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살린 우리 마을 도랑, 내지천

2022-01-01

광주광역시 동구 내남동에는 내지천이 흐르고 있다. 총 길이 2.83km의 소하천으로 도심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광주 시민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의 도랑이다. 내지천은 분적산에서 발원하여 자연경사를 따라 구불구불한 물길을 형성하며 흐르다가 영산강의 지류인 광주천과 합류한다. 이곳에는 어종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우리 산천에서 볼 수 있는 참붕어, 버들치, 갈겨니 같은 고유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흐르는 물을 떠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했던 내지천은 주변에 농경지가 조성되면서 하천관리에 어려움이 생겼다. 하천유입 쓰레기와 고사목의 방치, 마을 하수 유입 등으로 수질이 악화된 것이다.



내지천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지천 생태체험교실


우리 마을 도랑 내지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처럼 도랑이 살아나야 하천이 살아나고, 하천이 살아나야 강이 살아난다. 광주환경연합은 물길의 발원지인 작은 도랑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하천의 수질 및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증진하기 위해 ‘2021 우리 마을 도랑 살리기’ 사업을 진행하였다. 오염물질의 유입, 복개 인공구조물 설치, 건천화 등으로 훼손된 수질 및 수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하여 내지천이 예전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2021 우리 마을 도랑 살리기’에 광주환경연합, 광주광역시 동구, 한국수자원공사-영산강보관리단 그리고 내지천 인근의 지역 주민들까지 힘을 합쳤다. 민관협업을 통해 내지천 도랑 살리기를 추진함으로써 우리지역의 환경자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거버넌스형 도랑 살리기의 좋은 모델을 형성하고자 하였다. 지난해 5월 민관협약식을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모여 그동안의 추진사항과 앞으로의 계획을 서로 간에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수시로 소통을 이어갔다.

내지천의 생태계 회복과 하천 보전을 위해 내지천의 인근 주민 15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이들을 내지천 지킴이로 위촉하기 전, 도랑 살리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 적극적인 참여와 공감대 조성을 위해 하천과 관련된 내용의 지킴이 양성 교육을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론뿐만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를 통해 마을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을 줄여 수질개선에 성공한 모델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주민참여형 하천 살리기 우수지역인 대전 산직동 비선마을 매노천 인공습지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내지천 지킴이 양성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은 “광주천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신기하다.”, “마을의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를 수 있게 주민들과 함께 힘쓰고 싶다.”며 내지천의 수질개선과 생태계 회복에 관한 기대감과 각오를 내비쳤다.


몸 아끼지 않은 내지천 지킴이들 

교육과 선진지 답사 후 내지천 지킴이들과 마을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내지천 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여름은 굉장히 덥고 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로 코와 입까지 가려내느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킴이들은 찜통 같은 날씨에 땀이 온 몸에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천과 하천변, 풀 속 구석구석 숨겨진 쓰레기까지 꼼꼼하게 수거했다. 매번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로 종량제봉투가 몇 장씩이나 가득 채워졌다. 

더위뿐 아니라 비 소식도 잦았다. 한 번 비가 내리면 상당한 양이 왔고 가만히 서서 우산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까지 몰아쳤다. 그러나 거센 비바람도 지킴이들과 주민들을 막지 못했다. 비가 오면 도로변의 쓰레기들이 빗물과 함께 배수로와 하천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오히려 더 몸을 아끼지 않았다. 

환삼덩굴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순식간에 덩굴이 뻗어나가면서 주변의 풀, 나무 등 많은 식물을 덮어 씌워 말려 죽인다. 내지천에도 환삼덩굴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내지천 지킴이와 주민들은 정화활동 뿐만 아니라 그런 유해식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함께했다. 줄기의 거친 가시가 손등을 찔러 피가 나는데도,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환삼덩굴을 제거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며, 사람의 힘으로 제압하기 어려워 보이는 기세의 덩굴을 대부분 제거해 내었다.

내지천은 지킴이들과 주민들의 피땀 섞인 노력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깨끗해졌다. 우리 마을 도랑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한 내지천 지킴이와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광주환경연합은 내지천 인근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체험교실을 운영했다.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학교 근처 하천에 대해 알고, 그 곳에 사는 생물들을 직접 관찰하고 배움으로써 환경보전과 실천의식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바로 옆에 이런 하천이 있고 수생생물들이 살고 있는 줄 몰랐다’, ‘내지천에 깨끗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 환경을 보존하는 의식을 일깨워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지천의 생태환경 현황 파악과 개선방향 모색을 위해 내지천의 어류, 저서생물, 식생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내지천에는 참붕어, 버들치, 갈겨니 등 고유어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지천은 수심이 깊지 않고 물살이 빠르다. 상류 도랑 특성상 다양한 서식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그리고 작은 보와 비점오염원의 유입 또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오염원을 막고 본연의 물의 흐름과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내지천 도랑환경을 정비하고 정화식물을 식재하는 공사도 진행했다. 



민관이 함께 한 내지천 정화 활동



우리마을 도랑, 내지천을 살리기 위해 정화 활동에 나선 주민들



내지천지킴이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이 하천 교육을 받고 있다


시민의 참여로 되살아난 내지천

내지천 수질조사 결과 ‘2021 우리 마을 도랑 살리기’ 사업 전과 대비하여 하천자정능력이 21.27% 증가했다. 사실 주민들과 함께 정화활동을 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조금 깨끗해지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질이 개선된 것이 수치로 나타나니, 함께 힘을 합쳐 꾸준히 노력한다면 깨끗한 물과 하천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계절적인 영향 등 여러 다른 변수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수질조사를 추가로 해봐야 지난해 활동으로 인한 효과를 정확히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내지천은 물이 맑아졌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많아졌다. 

앞으로도 내지천의 수질이나 생태여건이 개선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민과 관 모두의 노력이 2021년 한 해만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길 희망한다.  


글 | 김현아 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사진제공 | 광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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