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 대체서식지가 여전히 문제다. 일단 공사를 진행하다가 법정보호종이 드러나면 그제야 부랴부랴 보완한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 보완책이라는 것은 결국 오랜 기간 살고 있던 생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것뿐이다. 8년 전 파주 운정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하루아침에 살던 곳을 빼앗기고 임시 서식지로 강제 이주 당했던 금개구리는 여전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또 한 번 강제 이주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LH는 현재 파주 운정3지구 내에 영구서식지가 아닌 임시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 8년 동안 LH는 무엇을 했을까.
금개구리 집 빼앗고 약속도 안 지키는 LH
파주 운정택지개발지구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파주환경운동연합
LH는 파주 운정 택지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원래 이곳은 파주 공릉천을 끼고 펼쳐진 농경지로 자연 원형이 잘 보존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던 곳이었다. 금개구리가 그중 하나다. 참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참개구리보다 밝은 초록색 등에, 두 줄의 금색 줄이 선명한 금개구리는 주로 논이나 습지, 저수지 등에서 번식해온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하지만 개발과 매립으로 서식지가 크게 줄면서 개체수 또한 급격하게 줄었고 이에 환경부는 금개구리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금개구리 서식지를 포함한 공릉천 주변 일대를 운정3지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LH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총 세 차례 양서파충류 현장 조사(2007.10.29.-30/2009.5.29./2011.10.10./평가대행자:㈜건화)를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법정보호종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집단 서식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2015.7.27.).
환경부는 택지개발지구사업시행자(LH)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하였고 승인기관(국토교통부)과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담당기관(한강유역환경청)에도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을 뿐(2015.7.31.)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LH는 맹꽁이는 청룡두천체육공원에, 금개구리는 운정3지구 내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영구 이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대체서식지 조성 전까지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운정호수공원과 김포조류생태공원으로 각각 임시 이주시키기로 하고 금개구리, 맹꽁이 포획 등 허가신청서를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이에 한강유역환경청은 2016년 5월 포획 허가를 내주었고 맹꽁이 1314마리, 금개구리 3618마리를 포획해 각각 임시 서식지로 이주시켰다.
하지만 8년이 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금개구리의 임시 서식지로 사용하던 김포조류생태공원에서 사용기한이 종료됐다며 금개구리를 데려가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영구서식지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던 LH는 김포시의 압박과 언론보도에 부랴부랴 또다시 임시서식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임시서식지를 잘 만들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하지만 임시서식지가 금개구리가 살던 곳인지, 서식이 가능한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이곳 역시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곳이다. 또 다시 강제 이주를 당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H가 조성하겠다는 대체서식지는 면적부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립생태원에서 발간한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조성 가이드북」과 「맹꽁이 대체서식지 조성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금개구리의 대체서식지 면적은 4만3000㎡ 이상이다. 하지만 LH의 2020년 LH운정3지구 시설물 계획도를 보면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면적 2000㎡로, 맹꽁이 대체서식지 면적 500㎡로 표기되어 있다. 이마저도 대체서식지를 포함한 공원 전체 면적이다. LH는 과연 금개구리를 지킬 의지가 있긴 한걸까.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
매번 문제는 반복된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시작이다. 법정보호종을 누락시키기 일쑤이고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면 그제야 겨우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큰 틀에서의 계획은 완성되어 있고 공사는 진행중이다. 개발사업자는 항상 대책 마련에는 비용과 시간 문제를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LH는 대체서식지가 얼마나 잘 만들어질 것인지 지켜봐달라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생태계는 법정보호종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법종보호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당시 파주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금개구리가 살던 곳은 맹꽁이, 뜸부기, 흰목물떼새, 너구리, 게아재비, 풍년새우, 물방개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다양한 수서곤충류와 양서파충류의 서식처였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과 같이 임기응변식으로 법종보호종만 달랑 옮겨서 살게 해준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 모든 공사에는 기존에 이루고 있던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것이라면 공사는 재고되어야 옳다. 형식적이기만 한 절차를 거쳐 겨우 몇몇 종만을 위한 대체서식지를 준비함으로 모든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현재 상황이 매우 유감이다.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보존을 전제로 한 계획이어야 한다. 지금의 관행을 바꾸지 못하는 한 사람이라는 종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글 | 이정철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양서류 대체서식지가 여전히 문제다. 일단 공사를 진행하다가 법정보호종이 드러나면 그제야 부랴부랴 보완한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 보완책이라는 것은 결국 오랜 기간 살고 있던 생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것뿐이다. 8년 전 파주 운정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하루아침에 살던 곳을 빼앗기고 임시 서식지로 강제 이주 당했던 금개구리는 여전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또 한 번 강제 이주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LH는 현재 파주 운정3지구 내에 영구서식지가 아닌 임시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 8년 동안 LH는 무엇을 했을까.
금개구리 집 빼앗고 약속도 안 지키는 LH
파주 운정택지개발지구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파주환경운동연합
LH는 파주 운정 택지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원래 이곳은 파주 공릉천을 끼고 펼쳐진 농경지로 자연 원형이 잘 보존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던 곳이었다. 금개구리가 그중 하나다. 참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참개구리보다 밝은 초록색 등에, 두 줄의 금색 줄이 선명한 금개구리는 주로 논이나 습지, 저수지 등에서 번식해온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하지만 개발과 매립으로 서식지가 크게 줄면서 개체수 또한 급격하게 줄었고 이에 환경부는 금개구리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금개구리 서식지를 포함한 공릉천 주변 일대를 운정3지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LH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총 세 차례 양서파충류 현장 조사(2007.10.29.-30/2009.5.29./2011.10.10./평가대행자:㈜건화)를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법정보호종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집단 서식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2015.7.27.).
환경부는 택지개발지구사업시행자(LH)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하였고 승인기관(국토교통부)과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담당기관(한강유역환경청)에도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을 뿐(2015.7.31.)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LH는 맹꽁이는 청룡두천체육공원에, 금개구리는 운정3지구 내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영구 이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대체서식지 조성 전까지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운정호수공원과 김포조류생태공원으로 각각 임시 이주시키기로 하고 금개구리, 맹꽁이 포획 등 허가신청서를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이에 한강유역환경청은 2016년 5월 포획 허가를 내주었고 맹꽁이 1314마리, 금개구리 3618마리를 포획해 각각 임시 서식지로 이주시켰다.
하지만 8년이 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금개구리의 임시 서식지로 사용하던 김포조류생태공원에서 사용기한이 종료됐다며 금개구리를 데려가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영구서식지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던 LH는 김포시의 압박과 언론보도에 부랴부랴 또다시 임시서식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임시서식지를 잘 만들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하지만 임시서식지가 금개구리가 살던 곳인지, 서식이 가능한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이곳 역시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곳이다. 또 다시 강제 이주를 당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H가 조성하겠다는 대체서식지는 면적부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립생태원에서 발간한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조성 가이드북」과 「맹꽁이 대체서식지 조성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금개구리의 대체서식지 면적은 4만3000㎡ 이상이다. 하지만 LH의 2020년 LH운정3지구 시설물 계획도를 보면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면적 2000㎡로, 맹꽁이 대체서식지 면적 500㎡로 표기되어 있다. 이마저도 대체서식지를 포함한 공원 전체 면적이다. LH는 과연 금개구리를 지킬 의지가 있긴 한걸까.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
매번 문제는 반복된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시작이다. 법정보호종을 누락시키기 일쑤이고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면 그제야 겨우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큰 틀에서의 계획은 완성되어 있고 공사는 진행중이다. 개발사업자는 항상 대책 마련에는 비용과 시간 문제를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LH는 대체서식지가 얼마나 잘 만들어질 것인지 지켜봐달라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생태계는 법정보호종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법종보호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당시 파주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금개구리가 살던 곳은 맹꽁이, 뜸부기, 흰목물떼새, 너구리, 게아재비, 풍년새우, 물방개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다양한 수서곤충류와 양서파충류의 서식처였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과 같이 임기응변식으로 법종보호종만 달랑 옮겨서 살게 해준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 모든 공사에는 기존에 이루고 있던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것이라면 공사는 재고되어야 옳다. 형식적이기만 한 절차를 거쳐 겨우 몇몇 종만을 위한 대체서식지를 준비함으로 모든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현재 상황이 매우 유감이다.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보존을 전제로 한 계획이어야 한다. 지금의 관행을 바꾸지 못하는 한 사람이라는 종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글 | 이정철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