 정리한 필자로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조사 및 분석 결과와 이를 근거로 한 추가 등재 신청서 내용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지금까지 관련자 외에는 철저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비밀주의 행정으로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도 어려워지고, 등재가 결정되더라도 등재 이후 세계유산의 관리기준에 맞는 지속가능한 관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영문, 국문 번역본)과 등재결정문, 진행 경과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상의 조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관련 전문가, 지역 주민대표, 관계 기관 실무 책임자, 지자체 당담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더 엄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 세계유산 관리기준 맞춰 관리 필요
고창갯벌. 중앙의 섬 좌우로 노을대교 건설 예정
한편 지난 2021년 7월 26일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인 서천갯벌과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 및 순천갯벌이 세계유산의 관리 기준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창군과 부안군이 공동으로 세계유산인 고창갯벌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략 7km 길이의 노을대교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계획 추진하고 있다. 신안군은 신안갯벌에 포함된 압해도의 북쪽 갯벌의 일부를 매립해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은 세계유산 구역에서도 제외시켰다. 또한 신안군은 그동안 여러 개의 섬을 연결하는 대규모 다리를 건설해 왔는데 세계유산을 등재하고 나서도 여전히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신안군은 해상풍력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순천시는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의 와온마을과 별량면 학산리의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해상데크를 만들어 갯벌과 염생식물 군락지를 파괴하고 해안경관을 파괴했다.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건설된 해상데크는 총 2km로서 2021년 가을부터 2022년 말까지 해양수산부가 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1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순천시에 지원해 추진했다. 2021년 7월 26일에 순천만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한 이후에도 공사는 계속됐다. 2022년 11월 29일에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해상데크의 상판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교각공사를 하던 곳에는 포크레인이 들어가 작업도로로 사용했던 자갈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이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 지역에 자갈들을 깔아버렸다. 공사를 마친 후에 자갈 제거작업을 했지만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은 온전히 복원하기도 어렵다. 해상데크의 교각을 5m 높이로 만든 탓에 해안경관도 파괴됐다.
서천 송림갯벌을 매립해 염습지를 조성한 현장
서천군은 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송림항을 정비하고 유람선 선착장을 만든다면서 멸종위기종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갯벌을 매립했고, 갯벌 바로 옆에 3층 카페가 들어섰다. 인근의 솔리천 하구갯벌은 만조 때 도요물떼새와 저어새, 황새, 큰고니, 흑두루미 등 다양한 물새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데도 밀폐형 탐조대 설치 등 어떠한 조류 보호대책과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준비하지 않았다. 더욱이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은 블루카본사업단이 서천군의 동의 하에 송림리 산림욕장 옆 갯벌에 육지로부터 가져온 자갈과 마사토를 깔고서 그 위에 인위적으로 갈대와 기수초, 칠면초를 심어 염습지를 조성했다. 이같은 염습지 조성 사업을 해양수산부가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갯벌에는 수많은 미세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고 산소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 서천 송림갯벌 지역은 염생식물인 세섬매자기 군락이 서식하는 곳이고, 겨울철에 세섬매자기를 먹이로 하는 개리들이 서식하는 장소이다. 개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 멸종위기종이고,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며,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생물종이다. 이런 인위적인 염습지 조성 사업이 해양환경공단의 주관으로 이곳 송림갯벌뿐만 아니고 서산, 태안, 신안, 제주도의 갯벌과 연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간척과 매립으로 만든 염전이나 논경지를 매입해 해수 유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염습지를 조성하면 될 터이다. 갯벌을 인위적으로 매립해 염습지를 조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는 물론 육상생태계와 갯벌생태계를 모두 파괴하는 결과만 가져온다.
등재보다 등재 이후 관리가 더 중요
서천 솔리천 하구갯벌에 날아든 도요물떼새
이처럼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의 관리 부실 사례가 많고 잦다. 우리나라 모든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계유산 관리기준에 맞게 철저한 관리와 보전을 기하려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적절한 관리 없이는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세계유산 등재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조건부 사항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
지난 10월 20일, 문화재청이 ‘한국의 갯벌 2단계(Getbol, Korean Tidal Flats)’ 추가 등재 예정지로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고 밝혔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예비목록을 말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유네스코 심사절차에 새로 도입된 ‘예비평가’에 의해 최소 내년 1년 안으로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만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7월 26일에 개최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 1단계’ 등재 지역으로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 총 4구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우리 정부가 제출한 ‘등재신청서’에 기록한 향후계획과 ‘등재결정문’에 제시된 여러 내용들을 이행하겠다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에는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유산 지역의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9개의 추가구역(지역)을 2단계 등재 후보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이번에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렸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잠정목록에 올린 지역이 단지 2개 지역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결정문 내용대로 이행하려면 7개 구역을 추가로 잠정목록에 올려야 한다.
서남해안 갯벌 전부를 등재 추진해야
문화재청이 ‘한국의 갯벌 2단계’에 추가 등재 예정지로 발표한 전남 무안갯벌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한국의 갯벌 2단계’ 구역으로 전남 무안갯벌과 고흥 및 여수갯벌을 선정한 것에 대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중간기착지로서, 대체 불가능한 철새 서식지의 보전에 기여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유산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결정문을 보면, 등재기준 10개 항목 중 10번 내용을 무안갯벌과 고흥/여수갯벌이 만족했기 때문에 이 갯벌들을 2단계 후보로 올린 것이다. 10번 내용은 아래의 <참고>와 같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 기준 10번 내용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상(EAAF)의 5000만 마리로 추정되는 물새 중 다수는, 북으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동아시아 번식지 지역에서, 남으로 멀리 대양주로 이주하는 비번식 지역까지 매년 이동하기 위해 황해 연안습지에 의존한다. EAAF는 22개국에 걸쳐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의 수가 가장 많고, 이동 종의 다양성이 가장 높으며, 세계 8대 주요 비행경로 중에 전체 조류 수가 가장 많다.
4개 유산 지역을 사용하는 철새들의 밀집도는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황해를 이동 경유지로 사용하거나 월동지로 사용하는 종들의 사실상 전부를 나타낸다. 여기에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34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 8종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EAAF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 종들은 넓적부리도요(심각한 멸종위기종, 아시아에서 가장 위협에 처한 이동종), 알락꼬리마도요(멸종위기종), 저어새(멸종위기종), 붉은어깨도요(멸종위기종), 청다리도요사촌(멸종위기종), 흑두루미(취약종), 검은머리갈매기(취약종), 노랑부리백로(취약종)이다.
또한 이 유산 지역은 375종의 저서규조류, 152종의 해조류, 857종의 대형저서생물을 포함하여 총 2169종의 알려진 생물종들로서 예외적으로 높은 무척추동물의 생물다양성을 지원한다. 해양 무척추동물의 경우, 이 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5종과 진화적으로 독특한 흰발농게를 포함한 지역 특이종(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종) 47종의 서식을 지원한다.
10번 등재 기준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EAAF에만 서식하는 물새만을 따진다고 해도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위치한 모든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만족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단지 2개 지역만 추가 등재하기 위해 잠정목록에 올린 것은 아주 소극적인 행정행위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 전체를 추가로 올릴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서남해안 갯벌에서 실시한 조류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번 겨울철과 내년 봄철에 도래하는 조류를 엄밀하게 조사해 분석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세계유산 등재 신청 당시 신청서 내용 중에 조류 분야를 정리한 필자로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조사 및 분석 결과와 이를 근거로 한 추가 등재 신청서 내용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지금까지 관련자 외에는 철저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비밀주의 행정으로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도 어려워지고, 등재가 결정되더라도 등재 이후 세계유산의 관리기준에 맞는 지속가능한 관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영문, 국문 번역본)과 등재결정문, 진행 경과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상의 조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관련 전문가, 지역 주민대표, 관계 기관 실무 책임자, 지자체 당담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더 엄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 세계유산 관리기준 맞춰 관리 필요
고창갯벌. 중앙의 섬 좌우로 노을대교 건설 예정
한편 지난 2021년 7월 26일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인 서천갯벌과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 및 순천갯벌이 세계유산의 관리 기준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창군과 부안군이 공동으로 세계유산인 고창갯벌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략 7km 길이의 노을대교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계획 추진하고 있다. 신안군은 신안갯벌에 포함된 압해도의 북쪽 갯벌의 일부를 매립해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은 세계유산 구역에서도 제외시켰다. 또한 신안군은 그동안 여러 개의 섬을 연결하는 대규모 다리를 건설해 왔는데 세계유산을 등재하고 나서도 여전히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신안군은 해상풍력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순천시는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의 와온마을과 별량면 학산리의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해상데크를 만들어 갯벌과 염생식물 군락지를 파괴하고 해안경관을 파괴했다.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건설된 해상데크는 총 2km로서 2021년 가을부터 2022년 말까지 해양수산부가 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1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순천시에 지원해 추진했다. 2021년 7월 26일에 순천만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한 이후에도 공사는 계속됐다. 2022년 11월 29일에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해상데크의 상판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교각공사를 하던 곳에는 포크레인이 들어가 작업도로로 사용했던 자갈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이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 지역에 자갈들을 깔아버렸다. 공사를 마친 후에 자갈 제거작업을 했지만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은 온전히 복원하기도 어렵다. 해상데크의 교각을 5m 높이로 만든 탓에 해안경관도 파괴됐다.
서천 송림갯벌을 매립해 염습지를 조성한 현장
서천군은 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송림항을 정비하고 유람선 선착장을 만든다면서 멸종위기종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갯벌을 매립했고, 갯벌 바로 옆에 3층 카페가 들어섰다. 인근의 솔리천 하구갯벌은 만조 때 도요물떼새와 저어새, 황새, 큰고니, 흑두루미 등 다양한 물새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데도 밀폐형 탐조대 설치 등 어떠한 조류 보호대책과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준비하지 않았다. 더욱이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은 블루카본사업단이 서천군의 동의 하에 송림리 산림욕장 옆 갯벌에 육지로부터 가져온 자갈과 마사토를 깔고서 그 위에 인위적으로 갈대와 기수초, 칠면초를 심어 염습지를 조성했다. 이같은 염습지 조성 사업을 해양수산부가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갯벌에는 수많은 미세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고 산소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 서천 송림갯벌 지역은 염생식물인 세섬매자기 군락이 서식하는 곳이고, 겨울철에 세섬매자기를 먹이로 하는 개리들이 서식하는 장소이다. 개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 멸종위기종이고,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며,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생물종이다. 이런 인위적인 염습지 조성 사업이 해양환경공단의 주관으로 이곳 송림갯벌뿐만 아니고 서산, 태안, 신안, 제주도의 갯벌과 연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간척과 매립으로 만든 염전이나 논경지를 매입해 해수 유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염습지를 조성하면 될 터이다. 갯벌을 인위적으로 매립해 염습지를 조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는 물론 육상생태계와 갯벌생태계를 모두 파괴하는 결과만 가져온다.
등재보다 등재 이후 관리가 더 중요
서천 솔리천 하구갯벌에 날아든 도요물떼새
이처럼 ‘한국의 갯벌 1단계’ 지역의 관리 부실 사례가 많고 잦다. 우리나라 모든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계유산 관리기준에 맞게 철저한 관리와 보전을 기하려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적절한 관리 없이는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세계유산 등재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조건부 사항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