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생것들의 표정

2023-11-06

굴업도는 인천 남서쪽으로 두 시간 정도 항행하면 나오는 덕적군도에 속한 작은 섬이다. 8천만~9천만 년 전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말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생성 이후에도 수차 발생한 화산의 폭발 흔적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섬은 활화산의 징후가 남아 있다. 


목기미해변


느다리뿌리해변


그런 섬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1994년 연말 발표됐다. 1990년 안면도, 1990년 초의 양산, 울진 핵폐기장 추진 시도가 모두 주민 반대로 무위로 돌아가자 겨우 5가구가 사는 작은 섬을 후보지로 삼은 것이었다. 그러나 굴업도는 인근의 모섬인 덕적도 주민들과 인천 지역사회의 헌신적인 2년여의 주민반대운동을 바탕으로 굴업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1996년 사업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굴업도의 시련은 다시 찾아왔다. 1996년 굴업도 전체 토지의 98% 이상을 매입한 CJ그룹(산하 관광개발기업)이 골프장을 비롯한 관광레저지구로 개발하려 시도한 것이다. 시민들은 다시 굴업도를 지키기 위한 시민행동에 나서 2014년 골프장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이것으로도 끝은 아니었다. 굴업도의 거의 대부분 토지를 소유한 재벌기업은 2020년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해 허가를 얻고 현재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핵폐기장에서 골프장, 해상풍력발전사업까지 굴업도를 사업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섬은 사업의 대상지보다는 자연사 박물관이나 생물학적 보고라고 보고 자연 그대로 지켜야 할 곳이다. 애초 이런 섬의 토지를 한 기업이 전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게 가능한 법과 제도가 문제다. 


개머리언덕 초원


코끼리바위


나는 12년 전 굴업도에 골프장을 만든다는 계획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인 <굴업도를 사랑하는 예술인 모임>의  팸투어 행사에 참가하면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운동에 참가하게 되었다. 개발로 굴업도의 자연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2년 동안 18번 굴업도를 방문해 굴업도의 자연과 생물들을 사진기록으로 남겼다. 그 작업들을 묶은 것이 2013년 발간한 사진집 『굴업도 생것들』이다. 올해 4월에는 ‘굴업도 생것들’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꾸밈없는 자연의 민낯을 보여주는 굴업도의 생것들을 위해 이 글과 사진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굴업도를, 굴업도의 생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수쿠렁언덕


글∙ 사진 | 조명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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