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동물원 작업을 한 지 10년이 되는 해인 2018년이 되어서야 동물원에서 살다가 죽거나 사라지는 동물들의 운명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동물들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동물원으로 이송되었거니 짐작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동물원 동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랜 숙고 끝에 2020년부터 장노출 기법으로 동물들의 사라짐이나 살았던 흔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존재를 말입니다.
바라싱가_2022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동물원에서 죽는 동물들은 보통 소각 처리가 됩니다. 불로 태워져 재만 남겨집니다. 아주 일부의 동물만이 박제 처리가 되어 죽어서도 계속 전시됩니다. 사진은 보통 빛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영어로 사진을 뜻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는 어원 자체도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불태워지고 사라지는 동물들을 지켜보면서 2022년부터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적외선을 이용해 빛이 아닌 온도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열화상 카메라로 말입니다. 장노출 방식에서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열화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생명이 있는 존재만 남기고 나머지 무생물은 사라지게 했습니다. 이로써 동물들에 대한 존엄성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얼룩말_2023
홍학_2021
스라소니_2020
동물원 작업을 해오는 동안 많은 동물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뉴스나 소식 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나와 서울 주택가를 활보한 얼룩말 ‘세로’ 같이 인터넷 이슈로 소비되기에 십상입니다. 동물원 우리의 문이 열려 있어서 나왔다가 포획 과정에서 마취총에 맞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대구달성공원 침팬지 ‘루디’, 경북 고령군의 어느 동물농장에서 외부로 나왔다가 사살당한 사자 ‘사순이’ 소식에 안타까웠습니다. 사순이의 경우는 2018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 살던 퓨마 ‘호롱이(뽀롱이)’가 우리가 열려 있자 밖으로 나갔다가 사살당한 것과 판박이 사례입니다.
재규어_2022
비극이 되풀이되는 동물원의 현실을 보면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넘어 동물원 동물들의 존재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작업이 ‘동물원(2009~2023)’입니다. 15년간의 동물원 작업을 조망하는 전시회를 10월 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에서 진행합니다. 관람을 통해 동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동물원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동물원 작업을 한 지 10년이 되는 해인 2018년이 되어서야 동물원에서 살다가 죽거나 사라지는 동물들의 운명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동물들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동물원으로 이송되었거니 짐작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동물원 동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랜 숙고 끝에 2020년부터 장노출 기법으로 동물들의 사라짐이나 살았던 흔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존재를 말입니다.
바라싱가_2022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동물원에서 죽는 동물들은 보통 소각 처리가 됩니다. 불로 태워져 재만 남겨집니다. 아주 일부의 동물만이 박제 처리가 되어 죽어서도 계속 전시됩니다. 사진은 보통 빛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영어로 사진을 뜻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는 어원 자체도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불태워지고 사라지는 동물들을 지켜보면서 2022년부터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적외선을 이용해 빛이 아닌 온도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열화상 카메라로 말입니다. 장노출 방식에서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열화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생명이 있는 존재만 남기고 나머지 무생물은 사라지게 했습니다. 이로써 동물들에 대한 존엄성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얼룩말_2023
홍학_2021
스라소니_2020
동물원 작업을 해오는 동안 많은 동물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뉴스나 소식 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나와 서울 주택가를 활보한 얼룩말 ‘세로’ 같이 인터넷 이슈로 소비되기에 십상입니다. 동물원 우리의 문이 열려 있어서 나왔다가 포획 과정에서 마취총에 맞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대구달성공원 침팬지 ‘루디’, 경북 고령군의 어느 동물농장에서 외부로 나왔다가 사살당한 사자 ‘사순이’ 소식에 안타까웠습니다. 사순이의 경우는 2018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 살던 퓨마 ‘호롱이(뽀롱이)’가 우리가 열려 있자 밖으로 나갔다가 사살당한 것과 판박이 사례입니다.
재규어_2022
비극이 되풀이되는 동물원의 현실을 보면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넘어 동물원 동물들의 존재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작업이 ‘동물원(2009~2023)’입니다. 15년간의 동물원 작업을 조망하는 전시회를 10월 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에서 진행합니다. 관람을 통해 동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동물원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사진 | 비두리(박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