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2023-09-19

2021년 7월, 한반도 서남해안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멸종위기종 철새의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등재 과정에서 세계유산위원회(UNESCO)의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반려 권고가 있었다.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자연보전연맹은 평가서를 통해 갯벌이 철새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화, 영종, 송도를 포함한 인천과 화성과 아산만을 포함한 경기의 갯벌이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자문기구의 반려 권고를 뒤집는 데에는, 인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확대에 참여하겠다는 인천시장이 약속이 있었다. 그렇게 ‘한국의 갯벌’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반려 권고를 뒤집은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이 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중요 철새서식지를 2026년 예정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까지 추가로 등재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인천 갯벌 매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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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갯벌 ⓒ임기웅


갯벌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 발달한다. 인천 갯벌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들어오는 퇴적물이 섬이 많은 인천 연안을 만나 발달했다. 넓은 면적과 풍부한 영양 공급으로 인천 갯벌은 저서생물과 철새의 낙원이 됐다. 지금은 갯벌이 높은 생물다양성과 수질 정화, 재해 조절, 탄소 저장과 같은 기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쓸모없는 땅,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인천 갯벌 매립은 몽골군을 피해 강화도에 갇힌 고려가 농지를 얻기 위해 매립한 것으로 시작된다. 농지 확보를 위한 매립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항만시설과 공장지대 개발을 위해 인천항 인근과 월미도를,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주안, 남동, 소래 지역을 매립했다. 현재 주안, 남동염전은 산업단지가, 소래염전은 생태공원이 됐다.

1960년대엔 용현동, 학익동 앞 갯벌을 폐석회로 메우며 화학공장을 만들었다. 현재 이 부지는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며 묻혀있던 폐석회를 다시 파내고 있다. 1970년대 말에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인천 서북부와 김포의 갯벌을 매립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 중 일부는 지금의 청라가, 일부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대체하기 위한 수도권매립지가 됐다. 수도권매립지는 현재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다.

1990년대엔 송도해상신도시 개발과 영종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송도와 영종도 갯벌을 매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송도와 영종, 청라를 묶어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갯벌 매립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개항 이후 인천 갯벌은 약 184㎢가 매립됐고, 구불구불한 인천의 해안선은 일직선으로 바뀌었다. 현재 인천의 17.3%가 갯벌이 매립된 땅이다.

아직 인천에는 728.3㎢의 갯벌이 남아있다. 이는 전국 갯벌 면적의 29.3%로 전라남도(1053.7㎢, 42.5%)에 이어 광역지방자치단체로서는 2위이다. 토지면적 대비 갯벌 면적으로 따지면 69.1%로 압도적 1위다. 지금까지의 매립에도 인천 갯벌은 넓은 면적과 탁월한 생태적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인천 갯벌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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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갯벌 ⓒ인천광역시


인천 갯벌은 미국 알래스카부터 러시아 극동,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지나 오세아니아까지 총 22개국을 지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중간 기착지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 갯벌에는 여름이면 도요물떼새가, 겨울이면 오리류, 두루미류가 찾아온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인천의 깃대종인 저어새는 전체 개체 중 80% 이상이 인천 갯벌에서 나고 자란다.

김포와 강화 북부에는 한강,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의 담수가 해수와 만나 기수역을 이루는 한강하구가 있다. 한강하구는 썰물엔 갯벌이, 밀물엔 바다가 되는 지역으로 국내 4대강 중 유일하게 열린 하구이다. 휴전선이 설정되지 않은 중립 수역이자 비무장지대로 70여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대한민국 측 일부 지역(60.67㎢)은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이다.

강화도 남단부터 서쪽의 주변 섬 일대까지 넓게 강화 갯벌이 있다. 강화 갯벌은 군사적 긴장과 여러 규제로 자연적인 모습이 잘 보전됐다. 일부 지역(465.07㎢)은 천연기념물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로 보호 중이다. 강화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으로 강화군의 군조인 저어새를 포함해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 두루미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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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갯벌과 저어새 ⓒ인천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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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도 풀등의 검은머리물떼새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국제공항 건설로 매립이 된 영종도에도 갯벌이 남아있다. 북쪽은 강화 갯벌과 이어지고, 남쪽에도 인천대교가 가로지르는 넓은 갯벌이 있다. 영종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가 도래한다. 낮에 항공편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물 때가 맞으면 공항 남쪽의 넓은 갯벌을 볼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와 신항 건설로 자투리만 남은 송도 갯벌에도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도요물떼새와 같은 철새들이 찾아온다. 게다가 근처 남동유수지에서는 저어새가, 송도매립지에는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며, 어미들은 새끼를 키우기 위해 가까운 송도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현재 6.11㎢가 인천광역시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 EAAF 네트워크 서식지이다.

이 밖에도 강화와 영종 사이에 있는 장봉도 인근의 갯벌 68.4㎢가 해수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보호 중이다. 장봉도와 인근 섬에서는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가 관찰된다. 모래로 이루어진 갯벌, 풀등으로 유명한 이작도의 인근 해역(55.7㎢)은 해양수산부 지정 생태계보전지역이다. 정서진 앞의 세어도와 서해 5도 중 하나인 연평도, 석탄발전소가 있는 영흥도에도 갯벌이 있다.


인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면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자연생태계의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메갈로폴리스이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모여있는 수도권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생태전환도시의 상징이 될 것이다. 홍콩의 마이포 습지, 뉴욕의 자메이카 베이 야생동물 보호구역, 싱가포르의 숭게이 부로 습지보호구역처럼, 세계적인 도시에서는 이미 도시의 습지를 보호,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인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황해 연안 전체의 갯벌의 가치를 인정받고 보전하는 거대한 여정의 일부이다. 이미 중국의 황해 연안과 발해만의 철새보호지역과 한국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북한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인천 갯벌의 성공적인 등재가 필요하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하다. 검토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이해도와 지지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여 인천 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지지를 모으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인천 갯벌 세계유산 등재 서명하려면 클릭


글 |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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