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들에게 새만금과 서천갯벌은 단일 생활권

2023-10-30

금강하구의 서천갯벌과 새만금갯벌은 수많은 조류에게 하나의 단일 생활권이다. 군산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전만 해도 새만금갯벌과 서천갯벌은 하나의 연속적인 갯벌이었다. 군산산업단지 조성에 더해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자 두 갯벌은 단절됐다. 이러한 물리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가져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두 지역의 새들은 여전히 이 두 갯벌을 하나의 단일 생활권으로 인식하고 자주 왕래한다. 두 갯벌을 찾는 새들의 이런 이동 특성은 그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지상에서는 분절됐지만 창공을 나는 새들에게는 두 갯벌이 연접된 한 갯벌로 보일 것이다. 다수의 관찰조사에서, 국내 법정보호종이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황새, 그리고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와 같은 도요물떼새들이 이 두 갯벌을 자주 왕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새만금갯벌과 서천갯벌의 오늘

2023년 8월 9일, 새만금 2023 세계잼버리 야영장 북쪽 수로에 서식하고 있는 저어새 무리와 왜가리 무리


새만금과 서천갯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용하는 새들 가운데 저어새는 동남아시아에서 비번식기를 보내고 우리나라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번식을 한 뒤, 다시 비번식지로 되돌아가기 전까지 번식지에서 가까운 서해안 갯벌에서 먹이를 먹으면서 생활하는 생태를 보인다. 그런 생태로 인해 4월 봄철부터 10월 말 가을철까지 새만금과 서천갯벌에서 관찰된다. 2021년 봄철 서천군의 노루섬에서 태어난 ‘저어새 M35’와 인천 강화도 주변의 무인도인 수하암에서 태어난 ‘저어새 M40’이 서천갯벌에서 머물렀다가 새만금갯벌로 이동한 것이 관찰된 바 있다. 

올해 6월 27일에는 새만금 방조제 내측 동진강 하류 지역의 모래톱에서 저어새 21마리를 관찰했는데 이 중에서 저어새 Y87을 확인했다. ‘저어새 Y87’은 서천군의 노루섬에서 태어난 수컷으로, 이기섭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2020년 7월에 가락지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개체다. 

또한 8월 9일부터 9월 4일까지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군산 수라갯벌과 새만금 수상태양광 건설 예정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북측 수로 등 새만금 전역에서 7일 동안 주요 조류를 조사한 결과,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지정 적색목록(국제 멸종위기종)은 5종(황새 17마리, 저어새 233마리, 알락꼬리마도요 4마리, 붉은어깨도요 10마리, 좀도요 273마리)이 관찰됐는데 전체 개체수는 537마리였다. 국내 법정보호종에 속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6종(황새, 저어새, 물수리 1마리, 매 1마리,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이 관찰됐고 전체 개체수는 266마리였다. 한편,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은 3종(황새, 저어새, 매)이 관찰됐고 전체 개체수는 251마리였다. 

이때 관찰된 저어새 233마리(최대 개체수) 가운데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한 저어새는 3마리(M30, M34, Y89)가 확인되었다. 저어새 M30는 2021년 6월 22일에 서천군 노루섬에서 가락지를 부착했고 등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저어새 M34와 저어새 Y89는 2021년 6월 22일과 2020년 7월 3일에 서천군 노루섬에서 각각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했다. 이상의 관찰 결과를 살펴볼 때, 금강 하구역의 서천군 노루섬과 군산시 무인도에서 태어난 저어새들이 서천갯벌에서 먹이를 먹다가 새만금갯벌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관찰된 황새 17마리(최대 개체수) 가운데는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한 황새 14마리(A82, B02, C84, E41, E67, E77, E97, G15, G17, G24, G30, G44, G48, G49)가 있었다. 이 황새들은 만경강과 동진강 본류를 따라 중류까지 이동했다가 되돌아오기도 하고, 아예 서천갯벌이나 고창갯벌로 이동하기도 했다.

9월 3일 오후 4시 직후, 수라갯벌을 포함한 새만금갯벌에서 관찰한 2500마리의 도요물떼새는 오후 4시 직전에 금강하구의 서천갯벌에서 출발하기 시작해 이동한 새들이다. 금강하구에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만조 시간이 오후 5시 33분이고, 만조 높이는 721cm나 된다. 바닷물이 계속 차올라 금강하구 갯벌 전역이 바닷물에 잠기자 도요물떼새들은 쉴 만한 장소를 찾아 새만금갯벌로 이동해 온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머물던 매 1마리가 이들 도요물떼새 사냥에 나섰다. 도요물떼새들은 매를 피해 오후 5시 30분경 다시 금강하구 지역으로 이동했다. 애초 수라갯벌에서 관찰된 매 1마리도 도요물떼새 사냥을 위해 이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왔을 가능성이 크다.


두 갯벌을 바삐 오가는 물새들

9월 4일 오전 6시에 수라갯벌에 도착하니 1300마리의 도요물떼새가 날아와 있었다. 이날 금강하구에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만조 시간은 오전 5시 49분, 만조 높이가 708cm였다. 도요물떼새들은 오전 5시 이전에 금강하구의 서천갯벌에서 출발해 수라갯벌로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매는 보이지 않았고 도요물떼새들은 갯벌에 내려앉아 안정적으로 쉬고 있었다. 

오전 6시 14분이 되자 수라갯벌에서 금강하구의 서천갯벌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도요물떼새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만조 시간에서 불과 20여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금강하구로 날아간 것이다. 금강하구의 갯벌이 아직 노출되지 않았을 시간이다. 즉, 9월 3일 오후 5시 30분과 9월 4일 오전 6시 14분에 금강하구로 이동한 도요물떼새들은 여전히 바닷물이 빠지지 않은 서천갯벌 상공을 선회하던지, 금란도(준설토 투기장)와 유부도의 북측도류제에 내려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금강하구의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새만금갯벌로 날아오는 새의 종과 개체수는 달라진다. 도요물떼새가 가장 많이 도래하는 5월 초순에는 서천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대략 1만 마리가 수라갯벌을 비롯해 아직 일부나마 남아있는 새만금갯벌로 이동해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2021년 4월 28일, 서천갯벌에서 관찰한 큰뒷부리도요 W4BBRW와 W4BBRW의 2021년 봄철 서천갯벌과 새만금갯벌 이동 왕래 경로 제공: 뉴질랜드,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


실제로 뉴질랜드의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PMSC)>로부터 제공받은, 위성추적기를 부착한 큰뒷부리도요(W4BBRW)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본 결과, 2021년 봄철 서천갯벌에 머물렀던 큰뒷부리도요(W4BBRW)가 주로 서천갯벌에 머물다가 두 차례 새만금갯벌까지 날아왔었으며 다시 서천갯벌로 되돌아간 것이 확인됐다. 이 큰뒷부리도요(W4BBRW)는 필자가 4년 동안 매년 봄철 서천갯벌에서 관찰했던 새다. 

새만금갯벌과 서천갯벌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의 도요물떼새는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봄철과 7월 중순부터 10월 말 사이 가을철에 관찰된다. 도요물떼새의 대부분은 봄철에 비번식지(월동지)인 호주·뉴질랜드·동남아시아에서 번식지인 러시아·중국 동북부·알래스카로 북상하는 도중 새만금과 서천 두 갯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다. 또한 번식을 마친 후 다시 비번식지로 남하를 하는 도중에도 이 갯벌들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한편 이 갯벌들을 11월 초순부터 3월 초순까지 겨울철 월동지로 이용하는 마도요, 개꿩, 민물도요도 관찰된다. 


두 갯벌의 엇갈린 운명, 세계자연유산 통합 등재로 극복해야

도요물떼새와 저어새를 비롯한 다수의 물새들이 서천갯벌과 새만금갯벌을 하나의 단일한 생태권으로 인식하고 자주 왕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만약 물새들의 먹이터와 휴식지가 사라지면 에너지 비축량이 줄어들어 장거리 비행 도중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충분한 먹이뿐 아니라 특히 안전한 휴식지는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원하는 시기에 번식지나 비번식지로 이동하는 데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존재이다. 또한 물새들의 이동 경로상에 고층건물이나 풍력발전기 등의 높은 수직고를 가진 인공시설물과 비행장 같은 비행 방해 요인이 들어선다면 물새들이 이런 시설물에 충돌하는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9월 3일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2000여 마리의 가마우지가 먹이활동을 마치고 수십 또는 수백 마리 단위로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지 상공을 가로질렀다. 그들은 잠자리인 옥녀봉(군산시 옥서면 옥봉리 415-3)으로 이동하는 도중이었다. 

이상의 관찰조사 결과로 볼 때, 만약 현재 정부 계획대로 수라갯벌에 새만금 신공항 건설되어 비행기가 이착륙한다면 조류를 포함한 많은 생물들의 생존에 악영향이 나타날 것은 명백한 일이다. 특히, 서천갯벌과 새만금갯벌을 자주 왕래하는 저어새와 도요물떼새, 새만금갯벌과 주변 지역을 왕래하는 황새, 그리고 먹이터와 잠자리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왕래하는 가마우지들은 비행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훼손됐더라도, 여전히 새만금갯벌에는 IUCN 지정 국제 멸종위기종(황새,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좀도요)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는 세계자연유산 등재기준을 만족하는 객관적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비롯한 새만금 개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을 확대하여 수라갯벌을 포함한 새만금갯벌을 되살리고 서천갯벌처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이 두 갯벌지대가 단일 생태권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맞는 체계적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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