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만에 전주 ‘마동석 맹꽁이’(함께사는길 2022년 8월호 “전주 거마공원엔 ‘마동석’ 맹꽁이가 산다” 참고)’ 소식을 전한다. 도심권 최대 맹꽁이 서식지로 추정하는 거마공원 맹꽁이들은 이른 장마를 놓치지 않고 떼 지어 나타나 짝짓기하고 산란했다. 지난 8월 8일, 아랫동네에 사는 맹꽁이를 찾아봤더니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잘 자랐다. 다 자라선 굼뜨지만 어릴 때는 빠르다.
반면, 전주시 신시가지 노른자 땅 153층 초고층 개발 논란이 뜨거운 옛 대한방직 터 맹꽁이들은 강제로 보따리를 싸야 한다. 이사를 해야 하는 맹꽁이들은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영화에서 마동석은 악마 같은 범죄자를 통쾌하게 때려잡는 강력계 형사지만, 현실에서 ‘마동석 맹꽁이’는 두 번에 걸친 불법의 피해자가 신세가 되었다. 내막은 이렇다.
맹꽁이 핵심 서식지에 임시 주차장
전북환경연합은 2022년 6월 24일, 전주 삼천과 인접한 대한방직 터 400m 구간에서 맹꽁이가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주변이 모두 신시가지로 개발되고 유일하게 남은 공장이 문을 닫고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살아남은 맹꽁이들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울음소리 동영상과 청음 지점을 정리해 보도자료를 냈다. 지역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개발 현안이라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전주시와 개발 회사 대표에게도 알렸다.
결국 사달이 났다. 지난 11월 17일, 개발 회사가 대형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맹꽁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었다. 부지 경계를 따라 작업도로를 내고 높은 철제 가림막을 세웠다. 물이 고이는 수로와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던 구간이 깎여나가고 메워졌다. 한 달 후 12월 20일, 개발 회사는 듣도 보도 못한 철거 기공식을 한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필자는 회원 송년의 밤을 앞두고 몸도 맘도 분주했고, 정치인을 앞세운 대대적인 동원 행사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현장에 있던 지인은 와봐야 뭐 볼 게 있겠느냐고 했다. 그렇지만 맹꽁이가 무탈한지 너무도 궁금했다. 철거 기공식으로 문이 열린 김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내부 물길이 모여 삼천으로 빠져나가던 핵심 서식지가 임시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축구장 크기의 땅을 깎고 다졌다. 한쪽에선 이날치밴드가 ‘범 내려온다’ 노래를 불렀다. 기획자는 우범기 전주시장을 띄우는 의미를 담아 선곡했을 것이다.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는 맹꽁이의 원망 어린 소리도 높아지더라. 아비규환 맹꽁이의 아우성처럼 들렸다.
11월, 1차 훼손 구간이 장마철 산란기에 주로 이용하는 습지(수로)였다면, 이번 구간은 맹꽁이가 먹이 활동을 하거나 겨울잠을 자는 주요 서식지였다. 시는 법에 따라 개발 회사에 맹꽁이 보호 지침을 내리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장 관리의 기본인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 안내판 하나가 없었다. 더욱이, 개발 회사는 철거 착공 신고 전 이행사항인 “맹꽁이 보호 및 서식지 이주계획에 의한 서식지 확인 및 처리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 이른 장마에 하루 내내 많은 비가 내린 저녁.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야간 청음조사에서 울타리를 따라 8개 지점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었다. 서식 확인 지점이 작년보다 늘었다.
대체서식지도 엉터리
장맛비에 잠긴 대한방직 맹꽁이 대체서식지 삼천 생태학습장 Ⓒ전북환경운동연합
맹꽁이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 7월 10일, 전북지방환경청은 사업자가 신청한 ‘옛 대한방직 부지 내 맹꽁이에 대한 포획 및 방사 허가’를 내줬다. 환경청은 법적 절차에 따라 담당 부서와 국립생태원이 충분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획 시기와 방법, 절차 등 허가 관련 전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서식지 훼손과 불법 공사 논란이 있던 사업장 내 서식지이다. 당연히 국립생태원 전문가의 현장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맹꽁이 실태조사 적기인 5월 31일 첫 산란기 현장 조사도 빠뜨렸다. 전북지방환경청과 전주시 공무원,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대한방직 터에 모여 현장 확인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회사 측은 별다른 이유 없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비가 내린 후 짝짓기와 산란이 시작되리라는 것은 조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고가의 연구용역을 맡은 업체는 현장에 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맹꽁이가 이사 갈 집이 개울가 청개구리 무덤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주의 가장 큰 원칙인 ‘유사한 환경을 갖춘 지역’에 부합하지 않는다. 삼천 생태학습장은 수변이다. 일시적으로 물이 고이는 습지에 알을 낳는 맹꽁이 특성에 맞지 않는다. 애써 알을 낳고 부화한 올챙이가 장맛비나 태풍에 떠내려갈 수 있다. 회사는 이주 허가 후 이 일대에 5개가량 산란용 웅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년 산란철이 되면 갈대와 줄 같은 식생이 빽빽하게 들어찰 것이다. 알을 넓게 펼쳐서 낳는 맹꽁이 특성으로 볼 때 산란지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주시는 2021년 5월, 과거 생활 쓰레기를 묻었던 곳을 생태 학습장으로 만들어서 맹꽁이 230여 마리를 방사한 적 있다. 일 년 후 첫 산란기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한두 마리 정도 울음소리만 들렸다.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2022년 사후모니터링 보고서에도 맹꽁이는 없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임시 이주를 하고 방사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전북환경연합은 옛 대한방직 맹꽁이 보호 대책에 부지 내 원형보전 방안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주 허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주 지역의 조건만 본다면서 원형지 보전 방안을 권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천 생태학습장이 대체 서식지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회사 측에 다른 이주 지역을 찾으라고 공문을 보냈다.
속전속결은 맹꽁이의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는 여러 차례 부지의 상당 부분을 녹지로 조성한다고 공언했다. 대한방직 터 23만565㎡ 너른 땅에 맹꽁이 서식지 하나 못 만든단 말인가. 최근 자료에 의하면 서식지 외부 대체 서식지로 이주한 맹꽁이의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죽고 사는 문제에 타협은 없다
지난 7월 25일 전주시청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옛 대한방직 터 맹꽁이 포획 및 방사 허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맹꽁이 포획과 이주계획및 허가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람이 중하지, 맹꽁이가 중하냐” 개발과 보존의 논란이 있는 곳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다. 정답은 같이 살자는 ‘공존’일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지만 맹꽁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죽고 사는 문제에 타협은 없다. 이윤은 타협이 가능하다. 하지만 맹꽁이는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이다. 행동반경이 100~300m에 불과한 맹꽁이는 그 땅에서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맹꽁이 서식지 보전은 자연을 대가로 이윤을 얻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한 법적 의무이자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법이 인정하는 ‘자연의 권리’이다.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일 년 만에 전주 ‘마동석 맹꽁이’(함께사는길 2022년 8월호 “전주 거마공원엔 ‘마동석’ 맹꽁이가 산다” 참고)’ 소식을 전한다. 도심권 최대 맹꽁이 서식지로 추정하는 거마공원 맹꽁이들은 이른 장마를 놓치지 않고 떼 지어 나타나 짝짓기하고 산란했다. 지난 8월 8일, 아랫동네에 사는 맹꽁이를 찾아봤더니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잘 자랐다. 다 자라선 굼뜨지만 어릴 때는 빠르다.
반면, 전주시 신시가지 노른자 땅 153층 초고층 개발 논란이 뜨거운 옛 대한방직 터 맹꽁이들은 강제로 보따리를 싸야 한다. 이사를 해야 하는 맹꽁이들은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영화에서 마동석은 악마 같은 범죄자를 통쾌하게 때려잡는 강력계 형사지만, 현실에서 ‘마동석 맹꽁이’는 두 번에 걸친 불법의 피해자가 신세가 되었다. 내막은 이렇다.
맹꽁이 핵심 서식지에 임시 주차장
전북환경연합은 2022년 6월 24일, 전주 삼천과 인접한 대한방직 터 400m 구간에서 맹꽁이가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주변이 모두 신시가지로 개발되고 유일하게 남은 공장이 문을 닫고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살아남은 맹꽁이들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울음소리 동영상과 청음 지점을 정리해 보도자료를 냈다. 지역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개발 현안이라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전주시와 개발 회사 대표에게도 알렸다.
결국 사달이 났다. 지난 11월 17일, 개발 회사가 대형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맹꽁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었다. 부지 경계를 따라 작업도로를 내고 높은 철제 가림막을 세웠다. 물이 고이는 수로와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던 구간이 깎여나가고 메워졌다. 한 달 후 12월 20일, 개발 회사는 듣도 보도 못한 철거 기공식을 한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필자는 회원 송년의 밤을 앞두고 몸도 맘도 분주했고, 정치인을 앞세운 대대적인 동원 행사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현장에 있던 지인은 와봐야 뭐 볼 게 있겠느냐고 했다. 그렇지만 맹꽁이가 무탈한지 너무도 궁금했다. 철거 기공식으로 문이 열린 김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내부 물길이 모여 삼천으로 빠져나가던 핵심 서식지가 임시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축구장 크기의 땅을 깎고 다졌다. 한쪽에선 이날치밴드가 ‘범 내려온다’ 노래를 불렀다. 기획자는 우범기 전주시장을 띄우는 의미를 담아 선곡했을 것이다.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는 맹꽁이의 원망 어린 소리도 높아지더라. 아비규환 맹꽁이의 아우성처럼 들렸다.
11월, 1차 훼손 구간이 장마철 산란기에 주로 이용하는 습지(수로)였다면, 이번 구간은 맹꽁이가 먹이 활동을 하거나 겨울잠을 자는 주요 서식지였다. 시는 법에 따라 개발 회사에 맹꽁이 보호 지침을 내리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장 관리의 기본인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 안내판 하나가 없었다. 더욱이, 개발 회사는 철거 착공 신고 전 이행사항인 “맹꽁이 보호 및 서식지 이주계획에 의한 서식지 확인 및 처리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 이른 장마에 하루 내내 많은 비가 내린 저녁.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야간 청음조사에서 울타리를 따라 8개 지점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었다. 서식 확인 지점이 작년보다 늘었다.
대체서식지도 엉터리
장맛비에 잠긴 대한방직 맹꽁이 대체서식지 삼천 생태학습장 Ⓒ전북환경운동연합
맹꽁이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 7월 10일, 전북지방환경청은 사업자가 신청한 ‘옛 대한방직 부지 내 맹꽁이에 대한 포획 및 방사 허가’를 내줬다. 환경청은 법적 절차에 따라 담당 부서와 국립생태원이 충분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획 시기와 방법, 절차 등 허가 관련 전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서식지 훼손과 불법 공사 논란이 있던 사업장 내 서식지이다. 당연히 국립생태원 전문가의 현장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맹꽁이 실태조사 적기인 5월 31일 첫 산란기 현장 조사도 빠뜨렸다. 전북지방환경청과 전주시 공무원,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대한방직 터에 모여 현장 확인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회사 측은 별다른 이유 없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비가 내린 후 짝짓기와 산란이 시작되리라는 것은 조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고가의 연구용역을 맡은 업체는 현장에 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맹꽁이가 이사 갈 집이 개울가 청개구리 무덤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주의 가장 큰 원칙인 ‘유사한 환경을 갖춘 지역’에 부합하지 않는다. 삼천 생태학습장은 수변이다. 일시적으로 물이 고이는 습지에 알을 낳는 맹꽁이 특성에 맞지 않는다. 애써 알을 낳고 부화한 올챙이가 장맛비나 태풍에 떠내려갈 수 있다. 회사는 이주 허가 후 이 일대에 5개가량 산란용 웅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년 산란철이 되면 갈대와 줄 같은 식생이 빽빽하게 들어찰 것이다. 알을 넓게 펼쳐서 낳는 맹꽁이 특성으로 볼 때 산란지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주시는 2021년 5월, 과거 생활 쓰레기를 묻었던 곳을 생태 학습장으로 만들어서 맹꽁이 230여 마리를 방사한 적 있다. 일 년 후 첫 산란기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한두 마리 정도 울음소리만 들렸다.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2022년 사후모니터링 보고서에도 맹꽁이는 없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임시 이주를 하고 방사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전북환경연합은 옛 대한방직 맹꽁이 보호 대책에 부지 내 원형보전 방안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주 허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주 지역의 조건만 본다면서 원형지 보전 방안을 권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천 생태학습장이 대체 서식지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회사 측에 다른 이주 지역을 찾으라고 공문을 보냈다.
속전속결은 맹꽁이의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는 여러 차례 부지의 상당 부분을 녹지로 조성한다고 공언했다. 대한방직 터 23만565㎡ 너른 땅에 맹꽁이 서식지 하나 못 만든단 말인가. 최근 자료에 의하면 서식지 외부 대체 서식지로 이주한 맹꽁이의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죽고 사는 문제에 타협은 없다
지난 7월 25일 전주시청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옛 대한방직 터 맹꽁이 포획 및 방사 허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맹꽁이 포획과 이주계획및 허가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람이 중하지, 맹꽁이가 중하냐” 개발과 보존의 논란이 있는 곳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다. 정답은 같이 살자는 ‘공존’일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지만 맹꽁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죽고 사는 문제에 타협은 없다. 이윤은 타협이 가능하다. 하지만 맹꽁이는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이다. 행동반경이 100~300m에 불과한 맹꽁이는 그 땅에서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맹꽁이 서식지 보전은 자연을 대가로 이윤을 얻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한 법적 의무이자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법이 인정하는 ‘자연의 권리’이다.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