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을 보라

a322937ae3c1f.jpg
중산간 용눈이오름 산담. 가까운 용눈이오름을 시작으로 손자오름,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등 한라산을 배경으로 동부 중산간지대에 오름 군락이 펼쳐져 있다


화산섬 제주의 생성은 180만 년 전 시작되었고 2만5000년 전까지 지질학적 주요 변화를 겪었다. 제주가 겪은 가장 마지막 지질학적 대형 이벤트는 오름의 형성이었다. 대략 10만 년 전 한라산의 생성이 시작됐고 이후 8만 년 가까이 한라산의 기생화산들,  수백 개의 오름이 생성됐다. 오름은 화산섬 제주의 지질학적 막내이자 생물다양성의 보루이다. 제주 오름은 1990년대 후반 공식조사에서 모두 368개로 조사됐지만 조사 기준에 따라 더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 오름은 산발적으로 흩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한 고도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고도 200~400m의 중산간 지대, 그곳에 제주 오름의 80%가 몰려 있다. 동서남북 흩어져 있지만 오름의 대다수가 위치하는 중산간 지대는 오름과 곶자왈이 얽혀 제주를 감싸고 있다. 곶자왈과 오름은 중산간 지대의 한 몸이다. 중산간 지대는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의 생육한계선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끼와 양치류부터 침엽수와 활엽수까지 다양한 식생이 자생한다. 제주에 한국산 관속식물의 절반이 자생하는 까닭, 오직 한국에만 자라는 200여 특산종과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그리고 보호야생종의 절반이 존재하는 까닭 또한 오름과 곶자왈을 품은 중산간 지대 덕분이다. 중산간 지대는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곶자왈과 오름에 습지가 많은 것은 그래서다. 오름과 곶자왈을 품은 중간산 지대는 제주라는 지질학적 특별함과 생태적 특수성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리고 지금 오름과 곶자왈에 대한 거대한 테러와 다름없는 도로개발계획이 다름 아닌 제주특별자치행정청과 중앙정부에 의해 기획되고 있다. 


0c2e34349bf40.jpg

애월읍 새별오름. 바리메오름, 누운오름, 당오름, 금오름 등 많은 오름이 밀집해 있는 서부 중산간 오름지대 중에서 으뜸가는 서부의 대표 오름이다. 저녁 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b66039b7e5cb9.jpg

백약이오름.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여 백약이오름이라 불리운다. 둥굴넙적한 분화구(굼부리) 형태를 띠고 있으며, 안에는 층층이꽃, 향유, 쑥, 방아풀, 꿀풀, 쇠무릎 등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 오름에서 보는 풍경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a0c889fb10b4f.jpg

구좌읍 다랑쉬오름. 나란히 붙어 있어서 형과 아우 같은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오름이 있다. 큰 오름은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다랑쉬(월랑봉)이고 낮은 오름은 아끈다랑쉬라고 한다. 아끈은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메가시티 전략은 부울경 동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대전세종충청권의 4대 메가시티를 개발해 지역별로 경제적 특화구조를 세운다는 기획이다. 여기서 소외된 전북, 강원, 제주는 규모는 작아도 동일한 메가시티 지역발전전략을 세운다는 기획, 이른바 강소권 메가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강소권 메가시티 전략에는 16개 핵심사업이 있는데 그 중에 제주 중산간 지대 135km를 4차선으로 연결하는 환상형의 중산간 순환도로 건설사업도 포함돼 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 이래 곶자왈 총면적의 30%가 사라졌다. 야금야금 20년 동안 이런저런 개발사업으로 망친 중산간 지대를 다시 135km의 4차선 도로가 역대급 규모로 파헤친다면 오름과 곶자왈의 생태적 평화는 깨어지고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도로는 그 자체로도 거대한 자연생태계 테러이지만 반드시 도로에 면한 또 다른 개발사업의 연쇄를 부른다. 도로는 사람과 차량뿐 아니라 개발사업마저 몰고 오기 때문이다. 

오름에 올라 제주를 보라. 368개 오름의 정점에서 360도로 제주를 돌아보라. 제주 생태경관의 유지존속을 지탱하는 중산간 지대의 정점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도로가 이 존재를 위협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79b1783bc3ea0.jpg

문도지오름. 문도지란 이름은 죽은 돼지의 형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붉은 흙과 초지로 뒤덮인 산등성이는 완만하고 매끈하다. 말굽형의 오름과 주변의 밭들이 하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정은 네 방향으로 트여 제주의 서남부 권역이 드넓게 펼쳐진다.


5686dbc542437.jpg

한라산 오름 일몰. 해질녁 무렵에 이 풍경을 만났다. 조천읍 중산간 지대의 오름들이 대부분 담겨 있다.


| 글 박현철 편집주간
| 사진 신병문 포토그래퍼·다큐멘터리스트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